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윤환 독자 (명지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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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릉, 따르르릉 !
"여보세요"
"엄마 저 아름이에요."
"왜?"
"저 오늘 안과에 좀 가야겠어요. 눈이 잘 안 보여요."
엄마는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어쩌지? 눈이 안 보인다니. 안경을 써야되나? 이제 5학년 초인데.‘
속이 상한 엄마는 아름이가 올 때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무엇을 잘못했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TV를 너무 많이 보게 했나? 컴퓨터 게임을 할 때 그만하라고 할 걸. 후회했다.
오후 3시가 되어 아름이가 돌아오자 엄마는 놀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언제부터 안 보였는데? 많이 안 보여? 자, 저길 좀 봐. 저거 보여?"
평소와는 다르게 아름이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입을 쭈욱 내민 채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저거요? 안~ 보여요. 뭐라 써있는 거예요? ....아무래도 안경 써야겠어요."
가슴이 답답해진 엄마는 가방을 내려놓게 하고 바로 아름이를 데리고 밝은 안과에 갔다.
"선생님, 아이가 눈이 갑자기 안 보인다고 해요. 검사 좀 해주세요."
시력 검사표가 적혀 있는 검사실에서 아름이는 눈을 숟가락 모양으로 생긴 도구로 가리고 검사를 시작했다. 검사실에 계신 선생님은 제일 큰 글씨부터 가리켰다.
"4"
점점 작은 글씨로 내려가자 아름이는 있는대로 이마를 찡그려 새우눈을 뜨고
"2"
"잘 안보여요. 1인가?"
검사를 받는 아름이를 보고 있던 엄마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제발 눈이 나뻐진 것이 아니어야 할텐데...... 검사가 끝나자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안경을 써야겠어요. 눈이 많이 나쁜 것은 아닌데. 이제부터 나빠진다고 봐야죠. 검사표를 줄테니 안경을 맞추고 6개월 후에 다시 검사하러 오세요."
엄마는 속이 상해 눈앞이 깜깜해지려는데
"야호!"
하는 아름이의 환호성이 들렸다.
" 안경쓰는게 좋니? 너 안경쓰면 얼마나 힘든데. 운동할 때도 밥먹을 때도 정말 불편한데."
"엄마! 하영이가 그러는데 내가 안경쓰니까 꼭 모범생 같고 멋있대요."
"그래서 좋구나! 하지만 눈이 안 나빠도 안경을 쓸 수 있는데. 썬글라스도 있고, 멋내기용 안경도 엄마가 사줄 수 있는데. 엄만 너무 속이 상하구나."
"거짓말! 내가 맨날 잊어버린다고 썬글라스도 안 사주신다 해놓고. 내가 눈 안 나뻐도 안경 사줄 거예요? 아무튼 엄마, 안경 사주실 거죠? 저는 요즘 애들 많이 쓰는 까만 안경테로 해주세요."
안경점에 들어간 엄마와 아름이는 안경테를 보고 있었다. 그 때
"엄마! 이거예요."
무엇이 그리 좋은 것이지 목소리까지 들뜬 아름이는 까만 뿔테 안경을 보자 얼른 착용해 보았다.
"앗! 정~말 잘보여요. 바로 이거예요. 어때요?"
엄마는 도수도 없는 건데 어떻게 잘 보이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무슨 영문인지 아름이는 연실 그래도 잘 보이니 까만 안경을 그냥 사달라고 졸라댔다.
안경을 맞추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걸렸다. 엄마는 밤색이 좀더 모범생 같고 부드러워 보인다고 하였지만 아름이는 무조건 까망 안경테여야 한다고 우겨댔다. 엄마와 안경을 손에 들고 신이 난 아름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친구들이 이걸 보면 깜짝 놀라겠죠? 피아노 선생님도 깜짝 놀랄테고. 학원 선생님은 뭐라 할까요?"
아름이는 벌써 학교에 가 있었다. 친구들이 얼마나 멋있다고 할까? 먼저 안경을 쓴 아름이의 모습을 보고 놀라 멋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하영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영이는 반에서 제일 예쁜 여자 아이이다. 아름이가 마음 속으로 좋아하고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저절로 웃음이 났다. 하영이는 공부 잘하는 남자가 멋있다고 했다. 그리고 학교 일에도 뭐든지 앞장서서 잘 하는 모범생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아름이가 심심해서 짝꿍 안경을 써보았더니 하영이가 갑자기 깜짝 놀라며
"야, 너 정말 모범생 같다!"
하며 감탄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름이는 벌써 책도 수천권 쯤 읽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무엇이든지 대답하는 척척박사에 시험을 보면 언제든지 100점만 맞고 선생님의 칭찬과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모범생이 되어 있었다.
아름이는 안경을 쓰게 되어 가슴이 아파하는 엄마의 모습에 좀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시력검사표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지 않다. 후회는 커녕 제대로 읽지 않고 무조건 반대로 말해 안경을 쓰게 되어 다행이다. 내일이면 하영이가 깜짝 놀랄 거야.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거울 앞에 선 아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빙그레 미소짓는다. 안경 때문에 온 세상이 뿌옇게 보인다 해도 아름이는 모범생이다. 하하하~
공윤환 독자 (명지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