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서 독자 (이천송정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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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치이익!!
‘조금만 참자, 조금만. 조금만 있으면 나갈 수 있어. 사람들에게 건강을 줄 수 있는 맛있는 밥이 되어 나갈 수 있어.’
마치 압력밥솥에 쌀들이 속삭이는 소리 같다. 그러나 난 눈을 감는다. 아침밥을 먹기보다 난 잠을 선택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난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엄마의 성화에 난 오늘도 졸음을 참고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갔다.
참 이상하다.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어른들은 자꾸 밥을 먹으라고 한다. 햄버거, 피자, 떡볶이 같이 먹을 것도 많고, 또 맛있는데, 왜 꼭 하루 세 끼 밥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밥투정을 부리는 저를 아빠가 조용히 부르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쌀 한 톨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봄에 모내기를 해서, 매일 매일 돌봐주기를 꼬박 여섯 달이 넘어야 벼가 익어 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나긴 쌀 여행이 시작됐다.
쌀이란, 단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기 이전에 우리민족의 정신이라고 하셨다.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민족과 늘 함께 했던 것이 바로 쌀이라고 한다. 작게는 한 끼의 식사이지만, 크게는 명절이나 큰 행사에 쓰이는 떡도 쌀로 만들고, 어른들이 좋아하시는 술도 쌀로 만든다고 했다. 또 벼를 추수할 때 ‘품앗이’라는 것을 하였는데, 이것은 일손이 부족하면 이웃 간에 서로 도와주었던 풍습이라고 한다. 이렇게 쌀이란 먹을거리를 떠나서 우리민족의 얼이 담긴 또 하나의 역사라고 하셨다. 그러니깐 쌀을 먹는 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끈이라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는 쌀보다 더 맛있고, 고칼로리를 먹으면서 비만과 성인병에 노출이 되어 있다. 어렵고 힘들었던 옛날에는 그저 쌀밥이라면 최고였다고 한다. 그 때는 쌀이 반짝 웃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쌀이 울고 있다.
쌀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어 작년 한 해 1인당 쌀 소비량이 74kg밖에 안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쌀은 우리민족과 반만년 역사를 함께 해 온 에너지의 원천인데 이런 결과를 보고 지금쯤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인스턴트식품인 빵과 고기로 인해 우리 쌀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점점 빼앗기고 있다.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밥이 보약’이라는 하셨는데, 그것은 쌀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영양소와 그 효능 때문이다. 쌀에는 식이섬유는 물론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해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비만과 성인병을 막아준다고 한다.
이런 것도 모르고 밥투정만 부렸던 내가 창피할 뿐이다. 아직도 이런 쌀의 슬픔을 모르고 밥 대신 빵과 피자를 찾는 친구들에게 알려 주어야겠다.
햇빛이 쨍쨍 비친다. 넓은 들녘 한 가득 햇빛이 비치고 있다. 마치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것 같이 벼가 고개를 숙이고 쌀이 되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부모님과 시골 가는 길에 본 적이 있다. 저 들판 끝에 붉은 노을이 있고, 그 안에 마치 보물같이 반짝이는 황금물결. 꼬박 일 년 동안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뜨거운 햇빛을 이겨 그 안에 쌀이 가득하기를 기다리는 고개 숙인 벼를 본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우리 쌀의 소중함을..
그리고 또 결심해 본다. 밥을 먹을 때마다 그 쌀을 만들어 주신 농부들의 땀과 노력에 대해 감사하면서 먹을 것을 말이다.
쌀아, 미안해. 이제부터는 밥투정 안하고, 맛있게 먹을게.
장휘서 독자 (이천송정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