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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09월16일

동화 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208 / 조회수 : 2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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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기다린다, 추석에.

"나 추석 때 태국으로 여행 간다~ 내일 부터 말이야. 부럽지, 부럽지?"

성진이 입니다. 성진이는 추석 같은 큰 명절만 다가오면 친구들에게 해외여행을 간다고 자랑을 합니다.

"성진아, 넌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척분들 찾아뵙지 않니?"

"당연하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댁에 가면 뭐가 재미있는데? 그냥 덕담 몇 마디 하고, 어른들끼리만 이야기 하고 나 같은 아이들은 혼자 앉아 있어야 하잖아?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은 재미도 없단 말이야. 그리고 우리 할머니집은 작은집이라서 차례도 안지내. 그런데도 갈 필요가 있니?"

"뭐라고?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흩어져 있던 가족들끼리 모여서 덕담도 나누고 이웃어른께 인사도 하고 조상님께 가을 수확을 감사하며 지내는 날이 추석이야. 그렇게 해외여행을 떠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성진이의 할머니께서는 설날이나 추석만 되면 한숨을 쉬십니다. 하나밖에 없는 손자, 성진이네가 올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할머니께서는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상을 차립니다. 매년 혹시 올 해는 올까, 올 해는 올까 하며 차려 놓았던 상은 결국 추석연휴가 끝나고 이웃들에게 나누어 집니다. 성진이가 이 말을 하고 있는 순간 빛바랜 장판을 쳐다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고 계실 것 입니다, 성진이의 할머니께서는. 할머니는 조심스레 낡은 전화기의 수화기를 귀에 대고 성진이네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고 계십니다. 삐ㅡ삐ㅡ 연결음이 가지만 집에 계신 성진이네 어머니는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잠시 뒤 수화기에게 화라도 내듯 성진이 어머니가 수화기를 거칠게 들고 짜증난 목소리로 이야기 하였습니다.

"어머니, 그 이 바쁘다니까요. 못가요!"

"..................."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어머니, 제 말 듣고 계세요? 어머니!"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앙칼진 며느리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할머니께서는 수화기를 놓았습니다. 다음날 이었습니다. 아침을 알리는 참새소리가 들리고 이웃네 자식들 자동차 소리가 들렸습니다. 곧 이어

"어머니~ 저 왔습니다! 이야~ 전 부치네요? 저도 도울게요!"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혹시 성진이네는 아닐까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봅니다. 그러나 곧이어, 그 소리에 대답하는

"아이구, 뭘 이렇게 사가지고 왔어, 돈도 없을 텐데..."

하는 옆집 현지 할머니 목소리도 들립니다. 성진이네 할머니께서는 몇 년 동안이나 추석에 이렇게 지냈는지 모릅니다. 그것을 생각하니 성진이 할머니의 눈시울이 한 번 더 붉어집니다. 눈물이 똑 하고 흘러내리려 할 때 나이 먹어 주책이라 생각하며 성진이네 할머니께서는 20여년전 성진이네 아버지께서 처음 탄 월급으로 사다 준 꽃무늬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습니다. 그 순간 이었습니다.

"어머니! 우세요?"

성진이 할머니의 귀에 어제 들었던 앙칼진 며느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비록 자신을 좋아 해 주는 사람은 아니란 것을 알지만 몇 년 만에 얼굴 보는 것인지 성진이 아버지, 성진이, 그렇게 모질게 대했던 성진이 엄마까지 모두모두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고된 사회생활로 초롱초롱하던 눈빛이 사라진 성진이 아빠를 보며 할머니께서는 그저 등을 토닥여 주었습니다. 성진이는 할머니 댁에 온 것이 싫은 가 봅니다. 할머니는 새벽에 준비 해 놓았던 밥상을 어서 내 왔습니다. 상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 져 있었습니다.

"여보~! 빨리 나와요, 애들 왔어요."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성진이 할아버지가 팔자걸음으로 나오셨습니다.

"너희들 웬 일이냐? 어서 너희 어머니 차려놓은 상부터 먹어라."

"어머니 아버지, 저희 이거 먹을 시간 없어요. 비행기 시간 늦는단 말이예요. 성진아빠가 하도 잠시만 왔다 가자고 해서 잠시 온건데..."

"맞아, 할머니. 나 그리고 이거 야채 빼 줘. 안그럼 나 안먹어, 이거."

