김예지 독자 (서울오륜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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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30년의 한 금요일입니다. 연주는 유리창에 비친 귀여운 연주만의 캐릭터가 불러주는 가요에 맞춰 부스스 일어났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전자달력으로 날짜를 확인한 후 화장실로 가 최첨단 의자에 앉아 기계들이 저절로 해주는 양치와 세수, 샤워를 달갑게 받으며 학교에 갈 준비를 모두 맞췄습니다. 그런데 옷을 입어보니 어제와는 옷을 다르게 입고 싶습니다. "무슨 색 옷을 입을까... 그래, 하늘색이 좋겠어." 말이 끝나자마자 빨간색 옷은 하늘색으로 바뀝니다. 연주는 오늘이 특히 떨리는 날입니다. 오늘은 화성으로 체험학습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연주는 기쁜 마음으로 전자시계의 버튼을 누릅니다. ‘삐빗!’ 연주의 친한 친구, 승희가 비춰집니다.
"승희야 안녕! 오늘 화성에 갈 준비는 됬겠지?"
"그럼! 아, 정말 떨려. 어제 전자시계로 보내진 화성에서 공부할 자료들은 준비됬겠지?"
"당연하지, 준비성 하나하면 내가 또 빠지면 안 되잖니^^ 그럼 오늘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전자책 안 들고 가도 되는건가?"
"응, 전자시계에 보내진 자료로만 공부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오늘은 특히 중요하기에 지각을 하고 싶지 않은 연주는 서둘러 승희와의 짧은 통화를 끊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비서 로봇을 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비서 로봇은 저절로 작아지거든요. 그리고 제트팩을 매고 ‘쿠와앙!’ 소리를 내며 학교로 날아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에서 통행하고 있었지요.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모두 화성 여행 얘기 뿐입니다. 아이들의 얘기대로라면 2010년까지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화성에 위치한 박물관에도 간다니, 연주는 신이 났습니다. 항상 엄마, 아빠가 말씀하신 자동차, 휴대폰, 텔레비전 등이 이해가 안 됬거든요. 선생님은 출석 체크를 하고, 운전사가 로봇인 로켓에 아이들은 모두 탑승합니다. 이제는 별 충격 없이 아무 훈련 없어도 누구나 우주 여행에 갈 수 있습니다. 연주는 가는 시간이 짧기에 화성에서 오랫동안 지낼 생각에 여전히 신이 났습니다. 어느덧 우주에 두둥실 뜬 아이들은 신이 나 장난쳤습니다. 곧 화성에 도착하고, 로봇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연주는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아니 이렇게 불편한 것들로 어떻게 부모님은 사셨던 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직접 운전해야 하는 자동차, 번호를 눌러야 하는 전화기, 직접 요리해야 하는 불편함, 직접 마트에 가서 사야 하는 귀찮니즘까지! 요즘에는 목적지만 얘기하면 저절로 자동차가 데려다주고, 전자시계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통화가 가능하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요리해주고, 음식이 부족하면 냉장고에 부착된 컴퓨터로 필요한 물건만 주문하면 5분 안에 배달되는데, 옛날에는 이렇게 귀찮은 생활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연주는 이상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옛날 조선, 고려, 삼국 시대 등 아주~아주 오래전 시절의 문화재라는 것들은 거품을 물 정도로 불편해보였지요. 20, 21세기의 물건들보다 훨씬 낡아빠져보이는 물건들. 연주는 아마 내가 그 당시 사람이었다면 불편해 미칠 뻔했을거야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놀라운 박물관 견학이 끝나고, 아이들은 화성의 놀이공원에도 가고, 화성의 여러가지를 조사해 이번 현장체험학습으로 과학숙제를 맡았습니다. 비록 짧았지만, 무척 뜻깊은 현장체험학습이었지요.
집에 돌아온 연주는 책상에 앉아 전자종이를 빼옵니다. 그리고 전자시계로 촬영한 동영상을 삽입합니다. 종이에 영상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전자펜으로 글씨를 써서 저장한 후 그 숙제를 다시 전자시계 안에 삽입, 담임 선생님께 보냅니다. 곧 숙제 열심히 잘해왔고, 잘 받았다는 메세지가 전자시계에 뜹니다.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 전자시계에 연주는 슬며시 입을 맞추고 전자시계를 손목에서 풉니다. 그리고 주머니 안의 비서 로봇을 꺼내 이것저것 원하는 것을 시킵니다. 어느덧 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연주는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전자침대에 눕습니다. 침대에 눕자 연주가 책을 들고 있는 것을 인식한 침대가 윙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받침대를 꺼내 연주가 책을 받치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연주의 캐릭터가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며 내일 일정을 확인시켜주며 하루의 마지막을 선언합니다. 슬슬 눈이 감겨 오네요. 연주는 책을 덮고 푸근한 침대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캐릭터가 잔잔한 음악을 불러주고, 비서 로봇은 연주가 목마를 것을 대비해 자신의 몸에서 물을 컵에 받아놓고, 연주가 먹을 음식을 자신의 몸에서 요리해 몸 속에 보관합니다. 그러면 내일 아침까지 뜨겁게 유지되거든요. 연주는 잠이 들기 직전 내일 가족과 있을 산책의 계획을 짜고 스르르 눈을 감았습니다.
‘내일 산책은 달로 가는 것이 좋겠는걸. 요즘 달에서의 서비스 가격이 많이 싸졌잖아. 그리고 가는 가격도 무척 싸졌고 말이야.’
김예지 독자 (서울오륜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