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 독자 (서울방산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44 / 조회수 : 541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나에게 푸른누리 기자로서의 첫 탐방이 주어진 날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평화로운 민주화를 위해 모두가 들고 일어선지 50년이 흐른 날이다. 날씨는 흐렸다. 나는 원래 예정되어 있던 영어마을 체험도 연기하고 아침 일찍부터 수유역 6번출구로 향했다. 집이 서울이라서 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무척 설렜다.
6번 출구 앞으로 가니 벌써부터 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고 지도 선생님도 2분 계셨다. 또 국가보훈처에서 세워둔 [4.19 민주항쟁 50주년 기념식장 셔틀버스 타는 곳]이라는 말이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반가웠다. 모르는 사이인 기자들끼리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장소 문자를 4번 가까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늦거나 장소를 착각하는 기자들이 있어서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셔틀 버스를 타는데 차 좌석이 모자라서 나는 다른 지도 선생님 한 분과 함께 다음 차에 타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우리를 격려하고 귀여워해 주셨다. 그래서 더욱 힘을 내고 마음을 다지고 사전조사한 내용을 되새겼다.
기념식장 앞 까지는 장난을 치고 웃고 떠들고 했는데 들어서며 가슴에 뱃지를 다는 순간 경건하고 진지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의자에는 ‘어린이 기자단’이라는 글씨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고 의자 위에는 안내문과 우비가 있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다들 우비를 써서 주위가 온통 하얬다.
기념식은 개식, 국기에 대한 경례, 묵념, 헌화·분향, 개회사, 기념영상 관람, 공로자 포상, 기념사, 기념공연, 4.19의 노래 제창, 폐식 순으로 진행되었다.
국민 의례를 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3개의 태극기와 애국가이다. 보통 국기는 1개만 게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3개의 태극기가 게양되었기 때문이다. 3개의 태극기는 각각 자유, 민주, 정의를 상징한다고 한다. 자유, 민주, 정의는 4.19 민주항쟁의 3대 정신이기도 하다. 애국가는 1절에서 4절까지를 모두 불렀는데 울먹이며 부르는 분들이 계셔서 세상 가장 슬프고 애절한 애국가로 느껴졌다.
개회사는 4.19 50주년 기념 사업회장 이기택 회장님께서 맡으셨다. 독재자의 총칼 앞에 쓰러진 동지를 업고 서대문 이기붕 씨의 집으로 달리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기택 회장님은 인간적이고 심금을 울리는 개회사를 해 주셨다. 또, 헌법 전문에 명시되었지만 인정받지 못하던 4.19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많은 인정을 해 주셔서 기쁘다는 말씀도 하셨다.
기념영상은 다소 충격적이고 잔혹하게 꾸며졌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위해 자유당 불법선거에 대항한 시민들을, 자유당 정권은 조직폭력배와 경찰까지 동원해 몰아내고 잠재우려고 애를 썼다. 학생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죽어가게 내버려두고, 수많은 시민과 꽃다운 학생의 생명을 앗아가고,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시민들을 외면한 정부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화가 나고 나까지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우리 나라의 민주 시민이 될 자격이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로자 포상에는 김수자 할머니, 배극일 할아버지, 오진모 할아버지, 전배열 할아버지, 천진환 할아버지, 황이연 할아버지, 허동진 할아버지 등이 계셨다. 그 큰 공을 세우고 받는 공 치고는 작았지만 여태까지 살아계시며 포상받으실 분이 계시다는 것이 기뻤다. 그 시절에 공을 세운 모든 분들이 포상을 받으시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이 느껴져 슬펐다.
대통령 기념사는 기대한 것 보다 더욱 감동적이었다. 우렁찬 함성이 들리는 듯 하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내 귓가에도 우렁찬 함성이 들리는 듯 했다. 빈곤, 부정부패, 남북분단 등의 문제를 강하고 노골적으로 지적하시며 순수했기에 위대했다는 말씀을 특히 강조하셨다. 좁고 추상적인 정치와 정신에서 벗어나 순수한 정의와 열정으로 새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4.19의 노래는 애국가보다도 더욱 장엄하고 비장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1. 눈부신 젊은 혼이 목숨을 바쳐
독재를 물리치고 나라 건졌네
분노가 폭발되던 4월 19일
우렁찬 아우성은 메아리 되어
민주대한 역사 위에 길이 남으리
이루자 민주 통일 그 정신으로
눈부신 젊은 혼이 목숨을 바쳐
독재를 물리치고 나라 건졌네
2. 짙은 피 솟구치는 우람한 넋은
이 겨레 살 길을 바로잡았다
정의의 폭풍 일던 4월 19일
아릿다운 봉오리 외치던 소리
민주대한 역사 위에 길이 남으리
이루자 민주 통일 그 정신으로
짙은 피 솟구치는 우람한 넋은
이 겨레 살 길을 바로잡았다
비통하고 슬픈 가사와 선율에 맞게 모두가 합창하는 것이 정말 비통하고 슬펐다.
실은 한 번도 몇 년후 대한민국 성인으로써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국민으로써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감사함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늘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늘 우리 곁에 존재하는 공기처럼 꼭 필요하고 감사한 것인데 당연하다는 생각만 하지 않니? 언제나 감사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인데, 피흘리며 그것을 지켜낸 우리의 부모님, 조부모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니?"
국민으로서의 권리는 커녕 살아갈 생명의 권리조차 빼앗기고 짓밟히며 살았던 우리의 국민들. 그것을 참아낸 것도 대단하고 훌륭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죽여지고 밟히면서까지 투쟁한 우리의 국민들. 자신의 나라를 되찾은지 10년만에 자신의 나라를 발칵 뒤집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위험도 모두 감수하고 민주를 갈망했던, 우리 국민들. 꿈이 있던 젊은이들의 피가 지금 우리의 민주적 권리를 지켜주고 있다.
만약 세상이 불공평하다 느껴질 때, 민주적 권리가 없는 나라라 느껴질 때. 컴퓨터를 켜서 검색창에 [4.19민주항쟁]을 검색해 보자. 지금 우리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는지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언제나, 나와 내 후손, 내 나라의 자유와 민주, 정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나설 민주적 국민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다빈 독자 (서울방산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