성격조차 닮은 성진이 어머니와 성진이의 목소리가 함께 들립니다. 마치 성진이 할머니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다들 왜 그래요. 당신, 내가 비행기 시간은 조절 해 놨으니까, 먹어요. 이렇게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열심히 차려주셨는데. 딱 보니까 우리엄마, 새벽부터 준비 해 놨네. 안 힘들어?"

성진이 아버지는 어릴 적 처럼 성진이할머니의 등 뒤로 가서 어깨를 주물주물 해 드립니다. 그러자 금세 성진이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핍니다.

"어머니, 그런데 아까 왜 우시고 계신 거예요?"

제 아무리 차가운 성진이 어머니라 해도 시어머니 눈물 앞에서 마음이 여려 질 수 밖에 없었나 봅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울긴 누가 울어.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렇지..."

"에이~ 어머니 우셨잖아요."

성진이 아버지께서 성진이 어머니께, 시어머니에게 무슨 말투가 그렇냐는 듯 눈빛을 보냈습니다. 곧 이어 ‘내가 뭘’하는 성진이 어머니의 입모양도 보였습니다.

"잠시만요, 엄마."

성진이 아버지께서는 성진이와 성진이 어머니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습니다.

"당신, 그리고 성진이 너. 왜 이렇게 눈치들이 없어요? 정말 그러고도 내 아내, 내 자식 맞아? 나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이야. 나 때문에 지금 이렇게 손주와 며느리에게 무시당하면서까지 화 한 번 못내시는 분이라고. 어머니께서 아까 왜 우셨는지 정말 모르겠어? 당신은 어른이고, 한 아이의 엄마예요. 성진이 너는 이제 알 것 다 아는 의젓한 6학년이고, 그만큼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도 있어야 해. 우리 사실 성진이 낳고 나서 명절 때 어머니 찾아 뵌 적이 몇 번이나 있어? 이웃들은 매년 가족들 찾아 오고 그럴텐데 그 소리 매년 들으시며 우리 그리워 하시는 어머니 마음은 생각 해 본 적 있냐고? 어머니께선 매년 혹시 우리 오진 않을까, 이렇게 상다리 부러지도록 상 차려주고 우리 안와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신다고. 내가 그 소식 들으면서 얼마나 가슴아팠는지 알기나 해?"

성진이 아버지는 말씀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너희들 싸웠니? 가정의 가장이 싸움 일으키면 못 써."

"그런 것 아니예요, 엄마."

"음식 식겠다, 어서 먹어라."

"예, 아버지도 드세요."

잠시 뒤 시무룩한 표정으로 성진이와 성진이어머니도 나왔습니다. 성진이 아버지께서 성진이 어머니께 귓속말로 말하셨습니다.

"어서 어머니께 지난 세월동안 잘못했다고 말 해. 어머니 마음 풀어드리게."

"내가 왜!"

"어서."

"어머니 또 나보고 뭐라 그러실 것 같단 말이야..."

"어서 말 하라니까."

그리고 성진이에게도 말했습니다.

"너도 어서 할머니께 사과 하렴."

성진이 어머니는 입을 삐죽 내민 채 성진이 할머니께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님, 죄송해요. 아버님, 죄송해요."

"아니, 네가 왜 죄송해?"

"사실 지난 세월동안 어머니께 오기 귀찮아서 저희 가족끼리 놀러다녔어요. 용서 해 주세요."

곧이어 성진이도 이야기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나도 잘못 했어. 저희 가족끼리 해외여행만 가고..."

어머니의 말씀과는 반대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는 인자한 미소를 머금으시며 앙칼지고 차가운 며느리와 항상 할머니 할아버지를 싫어하던 손자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께서 할머니의 입에 아이같은 장난스런 눈빛으로 송편을 입에 넣어 주셨습니다. 곧이어 할머니도 성진이 엄마께, 성진이 엄마도 성진이의 입에 송편을 넣었습니다. 가족들은 입 안에 송편을 꽉 채운 채 웃음을 지었습니다.

"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어디가셨지?"

성진이의 한 마디에 가족들은 주위를 두리번 거립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긴 나무 장대를 찾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는 성진이에게 장대를 주며 이야기했습니다.

"홍시가 빨갛고 통통하니 맛있을 게다. 이 장대로 저 나무에 열린 홍시 가지를 톡 하고 꺾어 보려무나."

"이렇게, 톡!이요?"

