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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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대구 씨너스 한일극장 앞 번화가에서 울려퍼진 아름다운 소리입니다. 푸른 모자를 쓰고 찬바람이 붉은 색으로 칠해 놓은 듯한 볼과 귓볼을 하고는 자선냄비 멘트를 낭독하고 ‘딸랑 딸랑’ 종을 울렸습니다. 붉은 색의 자선냄비가 미소 지을 때 마다 기자들도 웃음을 머금고 "감사합니다!" 하고 힘차게 외쳤습니다.
심술궂은 찬바람이 쌩쌩 불어 온몸이 저절로 덜덜 떨릴 정도였지만 기자들의 눈망울은 맑고 힘찼습니다. 먼저 기자들은 각자 가방 속에 넣어 온 빨간 저금통을 꺼내어 자선냄비 아래에 두었습니다. 10명 남짓한 어린이들이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삼각대에 사진기를 올려놓고 찰칵!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특히 앙증맞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장아장 걸어나와 빨간 냄비 속에 천 원 짜리 지폐를 쏘옥 넣고 수줍게 뒤뚱뒤뚱 뛰어가는 예쁜 아기천사들의 모습은 더 아름다웠습니다.
같이 갔던 저희 아빠께서도 씨익 웃으시며 만 원짜리 지폐를 넣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붉은 자선냄비를 끓이는 동안, 제가 자선냄비 멘트를 낭독할 차례가 왔습니다. 글자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을 때 마다 그 번화가 한 켠에서 제 목소리를 듣고 자선냄비 앞으로 달려와 줄 누군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아셨는지 많은 분들이 모금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시민 한 분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Q. 왜 성금을 하게 되셨나요?
A. 원래 구세군 자선냄비의 목적처럼 나보다 불우한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모금을 하게 되었습니다.
Q. 혹시 매년 모금을 하셨나요?
A. 네. 예전부터 매년 꼬박꼬박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렇군요. 그렇다면 왜 매년 꼬박 꼬박 하시게 되셨나요?
A. 제 개인적으로, 교회를 다니는데, 복음을 하면서 이렇게 모금을 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항상 하게 되었죠.
Q. 성금을 모금함으로써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올 한해 내가 불우한 이웃을 도왔다는 자부심 같은 것들을 얻을 수 있어요.
Q. 모금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드시나요?
A. 그저 뿌듯하죠. 내가 모금함에 넣은 그 조그마한 돈이 다른 사람의 조그만 정성과 모이고 모여 불우한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니까요.
다음으로는 구세군 모자를 쓰고 계시는 자선냄비 아저씨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Q. 올 해에는 작년보다 모금하는 분들의 수가 늘어났나요?
A. 제가 보기에는 작년보다 조금 모금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집에서 엄마께 여쭈어 보니, 엄마께서는 요즈음 들어 불우이웃에게 전달한다고 하고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봉사단체들이 종종 생겨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자선냄비 봉사활동 중 들렸던 싸늘한 한마디가 생각났습니다. "저걸 왜 하냐?"
한 시민이 친구와 함께 와서 "야, 이거 교통카드로도 된대!" 라고 말씀하셔서 교통카드로 디지털 모금을 해 주실 줄 알고 기대를 했는데, 곧 친구에게 "저걸 왜 하냐?"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장갑을 끼고, 수면양말을 신어도 손과 발이 따가울 정도로 춥던 날씨에 1시간 동안 활동했던 기자들인데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세군 자선냄비는 정부기구인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며, 정부기구의 정기적인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모금 사용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시하고 있으므로, 안심하고 붉은 냄비에 여러분의 손길을 전해주길 바랍니다. 12월 24일까지 진행되는 사랑의 구세군 행사. 뜻깊은 활동으로 강추위 속의 온기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