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독자 (민백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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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께.
할아버지, 할머니 오늘은 눈이 펑펑 내렸어요. 지금도 눈이 많이 내리고 있어요. 삼천포에는 따뜻한 바닷가라서 눈이 잘 오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할아버지 댁은 주택이라 너무 추워요. 난방 아끼신다고 보일러를 잘 안 트시니까 더 춥게 느껴져요. 날씨가 추운데 감기 안 걸리시도록 조심하셔요. 저는 미리 예방접종을 하고 음식도 골고루 잘 먹고 태권도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감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 주에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봤어요. 잘 봤냐고요? 사회 점수가 좀 안 좋아요 제가 매번 사회 시험에서 오답이 나와서 속상해요. 사실 제가 외워야 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사회 공부를 게을리 해서 그런가 봐요. 6학년 때는 사회를 좀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 해요.
올 한해 가장 고마우신 분, 아니 제가 태어나서 가장 고마우신 분을 꼽으라면 저는 엄마, 아빠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먼저 떠올립니다. 세상 누구보다 저희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에 저희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녁을 먹다가 엄마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집 반찬은 원산지가 모두 삼천포라고 하셨어요. 할머니께서 손질해서 보내주신 오징어를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고요. 농사지으신 당근, 무, 그리고 갈치구이, 멸치 넣고 들깨가루 넣어 무를 볶은 거, 저는 이 반찬은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들깨가루도 할머니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들깨로 기름 짜고 남은 걸로 만든 가루고 깻잎, 쌀, 홍시 만들어 먹으라고 대봉 감 주신 걸 후식으로 먹었고요. 차도 보내주신 생강과 꿀로 만든 거였으니 정말 밥상이 모두 할머니의 정성이었어요. 저희 주시려고 텃밭에 여러 종류의 야채를 많이 심으셔서 애써서 가꾸시는 것도 잘 알아요.
저희가 명절에 갔다 돌아올 땐 하나라도 더 싸 주시려고 새벽부터 짐을 싸시고 이것저것 많이 주시는 바람에 저희는 앉을 공간이 부족해서 발도 못 뻗고 의자 위에 웅크리고 앉아야 했어요. 집에 와서 풀러 놓으면 얼마나 많은지 정말 삼천포 할아버지 댁을 통째로 다 싣고 온 것 아닌가 싶어요. 샴푸, 비누, 음료수, 치약, 칫솔, 밀가루, 참치 캔, 햄, 식용유 등등. 어쩔 땐 냄비, 그릇, 찻잔까지. 할머니 댁 그릇은 오래되고 낡고 손잡이도 떨어진 걸 쓰시면서 예쁘고 선물 받으신 좋은 건 다 저희를 주시잖아요. 삼천포에 가면 맛있는 거 사 주시려고 애쓰시고 저희 집에 오시면 할아버지 평소 드시지도 않는 피자, 치킨 같은 걸 먹자고 하시는 거 저희 위해 그러시는 거 잘 알아요.
저녁 9시면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언제나 할아버지 전화예요. 저희는 “할아버지다!” 하고 금방 알아요. 저희에게 항상 자상하신 목소리의 할아버지 전화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화예요. 저희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하신 거였죠. 저희가 먼저 전화를 드려야 하는데 늘 죄송해요.
며칠 후 12월 12일 일요일은 할아버지 생신이신데 언니는 시험이 월요일이라서 공부를 해야 하고 저는 스키캠프를 가거든요. 오래 전부터 약속된 일이라서 빠질 수가 없어요. 엄마는 언니와 저를 두고 갈 수 없어서 아빠와 준형이만 갈 거예요. 삼천포가 가깝다면 저녁에라도 갈 텐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안타까워요. 할머니도 보고 싶고 작은아빠, 작은엄마랑 수민이도 너무 보고 싶어요. 생신 함께 축하해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하지만 곧 겨울 방학이니까 방학하면 뵈러 갈게요. 저도 많이 섭섭해요. 그래서 대신 이렇게 편지로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그리고 많이 많이 사랑해요.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두 분께서 건강하셔서 저희랑 오래 오래 함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공부도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자랑스러워 할 손녀딸이 되어 기쁘게 해드릴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10년 12월 눈 오는 날
손녀 주현 올림.
박주현 독자 (민백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