금새 홍시가 장대 끝에 달린 그물에 떨어졌습니다.

"그래, 그렇게. 잘한다, 우리 손주, 허허허..."

어느새 할머니 댁에 오기 싫다던 성진이는 온데간데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 홍시와 친구 된 성진이가 되어있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 산소에 가 보는 것은 어떠니? 네가 아주 어릴 적 후로는 가 본 적이 거의 없지 않니?"

아버지의 말씀에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증조할아버지 산소는 잡초가 무성했습니다. 성진이는 증조할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성진이네 가족은 모두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가을 날씨에라도 잡초뽑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성진이는 힘든 만큼 이번 추석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할아버지, 정말 오랜만에 찾아 뵙네요. 할아버지 증손자 성진이예요. 그동안 추석 때 놀러가기만 하고... 증조할아버지 얼굴 뵐 면목이 없어요. 다음 부터는 추석, 설날 꼬박 꼬박 찾아와서 할아버지께 인사드릴게요."

성진이가 말하자, 할머니께서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입에는 아이같은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성진아, 매년 이 할미 집에 오겠다는 말이냐? 아이고, 내 강아지... 이번 추석은 이 할미에게는 최고의 추석이구나. 호호호..."

할머니는 집에 돌아와 성진이가 좋아하는 동그랑 땡을 해 주셨습니다.

"어머! 비행기 시간이 벌써 지나버렸네요!"

성진이 어머니께서 그 말을 했지만 누구 하나 털고 일어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들 입가에 홍시를 묻힌 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지요. 비행기는 떠나갔지만, 성진이에게 이번 추석은 그 보다 몇십배나 멋진 참된 추석을 지낸 날이었습니다. 떠나가는 비행기처럼 그렇게 최고의 추석은 아쉽게도 점점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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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성명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9-18 18:31:32
| 이야기 너무 감동적이야ㅠㅠ 나는 추석, 설날 꼬박꼬박 할머니 집은 찾아뵙는데 가끔씩 외할머니집은 들르지 않을 때가 있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 죄송해져ㅠㅠ
주예진
동천초등학교 / 6학년
2010-09-19 22:01:25
| 감동적이네요.....
장유정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0-09-20 08:58:59
|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서예린
서울방이초등학교 / 5학년
2010-09-21 10:01:20
| 정말 감동적이 예요.ㅠㅠ
이윤서
샘모루초등학교 / 6학년
2010-09-24 15:15:49
| 우와~ 정말 좋은 동화에요. 커서 작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호림
금성중학교 / 1학년
2010-09-25 07:47:22
| 정말 잘 썼네요. 맞아요. 명절은 놀아라고 있는게 아닌데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보면 명절의 의미를 잘모르는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께 한마디 해주고 싶네요."퉥"
서윤정
대연초등학교 / 6학년
2010-09-25 10:21:17
| 너무 감동적~!!!다음에도 멋진동화 기대~!!
노연정
구룡중학교 / 2학년
2010-09-26 21:02:51
| 채현기자님~ 너무 감동적인 동화네요~ 진이네 가족에 앞으로 행복만 가득하길...(동화지만;;^^)
이어진
언남초등학교 / 6학년
2010-09-27 22:58:11
| 감동적인 스토리네요.^^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9-27 23:48:41
| 제 동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정유진
광신중학교 / 1학년
2010-09-30 00:55:30
| 재미있는 동화 잘 읽었습니다. 가족간의 사랑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성서연
도곡중학교 / 1학년
2010-10-01 18:31:11
| 우와... 정말 잘 쓰셨어요! ^_^ 제 영어 학원 친구는 추석 연휴 때 9일 동안 유럽 여행 갔다 왔다길래 부러워 했었는데... 이 동화 읽고 다시 한번 생각 하게 되었어요 ^_^
전현환
대륜중학교 / 1학년
2010-10-14 21:34:30
| 동화정말 재미있고 우리모두에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네요. 우리 어린이들이 자라면 긴명절연휴라고 해외나, 다른곳으로 여행하는 이런일이 없도록해요. 어른을 찾아뵙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따듯한 명절을 만들어요. 좋은동화이야기 잘읽었습니다 추천꾹
최시헌
성광중학교 / 2학년
2010-10-30 13:03:10
| 감동적인 동화 잘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다음 동화가 기대되네요~
심혜성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2010-12-27 17:19:57
| 채현이 언니 감동적인 동화 잘 읽었어^^ 추천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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