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헌 나누리기자 (대구복현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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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톡. "스르륵~~"
무슨 소리일까요? 요즘 아파트 현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디지털 키 소리입니다.버튼 소리를 나게 할 수도 있지만 저희집은 버튼소리조차 무음으로 해 놓아서 신경쓰지 않고 있으면 거의 들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집은 제가 7살때 엄마가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시면서 제가 열쇠관리를 잘 못할 것 같다시며 열쇠를 바꿨습니다. 열쇠를 안가져가도 걱정이 없고, 열쇠를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잠궜는지 안 잠궜는지 걱정 할 필요도 없으며 집에 아무도 없어도 누군가에게 비밀번호만 가르쳐 준다면 집안의 어떤 일도 해결 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저는 이 편리한 물건 때문에 엄마께 혼이 났습니다.제 방안에서 음악을 듣는다거나 깜박 잠이 든다면 현관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 날도 방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방문을 여시며" 아빠가 오셨는데도 너는 나와보지도 않니?"라고 하시며 아빠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혼을 내셨습니다.
예전 엄마 어릴 때는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현관 앞에 식구들이 서서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가방도 받아 드리고 신발도 가지런히 놓고 했는데 저는 그러기는 커녕 나와 보지도 않는다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좀 억울했습니다. 소리가 안들렸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초인종을 눌러 누군가 문을 열어 드려야만 했기 때문에 현관 앞에 서서 인사하는 것이 가능했을 수 있지만, 요즘 디지털 키는 자기집에 들어오면서 초인종을 누르는 일이 거의 없게 되었으니까요.
엄마께 그렇게 말씀을 드리니 엄마는 "아빠 오실 시간 쯤에는 좀 신경을 써서 꼭 나와서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빠가 들어오셔서 제 방 문을 열고 먼저 인사하신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 키가 생활의 편리함을 많이 주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가족간의 예의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족이라면 누군가 밖에서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 줘야 하는데 "스르륵~" 열리는 문에 그냥 들어와서 각자의 방으로 조용히 들어가버리면 가족간의 대화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빠께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아빠가 들어오실 땐 키를 누르지 말고 초인종을 눌러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면 제가 아빠 들어오시는 문을 열어드리며 큰 목소리로 인사할 것입니다. "다녀오셨습니까? 고생하셨습니다" 하며 아빠의 외투도 받고 아빠의 신발도 가지런히 놓을 것입니다. 편리함이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 주는 것은 틀림없지만 약간의 불편함이 더욱 인간적이고 따뜻한 애정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여러분 댁의 디지털 키 편리하기만 하신 것은 아닌가요?
최시헌 나누리기자 (대구복현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