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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09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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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200 / 조회수 : 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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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할머니

아이고~ 아이고~ 할머니의 빈소에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칼바람이 쌩쌩 부는 매서운 겨울이었다. 우리 동네의 거의 모든 사람은 김숙주할머니의 빈소를 찾았다. 나도 자꾸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눈에 물이 맺혔다. 바로 내 앞에 계셨는데... 지켜드리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윽고 나는 솟아오르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엉~엉~흐엉~ 나의 울음소리도 여러사람들의 울음소리 속에 섞였다. 김숙주 할머니의 별명은 아이스크림 할머니였다. 오늘따라 아이스크림 할머니의 조금 녹아있던 얼음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항상 음료수를 얼려 만든 50원짜리 얼음아이스크림을 파셨던 아이스크림할머니...나와 할머니께서 처음 만난 날은 3년 전 오늘이다. 그 날은 오늘과 같이 칼바람이 쌩쌩부는 한겨울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아이스크림 할머니는 음료수를 얼린 얼음아이스크림을 50원에 팔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수군댔다.

"좀 이상한 할머니 아니야? 한겨울에 밖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다니..."

"그러게 말이야. 게다가 요즈음 50원에 물건 파는 사람이 어디있어? 더군다나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얼음덩어리를 누가 돈주고 산대??"

나도 사실 그런생각이 들어서 음료수를 컵에 넣고 냉동실에 넣어 보았다. 그러자 시원한 아이스크림 대신 엄마의 매운 손이 날아왔지만 말이다. 그 다음날, 나는 그 할머니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50원을 투자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영철이, 철민이, 나 대원이... 이렇게 아이스크림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 콜라 아이스크림 세 개요. 할머니께서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콜라맛 얼음덩어리 세 개를 내놓으셨다.

"너희들이 내 첫손님이구나, 아이스크림 값은 내지 않아도 된단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시린 손을 어찌 할 수 없었다. 할머니께서는 앞에 있던 고물 야외용 테이블을 끌어다 놓으시며 앉았다 가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총알보다 빠르게 낡은 테이블 위에 두고, 시린 손을 비비며 할머니께 여쭈었다.

"할머니께서는 한겨울에 밖에서 왜 아이스크림을 파세요?"

내가 물었다. 할머니께서는 눈을 지그시 감으셨다.

"당뇨병이다."

우리는 화들짝 놀랐다. 학교 보건시간에 배웠던 당뇨병?

"네에~! 할머니...." 우리는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여쭈었다. 그에 반해 할머니의 얼굴은 여유롭기만 하였다.

"나는 어릴 적 배운 것이 없어 좋은 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을 했단다. 아이스크림 공장에는 내 첫사랑이 있었어... 그 사람은 매일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는 하였지. 그러나 부모님의 권유로 처녀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일찍 결혼을 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그 사람을 잊을 수 밖에 없었단다. 임신을 했을 때에는 왜 그렇게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었던지... 10개월간 거의 매일 아이스크림을 먹다시피 했다니까. 주위에서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태아에게 안좋을까 말렸지만 아이스크림이 점점 좋아지는걸 어쩌겠니. 아이가 태어 난 후에도 나는 계속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주책 늙은이가 단 음식을 많이 먹은 죄로 당뇨병에 걸려버렸단다... 우습게도 어려서 부터 나의 꿈은 아이스크림 장사였단다. 여름에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중간에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는 나의 안식처였기 때문이야. 난 기술도 없고... 음료수를 얼려 팔면서 나름 만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단다."

할머니께서는 매우 자상하셨다. 할머니가 많이 안쓰러워졌다. 그 뒤로 우리 삼총사는 매일 할머니의 가게를 찾아갔다. 어느 계절이든, 어느 날씨이든... 여름이 되자 사람들은 하나 둘 할머니의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동네사람들도 할머니께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듯 할머니의 가게는 인기짱 가게가 되어버렸다. 한여름, 할머니의 콜라맛 얼음덩이의 맛은 최고였다. 이제는 할머니와 여유롭게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잘 없다. 할머니는 어느덧 우리의 친구가 되었다. 어느날, 할머니께서 그 자리에 없으셨다. 1년 365일 할머니께서 서 계셨던 그 자리에 할머니가 계시지 않으니 많이 허전했다. 영철이, 철민이, 나, 이렇게 삼총사는 할머니네 집으로 달리기 경주를 하며 갔다. 헥헥거리며 할머니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은 열려있었다. 앗! 할머니께서 현관문앞에 아이스박스를 들고 쓰러져 계셨다. 우리는 다급 해 져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때 똑돌이 영철이가 말하였다.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 어서 119 구급대를 부르자!"

우리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스크림 할머니가 쓰러지셨어요. 여기로 와 주세요"

"응?"

