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률리 독자 (일동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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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대화도 나눠보고, 내 속마음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하지만 이런 다정한 대화도 이제 정들었던 6학년 친구들과 나눌 수 없게 되었다. 막 6학년이 되어서 친구들과 처음 만나 어색했던 대화들이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많이 정들었던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 속 이야기도 털어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중학교를 가면 내가 6학년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만날 수 없을까 걱정이고, 한편으로는 중학교를 가서도 지금 내 친구들처럼 믿음직한 친구가 또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런 걱정을 미리 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그동안 지냈던 추억을 떠올려 보고 싶다.
3월 1일부터 1년 동안 함께 지낼 친구들을 만났다. 6학년을 시작하는 처음이라서 왠지 모르게 느낌이 서로 통할 듯 말 듯 하며 서먹서먹 했다. 하지만 서로 감이 통하건 안 통하건 친구들과 나는 금세 친해졌다. 그러다가 가끔씩 약간의 다툼이 일어나곤 하지만 금방 화해하며 또 같이 놀았던 우리들.
6월 23일은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학여행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청학동으로 수학여행을 가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없었던 것이 우리들의 아쉬운 점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역시 친구인가 보다. 서로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밤을 새며 끊임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6학년 전교생이 잠든 시간에 몰래 밖에 나가서 놀기도 하고,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려 나이지리아전 월드컵 경기도 보고 정말 즐거웠었다.
7월 14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영장으로 놀러 갔다. 비록 수영복을 입은 내 모습을 보여주기는 창피했지만 친구들과 속사정을 다 털어놓고 사는 사이여서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한 친구가 물안경을 잃어버려서 물안경 찾아주는 데 시간이 다 가버렸다. 결국 물안경을 못 찾은 채 학교로 돌아왔다. 만약 그 때 내가 그 친구의 물안경을 찾아 줬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그날의 어수선하면서 서로가 한마음이 되어 무언가에 정신 없이 집중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웠던 시간을 만들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10월 5일 고창 선운사로 현창 체험학습을 떠났다. 비록 전라남도를 벗어나 약 1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을 걸려 전라북도인 고창을 갔지만 우리들은 그 1시간 30분 동안 쉴 새 없이 서로 게임을 하며 놀았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겠지만 우리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1시간 30분 동안이나마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10월 13일 6학년 체육대회가 열린 날이다. 비록 난 키가 작았지만 볼품없는 달리기 실력으로 나와 함께 달리는 다른 반 학생들 사이에서 1등을 하였다. 엄마가 어렸을 때는 달리기 1등을 하면 공책도 주고 선물도 줬다던데 난 당당하게 1등 도장을 받았지만 선물을 못 받았다. 하지만 우리 반 반장들이 콜팝을 시켜준 덕분에 우리들은 더욱 힘을 내 6학년 내에서 1등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11월 26일 학교 강당에서 6학년들끼리 1인 1학기 연주회가 열렸다. 우리 반은 단소로 ‘아리랑’이라는 곡을 연주했지만 우리들의 단소 실력이 부족했는지 ‘아리랑’ 노래는 산으로 넘어갔다. 그래도 우리들은 서로서로 잘했다며 칭찬도 해주고 어깨도 토닥였다. 비록 단소 실력은 부족해도 이만큼 친구들이 우리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최고였다.
12월 5일 나는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비록 내년에 중학교를 가서 헤어지지만 영원도록 우리들은 서로의 마음 속 한자리를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제의 시간들, 그리고 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초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 어제의 내 모습이 절대로 그대로일 수가 없는 것처럼 다가오는 내 모습도 좋은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친구들아, 사랑한다! 우리 함께 변해가는 서로를 지켜보며 격려해주는 멋진 친구들이 되자!
김률리 독자 (일동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