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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09월16일

동화 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321 / 조회수 : 4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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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카네이션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우리엄마의 생일날이기도 하다. 우리엄마는 눈도 안보이고 다리 한 쪽을 심하게 저는 장애인이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올 때 마다 눈을 감고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마중 나오는 엄마가 창피하다.

지난 어린이날, 엄마는 간만에 화장을 했다. 엄마는 눈이 안보이니까 내가 화장을 해 줘야 했다. 엄마 친구를 만나러 가는 가보다 싶었는데 나랑 공원에 가겠단다. 난 엄마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친구들과 놀기로 약속을 잡았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탔다. 경주도 해 보고, 높은 곳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바람을 느끼기도 했다.


슬슬 엄마가 걱정되기 시작 했다. 눈도 안보이고 다리도 절뚝거려서 한시라도 내 도움이 없으면 안 되는 우리 엄마인데…. 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닐까? 설마, 그래도, 혹시? 내 마음이 망설여졌다.


"소정아, 나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

"벌써 가니? 아쉽다. 다음엔 재미있게 놀자. 희영아, 잘 가~"


난 속으로, ‘아 정말! 우리 엄마 짜증나! 왜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날 고생시키는 거야?’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보니 엄마가 있었다. 냉장고 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채로.


“엄마! 눈 좀 떠 봐, 엄마!”


장애인이라서 항상 창피했던 우리엄마가, 날 항상 귀찮게 했던 엄마가 쓰러졌는데 이상하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내가 다치지’하는 생각도 났다. 울고불고 얼굴이 눈물 콧물범벅이 된 나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여기 우리 엄마가 쓰러졌어요, 빨리 와주세요.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연두동 초록마을 7번지예요. 빨리 와주세요."


나는 엄마를 꼭 껴안고 있었다. 이상하게 엄마에게서 손이 떼어지지 않았다. 난 이런 엄마를 두고 친구들과 놀러 나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였다. 나는 불끈 주먹을 쥐고 내 머리를 연신 때렸다. 정말 이렇게 못난 딸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드디어 구조대원들이 왔다. 우리 엄마는 병원차를 타고 풀잎병원으로 옮겨졌다. 잠시 후 아빠가 헐레벌떡 회사에서 돌아왔다.


"여보, 여보, 눈 좀 떠 봐!"


나는 아빠가 우는 것을 그 때 처음 보았다. 아빠가 의사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제 아내 괜찮은 거죠?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죄송하지만, 뇌에 큰 충격이 간 것 같습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의사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하셨다. 그리고 엄마는 계속 입원을 하고 계셨다. 우리는 그 다음날까지 병원에서 밤을 보냈다. 아빠는 초점 없는 눈으로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고 계셨다. 밤새 별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햇님도 슬픈 얼굴로 다시 병문안을 왔다. 엄마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저 의식을 잃은 채 병원 침대위에서 산소 호흡기를 달고 곤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다음날도 나아진 것은 없었다. 나는 엄마가 금방이라도 깨어나 내 손을 잡고, ‘희영이구나!’ 해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절망스러웠다.


"엄마, 엄마! 이렇게 가면 안 되잖아. 나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것도 봐야하고, 나 결혼 하는 것도 봐야 하잖아. 이번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도 만들었단 말이야. 엄마…"


나의 닭똥 같은 눈물이 잡은 엄마 손등 위로 뚝뚝 떨어졌다. 갑자기 엄마 손이 꼼지락 거렸다. 내 눈물이 엄마의 마음에 전해져 기적을 일으킨 것일까?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 덩달아 아빠와 의사선생님의 눈도 커졌다. 아빠와 나는 엄마가 의식을 찾을 수 있도록 엄마를 불렀다.


"희영 엄마!, 엄마!"


엄마가 우리를 불렀다. 가냘프고 작지만 또렷히.


"여보, 희영아..."


엄마는 일어나려 했다. 우리는 말렸다. 엄마는 천천히 몸을 회복 했고, 내가 처음으로 준비한 눈물 묻은 카네이션도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회복 수술을 받을 만큼 건강을 회복한 엄마였다.


의사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기적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요! 가족애가 어머님의 건강을 되찾아 준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엄마는 내가 다녀오면 먹일 내 간식을 챙기려고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다가 내가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부엌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것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었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이었다. 나는 엄마를 꼬옥 안았다.


엄마는 나를 더듬거려 보더니, "희영이구나"하고 웃으셨다. 엄마는 생에 처음 받아보는 딸의 카네이션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 인터넷 보고 처음으로 카네이션 만들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 히히 그리고 엄마 정말 미안해. 엄마가 장애인이어서 창피해야 할 게 아닌데, 엄마가 장애를 갖고도 날 다른 애들이랑 비교해서 부족함 없이 키워준 게 고마운 건데 항상 엄마가 곁에 있어서 깨닫지 못했어. 엄마 마음에 상처 준 말들, 정말 미안해."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희영아, 장애인 엄마를 둬서 창피한 건 엄마도 이해한단다. 친구들 왔을 때 엄마가 눈도 못 뜨고 다리도 절뚝거리면 얼마나 부끄럽겠니. 하지만 엄마는 다른 친구들에게 네가 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단다. 이런 부족한 엄마에게서 태어 나 줘서 고맙다, 내 딸아."


나와 엄마는 서로 껴안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엄마의 눈물이 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말. "엄마가 우리엄마라서 난 정말 행복해. 그리고 엄마, 사랑해…."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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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현
군산구암초등학교 / 6학년
2010-05-24 21:22:29
| 감동적인 이야기예요.
정유진
광신중학교 / 1학년
2010-05-23 23:48:33
| 마음이 따뜻한 동화이야기,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이지영
서울명덕여자중학교 / 1학년
2010-05-22 22:09:09
| 저도 예전에 아빠가 이처럼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하늘이 노랗더라구요... 119에 처음으로 전화도 걸어봤구요. 마음이 찡한 동화였습니다...
김민아
오마중학교 / 1학년
2010-05-22 20:04:42
| 정말 감동적인것 같고 나도 몰르게 엄마에게 죄송함이 느끼네요 감동적인 이야기 잘봤습니다.
김성환
2010-05-22 18:48:18
| 엄마가 항상 옆에 있어서 그 소중함을 몰랐던것 같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서윤정
대연초등학교 / 6학년
2010-05-21 11:33:24
| 감동적인 이야기네요~ㅅ6ㅅ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5-20 21:31:11
| 모두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지은
천안용곡초등학교 / 6학년
2010-05-20 20:02:04
| 정말 감동이예요....
이채원
대구대서초등학교 / 5학년
2010-05-20 19:30:48
| 언니 동화는 우리 가슴을 정말 찡 하게 하네^U^
차유빈
대구송일초등학교 / 6학년
2010-05-20 19:08:44
| 아...감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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