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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1월 20일

동화 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이채현 나누리기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148 / 조회수 :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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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없이 나는 아이

"나 잡아 봐라!"

"사랑아, 좀 천천히 뛰어! 헥헥. 푸른초등학교 육상부인 이 김형진도 못따라 잡겠어."

 
사랑이는 활짝 핀 꽃처럼 웃는 얼굴로 난생 처음 보는 아름다운 꽃들 사이로 나폴나폴 나비같이 뛰어다녔다. 형진이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려고 고개를 돌린 그 때였다.

 
"엇, 어엇!"


사랑이가 꽃밭 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꽃들이 점점 시들더니 이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잿빛이 되었다. 형진이의 목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사랑이가 시들어 버린 꽃들을 이리저리 살폈다. 갑자기 한 순간이었다. 사랑이가 아까 유난히 빛났던 꽃 한 송이를 들여다 본 그 순간, 그 꽃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아니 식인식물로 변해서 사랑이를 집어삼켰다. 사랑이는 어딘가로 끝없이 떨어졌다. 그 때, 갑자기 돌 하나가 사랑이 코 앞으로 아슬아슬하게 날아갔다. 그 곳에는 형진이와 서윤이, 민정이 삼총사와 친구들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장애인이 우리랑 같이 놀려고? 흥! 아니 장애인이면 제 분수를 좀 알든가. 사실, 나 장애인 처음 본다? 특히 너같은 애는."

 

민호가 말하자 친구들이 모두 깔깔깔 배를 잡고 웃어댔다. 금세 사랑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너희들 왜 그러는 거야?"


그리곤 사랑이가 아래를 쳐다보자, 갑자기 다리가 없었다. 사랑이의 다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 때, 제법 큰 돌덩이 하나가 사랑이의 옆구리를 스쳤다.


"억!"


친구들은 씨익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이에게 다가왔다.


"낄낄낄낄낄낄낄낄낄."


꼭 마녀의 웃음소리 같았다.


"얘들아, 왜 이래. 너희 나랑 친한 친구들이었잖아. 이러지 마. 응? 너희 지금 장난하는 거지? 이러지마, 제발!"

아이들은 사랑이의 말이 안들리는지 돌멩이를 들고 사랑이에게 점점 다가왔다.


"꺅!!"

사랑이는 귀를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자기 따뜻한 햇살이 내려왔다. 사랑이는 조심스레 한쪽 눈을 떴다. 사랑이는 잠옷을 입고 침대에서 베개로 귀를 틀어막고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또르르 눈물이 한 쪽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랑이는 알았다. 그것이 악몽이라는 꿈만은 아니라는 것을. 사랑이는 한숨을 쉬며 휠체어에 올랐다. 텅 빈 자신의 허리 아래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허리 아래를 내려다 보면 언제나 길고 예쁜 다리 대신 남색의 휠체어 바닥만이 내려다 보일 뿐이었다. 시계를 보니 지각이었다. 토스트 조각을 입에 물고 휠체어를 바삐 굴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웅성거렸다.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아니, 평소대로의 기분이었다. 1년 365일, 1분 1초 매 순간 순간이 사랑이에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시간들이었으니까.
 
"드르륵."

사랑이가 학교에 도착해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었다.

"딩동댕동."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아이들은 욕이 적힌 쪽지를 사랑이에게 던져댔다. 사랑이는 목구멍까지 넘쳐오르는 울음을 자꾸만 자꾸만 꾸역꾸역 집어 삼켜야만 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공부에만, 선생님의 말씀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


"얘들아, 다같이 시를 낭송해볼까? 이 시는 정말 유명한 시란다. 그 작가님또한 대단하신 분이시란다."

"바람. 성채희. 바람이 내 살결을 스쳐갑니다."


사랑이는 연필을 꼭 쥐었다. 그 때, 짝꿍 형진이가 사랑이의 손을 찰싹 때렸다.


"거지가 이젠 남의 물건까지 훔쳐가려고 해? 이 장애인 거지야! 다리가 없으니까 팔로 옆에 있는 사람 물건이나 훔치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물건 훔친거야? 도둑놈."

