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나누리기자 (서울치현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7 / 조회수 : 415
지난 초등학교 6년을 함께한 나의 죽마고우가 있다. 바로 정석현 학생이다. 우리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그리고 5학년도 같은 반이었고 4,6학년도 친한 친구였다. 한마디로 초등학교를 항상 같이 함께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무척 친절하며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친구다. 그 친구와 함께한 추억은 셀 수 없이 많다. 친구 집을 내 집처럼 일주일에 4일 정도를 꼬박꼬박 놀러가던 것부터 동네 탐험을 떠난다며 온 동네를 돌아다닌 것, 학원을 가듯이 놀이터에 간 것, ‘성 놀이’라는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논 것, 놀이터에서 미션을 정해 놓고 해결하며 논 것, 가시덤불 속을 기어다닌 것, 비오는 날 물이 많이 흘러내리는 운동장 끄트머리에 댐을 쌓고 논 것, 얼음 위에서 축구한 것, 광화문 주변을 탐방한 것 등이다.
대표적인 추억을 소개하자면 ‘성 놀이’라는 놀이를 개발한 것이다. 미끄럼틀을 성으로 치고 공격/수비로 나누어 공격역할은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오고 수비역할은 모래를 미끄럼틀로 흘려보내어 미끄럼틀을 더 미끄럽게 하거나 미끄럼틀에 진동을 일으키는 등 공격 역할이 못 올라오게 하는 놀이이다. 물론 흙을 미끄럼틀 위로 올려놓을 대에는 양족이 서로 협력하여 올려보낸다. 우리는 이 놀이로 몇 년을 신나게 보냈다. 공성전의 원리를 깨칠 수 있었던 아주 재미있는 놀이였다. 우리가 이 놀이를 개발한 추억의 장소는 운동장 끄트머리에 있는 옛날의 헌 미끄럼틀이다. 우리가 놀이를 개발한 추억의 미끄럼틀은 낡아 철거되어서 사라지고 더 낮아진 새 미끄럼틀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리 새거라도 우리의 헌 미끄럼틀보다 좋을 리가 없었다.
위험해 보이는 가시덤불 속을 기어다닌 적도 있었다. 우리 학교는 지대가 조금 높다. 남쪽으로 갈려면 우리 학교에서 10미터즘 더 내려가야 한다. 우리 학교 운동장 끝에는 철망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철망 밑으로 떨어지면 매우 위험하다. (떨어질 일은 없다.) 그리고 그 앞에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다. 철망과 가시덤불 사이에는 작은 틈새가 있다. 그 철망과 가시덤불의 길이는 100m정도이다. 나와 친구들은 가시덤불과 철망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모험을 즐긴 것이다. 그 100m를 다 가본 적도 잇다. 운동장 저 끝에서 이쪽 끝까지 가시덤불 사이를 헤치고 갔다. 팀험가가 꿈이였던 나는 모험을 즐기는 일을 매우 좋아하였는데, 이 점은 친구들도 마찬가지여서 함께 즐겼다. 스릴이 넘치고 동굴을 탐험하는 맛이 났다. 옷이 더러워지긴 했지만 가시에 찔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틈도 좁았는데 어떻게 그 안을 다녔는지 지금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지금은 맘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마음을 먹을 수가 없다. 많은 추억을 남긴 이 가시덤불도 배놓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이다.
비가 오는 날, 비를 피해서 집으로 가기는 커녕 물바다가 된 운동장 끄트머리에서 쉴새없이 쏟아지는 빗물 폭포를 막기 위해 돌들과 자갈로 빗물이 많이 흘러내리는 곳에 댐을 만들겠다고 몇 시간을 빛 속에서 있던 적이 있었다. 우산을 텐트처럼 덮어쓰고 빗물을 따라잡기 위해 쉴새없이 우리도(나와 정석현 학생) 댐을 만들었다. 무너지고 무너지고... 완전히 막기는 힘들었지만 댐처럼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다. 마치 내가 훌륭한 건축가가 된 것 같았다. 토목공사라는 단어를 배우고 토목공사 한다고 빗물에다 댐짓고 뭐짓고 한 적도 있었다. 한 번만 댐짓기를 한 것도 아니고 비가 올 때마다 몇 번은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물바다가 된 운동장에서 실컷 비맞으며 뛰어다니고 가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난로를 쬐며 있기도 하였다. 이 댐도 역시 운동장 끄트머리에 있다. 운동장 끄트머리는 좋은 추억의 장소이다.
빗속에서 운동장 끄트머리에 댐을 만들던 것이 기억나는지 정석현 친구를 인터뷰해 보았다.
나: 빗속에서 빗물이 흐르는 것을 막으려고 댐을 쌓던 일이 기억납니까?
정석현: 기억납니다. 돌로 댐을 만들 때에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어릴때였는데...
이곳 학교 말고도 마을에 추억의 장소는 많다. 동네 탐험 한답시고 개화산에서 돌을 캐던 장소, 탐험하고 돌아오며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본 ‘3억원을 드립니다’라는 광고. 그 광고가 붙어있던 곳도 은근히 추억의 장소이다. 우리 둘이 추워서 3억원이 생기면 바로 사우나에 갈 것이라고 말한 바로 그 장소이다. 광화문에 탐방 갈 때마다 점심을 먹던 ‘미진’메밀국수집 등이다.
추억과 그 장소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니 옛날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졸업을 앞두고 초등학교때의 추억들을 생각해보니 꽤 많았다. 많은 추억의 장소들과 추억들은 많았지만 학교에서의 추억의 장소들은 대부분 운동장 끄트머리였다. 우리 치현초등학교의 운동장 끄트머리는 앞으로도 계속 나의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다. 타임캡슐이라도 하나 묻어둘걸 그랬다. 나의 초등학교 6년은 많이 즐거웠던 것 같다. 친구와 함께한 추억은 매우 소중하다. 중학교 가서도 이런 추억들을 남기고 싶다.
아직 졸업을 하지 않고 이제 5,6학년이 되는 기자 친구들도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 추억의 장소들을 많이 기억해 두길 바란다. 졸업을 할 때에 뭔가 새로운 느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때가 그립다는 느낌 등 소중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승호 나누리기자 (서울치현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