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독자 (대구수창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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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아 일어나!"
"엄마, 조금만 더 잘래..."
"너 벌초 안 따라갈 거야?"
"아 참, 오늘 벌초가는 날이었지!"
지난 9월 5일, 엄마가 산에 가면 힘들다는 경고를 무릅쓰고 끝까지 부모님을 설득시켜서 아버지의 고향인 합천으로 벌초를 하러갔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빨리 준비해서 고속도로에 갔지만 사람이 많았다. 여러 사람들도 오늘이 일요일이라 벌초를 많이 가는 모양이었다. 총 11개의 산소를 벌초했는데, 친척들이 많이 모여 빨리 끝났다. 나는 ‘벌초하는 모습은 어떠할까?’라는 궁금증과 설레는 마음으로 산을 가볍게 올랐다. 저번 태풍 ‘곤파스’ 로 인해 땅이 조금 미끄러웠지만 무성하게 자란 풀 덕분에 미끄러지지 않고 잘 올라 갈 수 있었다. 잠시 후에 일어날 일은 상상도 못한 채...
먼저 증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산소에 갔다. 많은 풀에 덮여 무덤인지도 몰랐다. 삼촌들과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께서 낫과 예초기를 들고 풀들을 잘라내었다. 모든 친척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한 대가로 30분 쯤 지나자 무성하게 자라있던 풀들은 자취를 감추고 아주 깨끗한 산소가 되어 있었다. 풀을 다 뽑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나도 잡초를 뽑았는데, 모르고 뿌리까지 다 뽑아 흙이 조금 깎였다. 나 때문에 무덤을 망친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했다. 하지만 아주 조금 깎인 것이라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바로 이 상황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날도 더운데 습기도 차오르니 당연히 산모기가 있기 마련이다. 원래는 팔에 끼는 토시를 다리에 하고 완전 무장을 했지만, 역시 산모기를 이기기는 어렵나 보다. 옷을 뚫고 우리의 소중한 피를 빨아먹는 모기들. 그 덕분에 나는 모기들에게 헌혈을 하고, 간지러워서 온 몸이 퉁퉁 부었다. 그래서 모기약을 발랐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증조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절을 하고 산 밑으로 내려갔다.
모기에게 헌혈을 한 간질간질한 다리를 참으며 그 다음은 고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무덤으로 갔다. 그 곳은 산 속이 아니라 모기는 없었지만 벌이 있었다. 벌이 나에게로 윙~윙~ 날아오는데 쏠까봐 정말 무서웠다. 엄마와 나는 벌도 많고 벌초도 마침 다 끝내어, 절도 하지 못한 채 둘이서만 산소를 내려왔다. 고조 할머니, 할아버지께 절을 못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엄마와 내가 산소를 내려간 뒤 삼촌들과 아버지, 할아버지는 산 속에 들어가 더 남은 산소들을 벌초하고 오셨다. 그 동안 천막 안에서 편안히 쉬고 있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오는 아버지와 여러 친척들을 보자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점심도 가벼운 컵라면인데... 오늘 여러 친척들께서 정말 많이 고생하신 것 같다.
푸른누리 기자 여러분, 벌초를 가실 때는 모기약도 필수지만, 모기에 안 물리시는게 필수! 입니다. 여러분 벌초 가실 때 조심하세요!
박소영 독자 (대구수창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