 
사랑이가 모르고 형진이의 연필을 잘못 쥐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 사랑이의 눈에는 떡하니 형진이의 손에 쥐어 있는 형진이의 곰돌이 연필이 보였다. 사랑이는 사랑이의 연필을 쥐고 있었는데도 형진이가 오해했던 것이었다. 사랑이는 서러움에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 네 손에 쥐어 있는 그 연필은 뭐니? 난 내 연필 쓰고 있는 건데, 네가 왜 나보고 그러니? 설령 내가 네 연필을 실수로 쥐었다고 해도 친구에게 도둑놈이라니. 너, 너무해!"

 
숨이 찼다. 사랑이는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우리 학교 인기 짱인 형진이에게 반항했다는 이유로. 집에 갈 때 어떤 일을 당할지 몰랐다. 그래도 속이 한바탕 시원했다.

 

"거기!"


선생님이셨다. 형진이와 사랑이는 복도에서 나란히 손을 들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형진이는 사랑이를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니 까짓 게. 장애인 주제에 너 때문에 내가 시험기간인데 수업도 못듣고 이러고 있잖아! 그리고, 도둑놈처럼 보였으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지. 안 그래? 그리고 손을 떨면서 내 얼굴도 똑바로 못쳐다보고 책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오해살 만한 행동을 한 건 너잖아!"


니 까짓 게, 장애인, 도둑놈, 오해 등 여러 가지 단어들이 사랑이의 머릿속을 헝클어 놓았다. 사랑이는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사랑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사랑이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너 지금 내 말 무시하는 거야?"


형진이의 소름돋을 정도로 앙칼진 목소리에 사랑이는 고개를 돌리고 추워서인지 눈물이 나와서인지 볼이 붉어졌다.

 
종례종이 울렸다. 사랑이는 너무 무서웠다. 교실에 남아 있다 선생님과 함께 나가기로 한 사랑이는 선생님을 불렀다.

 

"얘들아, 선생님 오늘 중요한 출장 있으니까, 반장은 급식 먹고 애들 다 나가면 문 잠그고. 너희는 12시 50분까지 교실로 다 모여야 한다!"급식을 먹는 둥 마는 둥 거의 다 버린 사랑이는 휠체어를 힘겹게 굴려서 교실에 도착했다. 책상에는 예쁜 포스트잇에 뭔가 적혀 있었다. 형진이 글씨체였다.

 
"사랑아, 내가 낮에 너무 심했지?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해서. 그런 의미도 있고 그동안 너 괴롭힌 게 너무 미안해서 친구들이랑 작은 파티 하나 열기로 했는데 와 줄래? 오늘 1시에 학교 똘똘 문구점 골목에 와 줘."


사랑이의 볼이 상기됐다. 형진이가 마음을 열어 준 것이었다. 정말로 미안한 걸까? 형진이의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그래서 형지이가 우리 학교 인기짱인가 보다고 사랑이는 잠시나마 생각했다. 사랑이는 휠체어를 굴리고 또 굴렸다. 드디어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기쁨이 가시질 않았다. 드디어 저 멀리서 형진이와 친구들이 보였다. 쉼터용으로 설치된 테이블에 작은 케이크가 놓여 있었고, 친구들은 모두 우유를 들고 있었다. 사랑이가 채 도착하기도 전에, 친구들이 와서 휠체어를 밀어줬다. 그런데 잠시 뿐이었다.

 
"어어?!"


휠체어가 너무 속력을 내고 있었다. 아무도 잡아주지 않았다. 테이블 위의 케이크에 부딪힐 것만 같았다. 케이크가 점점 가까워 왔다. 그런데 케이크에는 초콜릿으로 ‘도둑놈 김사랑’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랑이는 케이크에 코를 박고 말았다. 케이크의 ‘도둑놈 김사랑’이라는 초콜릿 부분이 도장처럼 사랑이의 얼굴에 찍혔다. 친구들이 다가왔다. 사랑이는 몸을 움츠렸다. 형진이와 친구들은 들고 있던 상한 우유를 사랑이의 머리, 귀, 얼굴, 배 등에 부었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사랑이의 눈에는 하얀색의 상한 우유와 웃고 있는 5명의 악마들만이 보였다. 악마들은 사악한 웃음을 머금고 골목을 뛰쳐 나갔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눈물이 나왔다. 골목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데도, 사랑이는 엉엉 울었다. 골목이 떠나갈듯, 아니 자신의 서러움을 알아라도 달라고 세상에게 하는 구급신호였다. 사랑이의 코에서 콧물이 나와 상한 우유와 뒤섞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킥킥대며 사진을 찍었다. 사랑이가 자신이 무얼 잘못했길래 이런 추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야 할까 하는 생각에 울고 또 울었다. 눈물이 말라버려서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았것만 눈물은 끝없이 쏟아졌다. 사랑이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아니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은 물러났지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랑이는 고개를 세차게 뒤흔들었다.

