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49호 12월 16일

책읽는세상 추천 리스트 프린트

임지수 독자 (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108 / 조회수 : 1142

뉴스 공유하기 C
					로그 미투데이 트위터 Facebook

연보랏빛 양산이 날아오를 때

연보랏빛 양산이 날아오를 때(지은이 : 알키 지, 펴낸곳 : 창비)를 읽었다.


그리스에서 국민 작가로 존경받는 알키 지의 작품으로 ‘연보랏빛 양산이 날아 오를 때’는 할머니가 쌍둥이 사내아이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쌍둥이 소년 둘이 외할머니 집에 주말을 보내러 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잠자리에 든 손자들이 할머니한테 재미난 얘기 좀 해달라고 졸라댄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쌍둥이 남동생들과 이웃들이 보낸, 그 아련한 여름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레프티(어린 시절의 할머니, 때는 1940년대)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지적 호기심이 강한 10살 소녀로, 여자는 교육받을 필요가 없다는 가부장적인 아빠와 대립한다. 레프티한테는 부잣집 손녀인 빅토리아라는 친구가 있는데, 빅토리아의 할머니가 가진 연보랏빛 양산이 레프티와 동생들의 눈길을 끌면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간다.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인 레프티가 되어 이야기를 써보았다. 공감하는 기자여러분, 독자여러분께 선물합니다.


토요일이다. 오레스트와 필립이 우리 집에 오는 날이다. 둘은 내 손자인데 쌍둥이이고 여덟 살이다. ‘우당탕탕!’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닌자 거북이, 해골 모형, 작은 공룡들로 어느새 방바닥은 어지럽혀지고 감자 칩과 콜라를 들고 와서는 내 두 남동생, 사키스와 눌리스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동생들 이야기라……’


난 잠시 생각에 잠기며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연보랏빛 양산에 어린 레프티와 브누아, 두 남동생이 매달려 날아오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옛 생각에 즐거워진 나는 두 손자와 함께 10살적 여름이야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눌리스와 사키스의 호기심이 넘치는 장난이 또 시작되었다. 이번엔 빅토리아 할머니의 연보랏빛 양산을 훔칠 엄청난 계획을 세운 것이다. 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았던 몽골피에 형제의 뒤를 이어서 양산 안에 우리 집 고양이 미미를 태워 하늘을 날 계획을 말이다. 순간 나는 아찔했다. 아빠가 쌍둥이들이 무슨 바보짓을 했냐고 물어본다면 난 또 쌍둥이가 매를 맞지 않게 거짓말을 해야 할 테니까.


날 ‘라브랑의 말라리아 기생충’이라고 놀리는 쌍둥이들은 낮잠시간이면 엄마 아빠 몰래 벚나무 가지를 타고 정원으로 내려갔다. 우리가 낮잠을 잘 때면 엄마는 우리 방문을 열쇠로 잠갔는데 다시 방문이 열리기 전까지 나에겐 잠시의 평화와 걱정이 공존했다. 쌍둥이들이 제 시간에 무사히 돌아와야 했으니까.
난 단 한 번도 쌍둥이 동생들을 일러바친 적이 없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쌍둥이들이 미워진다. 엉뚱한 장난에 방학 숙제도 안 하고 내 속을 썩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아빠가 방학숙제를 갖고 오라고 할 테니 미리 숙제를 하라고 일렀다. 내 말 안 듣고 놀리기나 하더니 결국 난리가 나고야 말았다. 아빠가 방학숙제를 가져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숙제 하지 않은 쌍둥이들은 결국 가죽 허리띠로 매를 맞았고 저녁밥도 굶어야 했다. 나는 쌍둥이들에게 빵과 치즈를 몰래 숨겨다가 먹였다. 쌍둥이들이 매를 맞지 않게 행동을 잘했으면 하는데 그게 잘 안돼서 너무 속상했다.


우리 집 이층에 사는 프랑스인인 마르쎌 아저씨의 조카 브누아가 왔다. 두 눈은 파랬고, 얼굴에는 주근깨가 가득한 어른처럼 손을 내밀어 인사하는 신사였다. 쌍둥이들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지만 난 신사적인 브누아가 마음에 들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쌍둥이들하고는 비교불가였다. 마르쎌 아저씨는 브누아에게 점심식사를 한 뒤 누워있으라고 하지 않는다. 브누아는 낮잠시간에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런 브누아가 부럽다. 브누아는 화내는 일도 없고 양보도 잘한다. 그리고 춤도 잘 춘다. 아빠가 판을 꺼내지만 않았다면 오래도록 근사한 춤을 추었을 것이다.


뜨개질도 할 줄 아는 브누아와 친해져서 정말 좋다. 뜨개코 방향이 뒤죽박죽이었는데 브누아가 알려줘서 제대로 했다. 쌍둥이들은 뜨개질까지 할 줄 아는 브누아가 여전히 못마땅한가 보다. 툴툴대기만 하더니 이젠 자기들 방학숙제를 나더러 해놓으라며 귀찮게 군다. 가끔은 쌍둥이들 때문에 혼이 쏙 빠질 것 같다. 특히 뜨개질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내 혼이 달아나지 않은 건 브누아가 있어서 그렇다.


내 열 번째 생일날이었다. 온가족이 티노스 섬에 가기로 한 날 쌍둥이들이 작정한 듯 볼거리에 걸렸다. 얼마나 기다렸던 여행인데 꼭 날 골탕 먹이는 것 같았다. 쌍둥이들 잘못은 아니지만 속상했다.
초인종 소리가 났다. 브누아였다. 난 아직 볼거리를 앓지 않아서 브누아의 방에서 잔다고 말했다가 아빠로부터 심하게 꾸중을 듣고 말았다. 마르쎌 아저씨는 자기네 집에 와 있으라고 했지만 아빠는 허락하지 않았다. 항상 안 된다고만 하는 아빠한테 화가 났다. 그러나 반항 할 수 없어 난 분풀이를 하기 위해 스펀지를 물어뜯었다. 그러던 중 우리 집 형편 상 열네 살이 되어야 연극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친구 빅토리아 아빠의 초대로 연극을 보게 되었다. 정말 너무 좋았다. 엄마가 동생을 임신했는데 여자 아이라면 연극 주인공 이스멘느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쌍둥이들의 오랜 계획이었던 빅토리아 할머니의 연보랏빛 양산을 훔치는데 드디어 성공했다. 우린 연보랏빛 양산 밑에 바구니를 걸고 그 안에 탔다. 올란드 섬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산도 지났다. 그러다 빙하가 덮쳤다. 아빠였다. 지난번에 본 연극에서처럼 왕 앞에서였지만 당당히 고개를 들고 말하던 주인공 안티고네처럼 난 아빠에게 말했다.


“우린 지금 날고 있어요. 아빠! 우리는 기구를 타고 날고 있다고요.”
아빠에게 처음 당당히 얘기했다.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마르쎌 아저씨와 브누아 처럼 아빠도 자상하고 부드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난 아빠를 사랑한다. 쌍둥이들도 사랑한다. 브누아도……


또 토요일이다. 쌍둥이 손자들이 집에 왔다. 연보랏빛 양산을 타고 여행할 준비를 해야겠다.

임지수 독자 (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5학년)

추천 리스트 프린트

 
임지수
북인천여자중학교 / 1학년
2010-12-09 12:35:51
| 채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렌즈속세상

놀이터

[책 읽는 세상]12월 3주 교보추천도서


Template_ Compiler Error #10: cannot write compiled file "/web/webapp/data/ipress/iprdata7/e3/school.president.go.kr_paper/template/kr/_compile/group/62/1/bottom.htm.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