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지 나누리기자 (부천북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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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학년 때 친구 승미의 목도리를 도와 떠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뜨개질이 너무 재미있어서 승미를 만나는 점심 시간이 매일 기다려졌습니다. 그러나 승미가 점심 시간에 합창부 연습을 하게 되면서 그때의 그 감동도 점점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게 되었습니다.
올해 겨울이 되자 저와 친한 친구가 학교에 뜨개질을 가지고 와서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보자 ‘나도 이번 겨울에는 목도리와 모자를 떠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 겨울에 승미가 샀던 것과 비슷한 뜨개질 세트를 제 용돈으로 사서 구석에 두었던 것을 꺼내 세영이라는 뜨개질 잘 하는 친구에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첫 코 만드는 법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연습삼아 떠보니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실전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포근포근하고 겨울에 어울리는 빨간색 털실을 사서 세영이에게 도움을 받아 목도리를 만들었습니다. 털실 3뭉치를 사서 이은 후 하나의 털뭉치로 커다랗게 만들었는데, 정말 나중에는 감는 손이 감당을 못할 정도로 커다란 털뭉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는데 그 날이 11월 22일이었습니다. 무늬는 2코 고무뜨기로, 초보 중에도 왕초보였던 저인지라 꽈베기 같은 고급 기술은 쓰지 않고 그냥 단순한 2코 고무뜨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만들었습니다. 중간에 실이 부족해서 2뭉치를 더 사서 이었습니다. 그리고 12월 9일이 되어 드디어 목도리를 다 뜨고 술을 달았습니다. 원래 술은 코바늘로 달아야 하는 것이지만, 저에게는 코바늘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 대바늘로 해달라고 부탁해서 그냥 한 번 도전해본 세영이는 놀랍게도 대바늘로 술달기에 성공했습니다.
코바늘이 아닌 대바늘로 매듭 숨기기에 도전한 세영이를 저는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매듭이 7개나 있었는데, 그 많은 매듭이 모두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로써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도리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너비와 길이를 조금 더 길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하지만 처음 만든 것 치고는 꽤나 괜찮았습니다. 엄마는 목도리를 아주 잘 떴다고 칭찬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첫 코도 만들 줄 알게 되고, 술다는 법은 잘 모르지만, 대바늘로 매듭 숨기는 법도 익히게 되었습니다. 빨간 목도리를 다 뜨고 나서 12월 20일 월요일 저는 또 다시 모자뜨기에 도전했습니다. 모자는 목도리보다 더 어려운 것이긴 했지만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쉽게 모자를 떴습니다.
하지만 코줄임을 다 하고 나서부터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잇는 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털실 파는 곳에 가서 돗바늘을 사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도움을 청했더니 아주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여기서 산 실로 뜬 것만 도와준다." 뜨개질 방에는 추운 날씨인데도 뜨개질을 배우려는 아줌마들로 꽉 차 있어서 아주머니는 바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학을 해서 세영이의 도움도 청하지 못하고 혼자서 독학으로 모자를 완성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일단 인터넷을 뒤져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훑어보니 괜찮은 동영상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동영상을 보고 참고하여 나만의 방법으로 모자를 완성했습니다. 완성된 모자를 보자, 뭔가 20%가 부족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2%가 부족하든 20%가 부족하든 내가 만든 모자라는 점에서 완벽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성탄절 전에 모자세트를 완성하려고 열심히 뜨개질을 하여 그렇게 4일만에 처음으로 뜨는 모자를 완성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빨간 목도리, 빨간 모자를 쓰고 작년에 교회에서 선물로 받은 빨간 벙어리 장갑을 끼고 다녔습니다. 정말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복장이지 않습니까? 목도리세트를 다 떠서 두르고 다니니 굉장이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뜨개질을 잘 하게 되면 겨울에 목도리나, 모자, 장갑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서툴러도 직접 만들어서 정성이 담겨 있는 선물이니 기뻐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허은지 나누리기자 (부천북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