 
‘이렇게 다리도 없는 게, 이렇게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게, 이렇게 비참한 게 나 김사랑일 리가 없어. 아닐거야. 이건 꿈일거야. 제발...’


갑자기 사랑이의 머리가 어질어질하며 길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숨이 가파졌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소나기가 왔다. 사람들은 가방이나 옷으로 비를 막으며 철벅철벅 뛰어가기 바빴지 사랑이를 거들떠 보는 사람은 없었다. 사랑이의 의식은 조금 남아 있었지만 사랑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콘크리트 길바닥이 더 편할 정도로 괴로웠던 사랑이었으니까. 사랑이는 그대로 눈꺼풀을 내렸다.


"....................."


어디선가 따뜻한 침대의 온기가, 그리고 열이 날 때마다 엄마께서 수건에 물을 적셔 짜서 얼굴을 닦아주던 그 감촉이 났다. 촉촉하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에 행복했다. 그저 엷은 미소가 사르르 났다.


"어, 너 깼니?"


힘겹게 눈꺼풀을 떼고 일어났다. 사랑이의 집은 아니었다. 온통 종이뿐인, 그리고 쓰레기통 주변에도 구겨진 종이뿐인 그런 방이었다. 그곳에서 안경을 쓰고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가 보였다. 사랑이는 그 여자가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성채희 선생님! 국어시간에 낭송했던 시의 주인, 성채희 선생님. 우리나라 문학상 최다수상기록 보유자. 사랑이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런데... 실례지만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

"누워 있으렴. 비 속에서 길가에 쓰러져 있어서 그런지 열이 많이 나는 구나."

"저.. 전 괜찮아요."


사랑이는 기어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성채희 선생님께서는 모과차를 내어 오셨다.


"우선 이거라도 마시고 있어. 이게 감기에 좋단다."

"저.. 선생님께서 저를 구해주신 건가요?"

"구해준다니 내가 영웅이 된 기분이구나. 참 영광인걸? 한 예쁜 여학생이 길가에 쓰러져 있어서 집으로 데려온 것 뿐인데, 말이야, 호호호... 그런데 꼬마 아가씨, 이런거 물어 봐도 될 지 모르겠는데.. 음.."
"아.. 제가 왜 거기 쓰러져 있었던 거냐고요?... 휴..."


사랑이는 큰 눈을 끔뻑였다. 성채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는 듯 하면서 사랑이의 눈치를 살피고 있으셨다.


"전.. 사실... 학교에서.. 왕..."


목이 막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구나. 지금은 쉬는 것이 더 급한 일인 것 같다."


문득 ‘부모님이 걱정하실 텐데.’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자상하고 보드라운 성채희 선생님의 목소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사랑이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지만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가는 바람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성채희 선생님께서는 내내 컴퓨터 자판만 탁탁 두들기고, 이따금씩 마우스를 움직이셨다. 원고를 쓰시는 것 같지는 않았다. 컴퓨터에 그림들이 왔다갔다 했다. 몇 시간 쯤 지나자 갑자기 성채희 선생님께서는 씨익 웃으시며, 컴퓨터에 있는 동영상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고는 방문을 닫고 나가버리셨다.


‘당신은~ 사랑 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동영상의 배경음악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여자인지, 리본을 머리에 달고, 휠체어를 타고 있는 캐릭터가 나와서 학교에 가고, 방과 후에 친구들에게 우유 뿌림을 당하면서 그 캐릭터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침 등교 장면이나 학교 생활 빼고는, 다 사랑이의 모습 같았다. 아니, 성채희 선생님께서 사랑이의 얼굴에 묻어있던 우유자국들을 보고 상상하여 만드신 것 같았다. 아래 자막에는 ’옛날 옛날에, 김사랑이라는 친구가 살았어요.‘하는 글씨가 떴다. 어느새 사랑이는 자막을 조심스레 소리내어 읽고 있었다.


