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원 나누리기자 (충암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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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배우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주가 잘 되지 않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음악을 그만 둘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슬럼프를 견뎌내고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기만 해도 인정이 많고 푸근함이 느껴지는 연주자 한 명이 있다. 바로 김필배 호르니스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및 독일 Wuerzburg 국립음대를 졸업한 김필배 호르니스트는 크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및 예술의전당 <김대진의 음악교실> 등에 초청되어 연주하였고, 청주시립교향악단 단원, 원주시립교향악단 객원수석,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객원수석, 프라임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석단원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한 때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하여 악기에서 손을 놓은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되찾아 현재는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호르니스트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김필배 연주자가 8월 6일, 에듀클래식 3 - 금관악기 편의 협연자로 나섰다. 그 날 공연의 두 번째 곡인 모차르트의 호른 콘체르토 1번 1악장을 협연하기 위해서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호른의 연주로 관객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든 김필배 연주자를 공연 뒤 만나보았다. 김필배 연주자는 많이 지쳐 보였지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1. 호른(Horn)은 영어로 ‘뿔’이라는 뜻인데, 영어를 쓰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는 호른을 부르는 말이 따로 있나요? 또 호른의 특징, 그리고 오케스트라에서의 역할도 말씀해주세요.
나라에 따라 코르노, 프렌치 호른, 발트 호른 등으로 부릅니다. 또한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알프스산계 목장에서 쓰이는 나무나 나무 껍데기를 감은 알펜호른도 호른의 일종입니다. 관이 감겨있지 않은데, 짧은 것은 40cm, 긴 것은 4m까지 있다고 합니다. 호른의 특징은 부드러운 소리와 센 소리를 둘 다 낼 수 있고, 관이 굉장히 길다는 것입니다. 또한, 오케스트라에서는 허리와 같은 중간 역할을 해줍니다.
2. 호른이라는 악기는 저와 같은 초등학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텐데요.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호른 연주곡 몇 가지를 추천해 주세요.
가장 대표적인 협주곡으로는 모차르트의 호른 콘체르토 1번, 차이코프스키의 5번 2악장 등이 있습니다. 모차르트 호른 콘체르토 1번은 오늘 제가 연주했던 곡이지요. 호른의 부드러운 음색으로 인해 처음 듣더라도 전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3.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있으신가요? 그리고 많은 악기들 가운데 금관악기인 호른을 선택하신 이유도 말씀해 주세요.
중학교 때 텔레비전에서 E.T 영화를 보았었는데, 그 주제가에 나오는 한 악기 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 소리를 내는 악기가 무엇인지 찾아 보았더니 호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소리를 내고 싶어 호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 저는 공부를 하다 잘 되지 않으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연주자께서는 한 때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하여 악기에서 손을 놓으신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슬럼프를 어떻게 견뎌내셨나요?
대학입시에 합격을 하니, 해방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싫고, 놀고만 싶어졌고, 1년 정도 연습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연습을 하지 않게 된 이유는 해방감 때문만이 아니라 연주를 잘하고, 음을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조바심, 그리고 압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보통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군악대로 많이 가는데, 저도 해군에 입대해 군악대를 하면서 연습, 식사 등의 모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다 보니 조금씩 좋아져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호른과 같이 큰 폐활량을 필요로 하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오전에 워밍업을 끝내는 것, 둘째로 운동, 그 중 유산소운동을 일주일에 3번 이상 하는 것, 마지막으로 마음의 휴식을 위해 한 달에 책을 2권 이상 읽는 것입니다. 지금도 꾸준히 원칙을 지키고 있고, 제자들에게도 항상 그렇게 말합니다.
5. 독일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들어갈 오케스트라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주자의 채용은 극히 적은 인원이라서 더욱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칸타빌레 콘서트의 S오케스트라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오케스트라는 정년 은퇴가 없고 노년까지도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자리가 나질 않습니다. 특히 적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호른과 같은 금관악기를 하는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한 때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에 합류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라서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젊은 친구들도 많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도 되었습니다. 즐겁게 하려는 취지들이 음악을 생동감 있고, 밝게 만들었습니다.
6.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가지셨을 텐데, 이 공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작은 교회에서 재능기부로 10인조 정도의 금관 앙상블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연주가 끝나고 악기를 정리하고 있는데 허름한 옷차림의 할머니 한 분께서 오셨습니다. 그 분께서는 마치 바지 주머니 깊숙한 곳에 숨겨놓기라도 한 듯한 꾸깃꾸깃한 1만원 권 지폐 5장을 꺼내 너무나도 감동을 받았다며 제게 주셨습니다. 그 때 할머니의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보고 저는 ‘이래서 음악을 하는 것이 행복하구나,’ 라고 생각하며 이처럼 직접 찾아가서 연주하는 음악 봉사활동도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향과 함께 공연을 가진 김필배 호르니스트. 올해 33세의 그는 앞으로도 여러 오케스트라의 객원 연주자로서, 또 자선 공연 등을 통해 재능기부자로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김필배 호르니스트로부터 그 동안 잘 알지 못하고 있던 금관악기에 대한 정보도 얻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 앞으로 슬럼프가 찾아온다면 김필배 연주자와 같이 예정된 시간을 정확히 맞추려고 노력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여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박재원 나누리기자 (충암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