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주 담임 선생님께 쓰는 편지

1년 동안 말썽쟁이 아이들 때문에 고생하신 초록의 나라에서 오신 외계의 왕자, 우리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외계인 선생님! 저 은지예요. 제가 왜 13년 평생 동안 만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선생님을 골랐는지 아세요? 저희 반 담임 선생님이며 별명이 외계인이라서 그래요. 우리 선생님은 흰머리가 많으신 지구를 사랑하는 환경론자예요.
　
초록의 나라에서 오신 외계의 왕자이시기도 하고요. 6등신이에요. 그동안 방송부 때문에 수업도 가끔씩 빠지기도 하고, 시험도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아서 많은 실망을 안겨 드렸었죠. 처음에는 처음으로 남자선생님을 만난 데다가, 기합을 잡으려고 어울리지도 않는 폼을 잡고 삐딱하게 앉아 계셔서 정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나 자기가 23살이라는 엄청난 흰머리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셔서 단지 ‘재미있는 선생님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가르치시는 선생님과 한번 경기를 해보라는 우리들의 성화에 폭탄발언을 하셨죠. "난 사실 외계에서 온 왕자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니, 지금까지 모든 제자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물론 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긴 했지만요. 예를 들어 저희에게는 매일 밤 다시 외계인으로 변하는 주사를 맞고 고향에 떠난다고 했는데, 다른 언니에게는 우리나라의 김치 때문에 외계로 못떠난다고 하신 것처럼요.
　
특히나 가장 무서웠던 것은 ‘삐딱구두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삐딱구두 이야기 2’ 는 또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요. 그때 선생님께서 "이번엔 삐딱구두 이야기 2다!"라고 하시며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저희가 1을 못들어서 그냥 1을 해주셨잖아요. 근데 그게 제 생각으로는 실화인 것 같아요. 선생님 친구 분께서도 그거 실화라고 하셨었고, 왠지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어요. 정말 삐딱구두 때문에 제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니까요! 아마 그때 민지가 울고불고 무섭다고 난리를 쳐서 뻥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일단 모두 무사했으니 된 거죠. 언제 시간이 되면 ‘삐딱구두 이야기 2’도 꼭 해주세요! 마지막 날이 가기 전에요!
　　

저는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남자선생님은 처음이었고, 수학여행도 처음이었고, 선생님께서 밥을 사주신 것도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학예 발표회를 마치고 선생님께서 저에게 격려의 문자를 보내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제가 졸업식 날 꽃다발이라도 만들어 드릴게요.
　
처음에는 ‘이제 1년을 어떻게 견뎌낼까?’ 하고 한숨이 나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이 제 담임 선생님이어서 참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1년 동안 놀기만 좋아하는 말썽꾸러기들 데리고 이끌어 나가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중학교에 올라가도 12시엔 힘차게 똑바로를 외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하긴, 중학교에는 북초 학생이 얼마 없어서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 곧 있으면 저희가 졸업하는데, 내년의 스승의 날에는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선생님의 교훈을 이어 받아 중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지나간 1년 동안의 많은 추억들이 생각날 거예요. 그럼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2010년 12월 6일 월요일

선생님의 제자, 허은지 올림

허은지 독자 (부천북초등학교 / 6학년)

정지수 산남중학교 / 1학년 2010-12-21 20:34:13 | 참 좋으신 선생님이시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 김서경 대원국제중학교 / 1학년 2010-12-30 22:40:17 | 젊은 나이에 흰머리라니...정말 선생님께 감사드려야 될 것 같아요. 좋은 담임선생님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