"사랑이의 친구들은, 사랑이의 다리가 없다고, 사랑이가 조금 특별하다고, 자기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사랑이를 놀려대고, 심하게 괴롭혔어요. 그러다 성채희 작가의 집에 가게 된 사랑이는, 성채희 작가의 집에서 성채희 작가의 원고들을 보고 글의 재미를 깨닫게 됐답니다. 그래서 사랑이는, 집으로 돌아가, 제일 먼저 생각했어요. 다름 아닌 어떤 글을 쓸까? 였답니다. 사랑이는 글을 쓰면 쓸수록 재미있는 표현과 가족들의 칭찬에 배가 자꾸만 채워졌어요. 사랑이는 글을 통해서 친구를 만들수도, 마법을 쓸 수도, 하늘을 날 수까지 있었어요. 사랑이가 글이라는 행복 우물에 빠져 행복하게 허우적 거리고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으니, 수건에는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 대상이라는 물고기가 낚여 있었어요. 바로 사랑이가 대상을 받은 거예요! 친구들은 나와 조금 다르고 특별하더라도, 할 수 있다는, 다른 친구들과 같다는 생각은 하게 되었어요. 지금의 사랑이는 예전의 괴롭힘을 받던 아이가 아닌, 여왕 사랑이, 학교의 다리 없이 글로 나는 아이, 그리고 인기 짱 사랑이로 유명하답니다. 오늘의 동화 끝!"


사랑이는 성채희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신 동영상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샘솟았다. 쓰레기통 주변에 있던 종이에, 펜으로 ’저는 다리 없이 날기 위해 출발합니다! 저에게 날개를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보살펴 주셔서 또 한 번 감사합니다. -사랑‘이라는 글을 써서 성채희 선생님의 책상 위에 조심스레 올려 놓고는 휠체어를 타고 현관문을 나섰다.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낯설지 않은 동네에, 사랑이는 휠체어를 빠르고 힘차게 굴리며 집으로 향했다. 사랑이는 집으로 들어가서 엄마에게 다녀왔다는 한마디 후엔 방에 들어가서 바로 국어 책을 폈다. 바람, 성채희. 낮에 봤던 글자들이지만 전혀 다른 글자들 같기만 했다.


"히힛!"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 김사랑,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 대상.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사랑이는 학교 홈페이지 전자 도서관에 접속해서 ‘도서찾기’ 에서 ‘작가’를 선택한 후 ‘성채희’라고 쳐 봤다. 꽤 많은 책들이 나왔다. 사랑이는 그 중 ‘조금 특별하고 어딘가 다르게 어색했던 내 딸’이라는 책 제목 위에 커서를 두고 클릭했다. 사랑이는 그 책에 푹 빠져버렸다. 성채희 선생님의 딸께서는 하반신 마비라는 병을 가지고 계셨지만, 지금은 자신이 원하던 문과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전자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사랑이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이 둥둥 떠다녔다.

 
‘장애인이 못난 게 뭐가 있어? 태어나자 마자, 태어나 보니 남들과 다르더라는 것 뿐인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아니, 장애인이면 밥 먹고, 똥 싸고, 공부하고 남들 다 하는 것 못하는 건가? 나도 할 수 있어.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거야. 못한다는 편견으로 생활하면, 결국 내가 손해인 거야. 마음 굳게 먹어, 김사랑.’

 

사실 그 달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까지 있었기에, 사랑이는 혹시나 하는 기대로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사실, 사랑이는 열정적으로 대회를 준비하기 보다는, 책과의 만남이 너무 행복했고, 자신에게 글을 쓸 수 있는 펜과 종이가 있다는 사실만에도 감사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책과 함께, 펜과 함께 지내다 드디어 다가온 전국어린이 글짓기 대회, D-0. 사랑이는 제일 아끼는 옷을 챙겨 입고 대회장에 당당히 휠체어를 굴리며 들어갔다. 드디어 원고지와 연필이 주어졌다. 사랑이는 동화 부문을 선택했다. 그 때, 사랑이의 옆에 앉았다. 성채희 선생님이셨다.


