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리빈 기자 (상당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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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주말 우리 가족은 제 23회 의령 전국 민속 소싸움 대회가 열리고 있는 의령을 찾았다. 제 23회 의령 전국 민속소싸움 대회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의령읍 무전리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내 민속경기장에서 열렸다. 민속소싸움대회가 열리고 있는 의령읍 무전리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내 민속경기장은 흐린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소싸움은 수소끼리의 싸움이며, 우리 농경사회와 소를 기르기 시작할때부터 자연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싸움의 시기도 추운 겨울철이나 농사철을 피해서 곡식이 익고 소들이 들판에서 풀을 배부르게 뜯어먹어 영양과 운동근육의 활력이 왕성한 때인 백종날(음력 7월 보름날, 백중)이나 추석날의 명절 등에 축제와 같은 풍속으로 정착돼 왔다고 한다.
의령의 소싸움은 고려 말 공양왕 때 진주 목사의 관할에 있던 의령현과 합천군의 속현이었던 신번현(현재는 신반)이 합쳐진 후 이 두현이 동서로 나눠 서로의 힘겨루기를 소싸움을 통해 했다고 한다. 또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장군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낙동강과 남강변에 일제히 소를 몰아내어 곳곳에서 싸움을 붙여 모래바람과 함성으로 의병들이 많아 보이게 하여 정암진 승첩을 이끌어 내는 전략으로 사용했기에 오늘날 소싸움을 의병제전을 계기로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의병제전과 함께 4월에 개최하는 행사인데 구제역 발생과 장마로 연기가 되어 이제야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소싸움을 처음 보았다. 싸움소들의 입장부터 시작해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소싸움은 몸무게에 따라 소들을 크게 3체급으로 나누어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3체급이란 갑종(751kg이상),을종(661kg이상),병종(600kg이상)을 말하는데 그 무게에 너무 놀랐다. 그 중에서는 1150kg이나 되는 소도 있었다. 이렇게 무거운 소들의 움직임이 둔하고 느리지 않고 재빨라서 더 놀라웠다.
소들이 크고 무거워 싸움이 무척 격렬할거라 생각했는데 내생각엔 소들의 싸움이 무척 정적이었다. 서로 관망하다 밀치기, 머리치기, 뿔치기 등의 싸움 기술을 쓰는데 잠시 싸우다 또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싸움에 관심 없어 보이기까지 해서 주인을 애태우는 소도 있었다.
싸움이 지루해져 갈 무렵이면 다시 한 번 열심히 싸우고 그러다 싸움에 진 소는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싸움을 지켜보니 승부가 단박에 표시나는 것 같지는 않고 꿇거나 밀리면 싸움에서 지게 되는 것 같았다. 경기장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어 소들의 이름과 싸우는 모습과 봐서 보지 못했는데 경기장 주변 소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가까이서 소를 보니 소들은 뿔과 머리만 써서 싸우니까 머리가 다까진 소도 있었다. 하얀 이마 부분이 무척 안쓰러웠다. 야신, 새벽, 궁이, 뿔짱, 석물등 소들에게는 다들 이름이 있었는데 오늘 내가 본 소들 중 가장 멋져 보이는 소는 "뿔짱"이름의 소였다.
소싸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남부, 일본, 인도네시아, 타이 등 농경문화가 있는 나라에서는 볼 수 있는 민속 세시풍속이라고 한다. 사실 머리가 까진 소를 보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아무튼 싸움이라 좀 마음이 언짢기도 하지만, 투우 경기와 비교해 보면 우리민족의 민속소 싸움은 정말 점잖고 인간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싸움에 이긴 소나 진 소나 다 점잖게 마무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을 다치게 하고 소를 죽이는 그런 잔인한 싸움이 아니라서 참 좋다. 내년에도 오늘 만난 소들이 건강하게 행사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홍리빈 기자 (상당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