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현 나누리기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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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랑 엄마는 나만 미워한다. 아침에 동생이 먼저 나를 치고 지나가길래 나도 같이 쳤는데, 엄마랑 아빠는 동생이 모르고 그랬겠지 하며 동생 편만 들어준다.
또 동생이랑 내가 싸우니 "한소희! 동생이랑 싸우지 말랬지!" 한다. 동생은 잘못이 없나? 너무 억울하다. 난 내 동생 한강준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그런 내 동생만 두둔하는 엄마 아빠랑도 요즈음 너무 많이 싸운다. 휴...
학교에 갔더니, 선희가 또 말썽이다.
"소희야, 나 지우개 좀 빌려주면 안될까?"
"싫어! 내가 왜? 너도 지우개 좀 사고 다녀! 너희 집 지우개도 못살 정도니? 아니잖아?"
순간 내 입에서 나온 이 말에 나도 흠칫 놀랐지만 선희의 울그락 불그락 한 표정을 보고 지우개 안 빌려줘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선희가 말을 이었다.
"소희 너, 지우개를 안 빌려주면 안 빌려준다고 이야기하면 될 것이지 왜 그런 말을 하니? 난 너랑 이제 안 놀아!"
"그래, 너 나랑 이제 놀지 마. 난 친구 없이도 살 수 있어. 아니, 나 혼자가 더 편하지, 흥!"
내 지우개를 내가 안 빌려준다니까 선희는 자기 혼자 홱 토라져 버렸다. 선희는 가끔씩 내가 가족들과 싸우고 학교에 올 때, 내가 예민할 때에만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다.
오늘 국어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여느때와 같이 노란 네모 안에 있는 말을 색깔펜으로 밑줄 치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우리는 시를 합창하듯 다같이 낭송하기 시작했다. ‘별.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개일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오늘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내가 밥을 먹고 있었는데,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메추리알을 내 밥그릇 위에 놓아 주셨다. 평소 같았으면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겠지만, 오늘 아침 일을 생각하니 넙죽 받아 먹기가 싫었다. 그래서 나는 무표정으로 메추리알을 다시 반찬그릇에 담아놓고는 ‘잘먹었습니다’ 말 한 마디도 않은 채 내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괜히 방문을 쾅 닫았다. 휴~ 한숨이 나왔다. 그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낮에 공부시간에 교과서에서 나왔던 시가 생각났다. 내가 마음이 슬펐던 건가... 밝게 빛나는 별을 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였다.
언젠가 나는 시골에 가서 4살짜리 동네 동생과 꽃을 엮어 꽃반지를 만들며 놀았던 적이 있다. 그 옆에 잎과 뿌리가 뜯긴 채 시들어 있던 꽃도 생각났다... 순간, 지금 나의 상황도 이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반지도 두 송이의 꽃을 함께 엮어 만들어야 꽃반지가 되고, 더 예쁜 것처럼...나와 부모님, 그리고 나와 선희가 함께 있어야 더 예쁘지 않을까... 꽃은 뿌리와 줄기가 있어야 아름다운 모습으로 길가에 피어있을 수 있는데... 그래야 살랑거리는 바람과 대화도 하고, 햇님 아줌마와도 인사할 수 있는데.. 나는 나의 뿌리인 부모님의 마음에 말대꾸와 행동으로 금을 그엇고, 항상 옆에 있어 주는 잎과도 같은 단짝친구, 선희의 마음에도 금을 그어 버렸다. 별을 보고 있으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내가 누나라서 책임감 있게, 그리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라는 사랑의 말씀이었을텐데... 선희도 딱 잘라 거절당하니 무안하기도 하고 마음 아팠을 수도 있는데..
"안되겠다."
이 말을 하고는 돼지저금통을 깼다. 역시 저금은 한달에 한 번 500원씩만 하는 별난 한소희였다. 3개월 동안이나 모았지만 돈은 1500원 뿐. 점퍼를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간 곳은 동네 슈퍼였다. 나는 사탕을 샀다. 그리고 그 옆 문구점에 가서 예쁜 색종이도 사고, 편지지도 샀다. 사탕은 내일 학교에 입고 갈 체육복 주머니에 대여섯개 찔러 넣고, 사 온 편지지 4장으로 나의 뿌리와 잎에게 편지를 썼다. 동생과 부모님, 그리고 선희말이다. 내일은 선희에게 사탕을 주면서 사과해야겠다. 선희는 옅은 보조개를 띠며 눈웃음을 짓겠지? 그리고 부모님은 아이고, 우리딸~ 하며 내 엉덩이를 두드려 주실 것이고 말이다. 내 동생은 누나~ 하고 나에게 안길 것이다. 별아, 너 덕분에 나의 뿌리와 잎에게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 별 덕분에 나의 뿌리와 잎을 찾았던, 어느 밤이었다.
이채현 나누리기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