영철이가 수화기를 뺏어들었다.

"당뇨병을 앓고계신 할머니가 쓰러져 계세요. 꽃동네 1176번지 1층으로 와 주세요! 빨리요!"

잠시 뒤, 구급대요원들이 왔다. 우리는 쓰러져 계신 할머니와 엠뷸런스에 타고 엔젤종합병원으로 갔다. 이윽고 할머니의 따님께서 쫓아오셨다.

"어머니, 흑흑... 제가 어머니 곁에 있어야 하는 건데..."

의사선생님께서는 갑자기 할머니께서 단 음식을 섭취해 혈당수치가 올라갔다고 하셨다. 우리는 혈당수치가 뭔지는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엄마한테 전화를 해 자초지종을 말하고 오늘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 말 해두었다. 두시간쯤 뒤, 할머니께서 의식을 되찾으셨다. 할머니의 따님께서 말하셨다.

"어머니! 단 거 드시면 혈당수치 올라가서 이렇게 쓰러지신다고요. 이젠 그러지 마세요. 제가 얼마나 놀래 달려왔는지 아세요?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면 제 가슴이 얼마나 벌렁거린다고요.."

할머니께서는 따님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어차피 이 늙은이, 죽을 때 다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하나만 먹으면 안되겠니?"

누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는 한 마디였지만, 정말 애절했다. 따님과 우리는 할머니를 말렸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화장실에 다녀 왔다. 그런데... 다녀 와 보니 할머니의 따님은 안계시고 할머니의 입 주변의 아이스크림 자국과 다시는 눈을 뜨지 않는 할머니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통곡을 했다. 할머니의 죽음이 이렇게 마음아플 줄 몰랐다. 그 뒤로 하교길이면 항상 같은자리에 있던 할머니의 아이스크림 가게가 떠올라 마음 한 조각이 날아간 것 같았다. 이제부터 할머니의 기일이면 아이스크림할머니의 무덤 앞에 아이스크림을 놓아 두기로 하였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녹아, 잔디속으로 스며들어 할머니께서 맛있게 드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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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서
샘모루초등학교 / 6학년
2010-08-05 18:05:17
| 감동적이에요. 앞으로는 주변에 계신 분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잘 해드려야겠어요.
박소영
성명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8-05 18:16:27
| 우와~ 정말 감동적이야. 맨 마지막에 무덤 앞에 아이스크림을 놓아 두어서 아이스크림 할머니께서 아이스크림을 드실 수 있게 바라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야^^
이채정
서현초등학교 / 6학년
2010-08-05 19:21:02
|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아이스크림 할머니께서 아이스크림을 꼭 드셨으면 좋겠네요.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어요.
위청비
순천북초등학교 / 6학년
2010-08-06 13:59:07
| 정말 내용이 감동적이네요.추천하고 가겠습니다.
김은경
2010-08-06 21:31:29
| 감동적인 동화 잘 읽었습니다@@
최지원
인천경서초등학교 / 6학년
2010-08-09 10:56:18
| 정말 감동적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양정엽
호수초등학교 / 6학년
2010-08-10 19:07:49
| 감동적이에요.
추천합니다.
이채원
대구대서초등학교 / 5학년
2010-08-11 16:50:47
| 언니^^ 아이스크림 할머니 이야기 재미있다. 추천~ㅋㅋ
전현환
대륜중학교 / 1학년
2010-08-11 19:53:29
| 정말 슬픈 이야기네요. 정말 감동적이기도 하네요. 아이스크림을 너무나도 좋아하셔서 돌아가셨다니, 아, 이럴수가있나요?
위청비
순천북초등학교 / 6학년
2010-08-12 15:25:12
| 할머니의 어려움이 마음이 아프지만 언젠가는 몸도 건강해지고 돈돈 많이버셔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네요. 글을 잘읽었습니다
강성은
전일중학교 / 1학년
2010-08-12 18:50:47
| 역시 채현기자의 동화는 항상 기대이상이에요~~
동화는 너무 감동적이였어요~^^ 다음 동화도 많이~~ 기대할게요
참!! 추천꾹~ 하고 갑니다^^
성서연
도곡중학교 / 1학년
2010-08-14 22:27:07
| 감동적이였어요~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_^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8-15 23:58:44
| 감사합니다^^제 동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41호는 준비를 못했답니다.ㅠㅠ
다음에 동화 올리면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기자님들~~
홍유진
새말초등학교 / 6학년
2010-08-19 09:09:51
| 감동적이에요^^
강지원
서울면목초등학교 / 6학년
2011-05-10 10:46:36
| 너무 감동적이에요.
강이수
서울압구정초등학교 / 4학년
2011-05-29 15:19:54
| 너무 슬프지만, 좋은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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