"선생님! 어떻게 여길."

"저번에 내가 보여준 동영상 보고 왠지 여기서 내 생각하고 있을 것만 같더라구. 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헤헤."


사랑이는 작가가 되고 싶은 7명의 아이들이 유명하신 작가선생님 밑에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이 성숙한 작가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그리고 그 길의 중간에서 소아마비를 겪는 친구도 배려하며, 그 친구의 발걸음에 맞추어, 하나 둘씩 천천히 웃으며 작가라는 꿈을 향에 뛰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내용의 감동적인 동화를 적었다. 사랑이가 글을 쓰면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따금씩 들었지만 이내 지금 자신만큼, 글을 쓰며 자신을 보살펴 주었던 사람과, 자신과 함께 있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순간이있는 아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이 끝나고 며칠 뒤, 학교에서는 여전히 사랑이는 장애인 왕따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한 달 뒤, 그 사랑이의 이름은 확 바뀌었다.


"김사랑. 앞으로 나오렴."


선생님의 목소리에 활기가 차 있었다.


"여러분, 사랑이가 이번에 전국 글짓기 대회 동화부문에서 수상을 하게 되었답니다. 모두 축하해 주세요!"


아이들은 얼떨떨해 하고 웅성거리는 소리도 꽤 들렸지만, 몇몇 아이들은 박수를 쳐 주었다. 사랑이는 혹시 대상이 아닐까? 하는 커다란 기대를 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상자 명단을 보았다.

 

대상은 아니었다. 최우수상도 아니었다. 설마 참가상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수상도 아니었다. 사랑이는 생각했다. ‘하긴 전국 글짓기 대회인데. 전국의 글 잘쓰는 친구들이 모두 글을 최선을 다해 썼을 건데 상 받는 것만 해도 어디겠어.’

 
그런데, 우수상 수상자 밑에, 수상자 발표 공문 작성자께서 엔터를 잘못 치신 것인지 한 줄 밑에 ‘김사랑, 푸른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글씨가 떡하니 적혀 있었다. 사랑이는 방에서 혼자 팔을 이리 저리 휘젓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서러웠을 때와 비슷한 비명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비명은 한 달 전 사랑이의 비명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성채희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동영상과 같이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았다.

 

사랑이는 휠체어를 이끌고 성채희 선생님의 집으로 갔다. 선생님께서 좋아하실 얼굴을 떠올리니 가슴이 두근거리기만 하였다. 앞으로 펼쳐진 사랑이의 레드카펫. 그리고 그 위에 쓰여 있는 ‘다리 없이 나는 아이’ 오늘따라 성채희 선생님께서 이야기해주신 ‘다리 없이 나는 아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랑이의 휠체어 굴림이 점점 빨라졌다. 입가의 함박 웃음도 더욱 커져만 갔다.

이채현 나누리기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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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대구대서초등학교 / 5학년
2011-01-20 22:06:06
| 사랑이가 장애인이라는 걸 잊고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수상을 탄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언니 동화 잘 읽었어~!!
심혜성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2011-01-21 16:38:33
| 사랑이의 행복이야기 잘 읽었어. "다리 없이 나는 아이"! 정말 좋은 제목인 것 같다.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비록 대상은 타지 못하였지만 우수상을 수상한 사랑이가 대견스러워. 추천하고 갈게^^
전호림
금성중학교 / 1학년
2011-01-22 13:08:26
| 장애인이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날이 대한민국에도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이어진
언남초등학교 / 6학년
2011-01-22 21:24:05
| .. 장애인 왕따를 없애야 겠어요. 문득 저도 장애인 왕따가 생각나네요..
장유정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1-02-01 20:28:12
| 정말 감동적이네요
윤희서
동안초등학교 / 6학년
2011-02-11 21:29:04
|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조금 다르다고 차별하면 안되는 거죠!!
위상비
순천매산중학교 / 1학년
2011-02-17 17:22:41
| 감동적이예요.. 왕따에서 스타까지~!
위청비
순천북초등학교 / 6학년
2011-02-18 15:04:35
|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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