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크리스마스
겨울 방학을 해서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아침 7시가 되자 저절로 눈이 떠져 두팔을 쭈욱 뻗어 기지개를 펴는데 손끝에 뭔가가 닫길래 얼른 일어나 머리 위를 보니 못 보던 물건이 있었다. 예쁜 포장지의 선물을 보자 쿵쾅 거리고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고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뜯어보니 내가 그렇게 갖고 싶어서 노래를 부르던 인라인스케이트가 들어있었다. 나는 앉아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이 바로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다. 얼른 커튼을 밀치고 창문을 쳐다보니 마당이랑 장독대에 흰눈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야! 화이트 크리스마스구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슴에 안고 마당으로 나와 보니 흰둥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제자리에서 하늘을 향해 폴짝폴짝 뛰어 오르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이마로 받고 코로 받고 있었다.
"흰둥아!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알고나 그리 뛰어 노는거야?" 내 말은 신경도 쓰지 않고 흰둥이는 온통 내리는 흰눈에만 신경을 쓰고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하늘에서 내리는 흰눈을 가지고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어서 들어와 아침 먹고 놀아라"
마루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랑 엄마 아빠께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선물로 주고 가셨다고 했더니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서 산타할아버지께서 선물을 주신것 같다고 하셨다. 근데 흰둥이는 말썽을 조금 피우기는 했지만 왜 선물을 안주셨어요? 여쭤보니 엄마께서 "흰둥이는 뭘 정말로 갖고 싶다고 산타할아버지에게 기도를 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셨다.
나는 아침 밥을 먹는 동안 나만 선물을 받고 흰둥이는 아무 선물을 못 받아서 조금 미안했다. 선물로 받은 인라인스케이트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흰둥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뭘 해주면 좋아할까 생각해 보니 일단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이야기해주고 선물을 주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냉장고 위에 올려놓은 생일날 쓰는 빤짝이가 많이 달린 꼬깔모자를 가지고 마당에 나가 흰둥이를 불러 머리에 이쁘게 씌워 줬더니 우리 흰둥이가 정말 멋져 보였다.
그런데 흰둥이 이 녀석이 갑갑한지 머리를 훽훽 돌리더니 꼬깔모자를 거꾸로 뒤집어 머리가 아닌 턱에 쓰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흰둥이를 불러 모자를 벗겨주고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한참동안 해주고 루돌프사슴코 노래를 불러줬다. 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흰둥이는 노래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침묻은 혀로 내 얼굴만 햝고 있었다. 흰둥이 이녀석 노래를 불러주면 조용히 들어야지 왜 그러는거야? 소리를 치자 이번에는 내 이마를 핥았다. 얼굴에 묻은 흰둥이 침을 닦고 다른 방법으로 흰둥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평소 내가 마당에서 공놀이를 할 때 내 공을 보면 얼른 달려가서 입으로 물어서 자꾸 도망다녔던 기억이 나서 내 책상 서랍 속에 있는 분홍색 공을 꺼내 흰둥이에게 던져 줬더니 입으로 물고 마당을 펄쩍 펄쩍 뛰어다니더니 나중에는 흰둥이가 집으로 들어가 공을 발로 굴리고 코로 굴리고 재미있게 놀았다. 흰둥이에게 좋아하는 공을 선물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 흰둥아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꼭! 착한 일 많이 하고 산타할아버지한테 갖고 싶은 선물을 자기 전에 기도하고 자!" 흰둥이는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웃음 띤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위청비 기자 (순천북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