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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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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나누리기자 (중국 광저우한글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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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종이에 담은 ‘토종이의美’를 실감하다

1월 4일 오후, 3명의 푸른누리 기자들은 함섭 선생님의 전시회가 열린 KBS춘천방송총국에서 취재를 시작하였다. 나는 이 인터뷰를 위해 중국 광저우에서 왔기 때문에 느낌이 남달랐고, 더 열심히 취재했다. 특히 다른 푸른누리 기자들과 같이 하는 취재가 처음이라 조금은 긴장되었는데, 생각보다 취재거리가 많아서 재미있고 너무 기뻤다.

선생님의 그림을 감상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그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주셨다. 선생님의 작품은 그린게 아니라 만든 거라고 소개를 했다. 원래는 유화를 그렸는데 다른 장르로 바꾸려고 할 때 생각난 것이 한지였다.
“조선시대 생활용품의 70%가 한지로 만들어진거야. 바가지, 물병, 요강 뭐 죄다 한지를 꼬으고 엮어서 사용한 거지. 장군들의 옷도 한지로 만들어서 썼는데 화살도 못 뚫었지." 한섭 선생님은 이런 한지를 현대미술에 접목시켰다고 한다.

"붓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어. 내 그림 중의 80%는 전통지고 20%만 계량지인데, 계량지는 닥나무 껍질을 찌고 벗겨 말린 후 가성소다를 넣어서 삶은 거고, 전통지는 볏짚 같은 것을 태워 시루에 잿물을 넣어서 만든 거라 산성이 계량지에 비해 낮아. 때문에 계량지보다 전통지가 비싸. 계량지는 일본이 우리나라 전통지를 다시 만든거야. "

한지와 계량지에 대해 차이를 설명하며 선생님은 그의 작품이 이런 역사적 기반이 있는 한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사실 함섭 선생님의 작품은 외국인들에게 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한지화의 선두자라는 말에 "혼자만 걸으면 길이 되지 않아. 하나의 그룹이 걸어서 큰 고속도로가 되는거야. 많은 사람이 같이 연구해서 나온 결과이지." 라며 한지화를 혼자 이끈 것이 아니라 많은 동료 화가들이 함께 한 것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선생님의 그림에는 한국의 정서와 미가 깃들어져 있다. 단순히 한지를 사용한 것뿐만 아니라 색체나 표현이 아주 친숙한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 비밀은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풀 수 있었다.
"내가 쓰는 색감들은 오방색이라고, 검정, 빨강, 파랑, 하얀, 노랑색을 칭하는 말이지. 오방색은 한국 사람들의 의식주와 관련이 돼 있는데, 의(衣)는 장군, 무속인, 아이들이 입는 색동옷, 물리치고 잘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 식(食)은 한국음식에 고명이 있는데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이고, 주(住)는 단청을 뜻하는데 재앙을 물리쳐주는 의미가 담겨있지. 그림에 오방색을 써서 세계 어딜 가도 ‘이 그림은 한국 그림이다’ 라고 할 수 있지."

또 그림의 주제도 한민족의 삶, 그곳에 배어있는 문화라며, 작품속에 한국의 냄새가 날 수 있도록 한국적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함섭 선생님으로부터 작품세계를 들으니 한눈에 작품이 들어왔고, 다시 그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작품 감상을 한 후 선생님의 아트 스튜디오에 갔다. 스튜디오는 꽤 깊은 산 속에 있었다. 선생님은 여기가 조용해 그림 그리기가 좋아 이 곳에서 작업을 한다고. 제일 먼저 우리는 지하실에 위치한 작품 보관실에 들어가 보았다. 작품 보관실은 크고 넓었다. 작품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고 다양한 크기들의 작품들이 신문지로 싸여서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이어 선생님의 전시장으로 이동했다. 선생님의 전시장은 훤하고 보기 좋았다. 보통 전시장들과는 달리 전등이 그림 바로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천장에 하얀색과 노란색의 전등들이 섞여 있었다. 선생님께선 그림 바로 위에 전등이 설치되면 작품이 제대로 안보여 잘못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전시해 놓은 그림들을 감상한 뒤, 선생님의 작업실로 갔다. 선생님의 작업실에는 새 한지가 매우 많이 걸려 있었고 한 구석엔 쓰다 만 한지가 깔려 있었다. 잠깐 동안 구경하고 우리는 예정 돼 있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화가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함섭 선생님: 우선 자기가 좋아하는 화가의 길이 무엇인가 알아야 해. 화가 위인전도 많이 읽고 다른 화가들이 그린 그림도 많이 감상하는 것도 좋고. 그렇지만 그림을 감상할 때에는 ‘이게 무엇인가’ 하며 정체성을 찾지 말고 그냥 그대로 느끼는게 좋아. 그리고 어느 그림에도 설명적인 제목을 붙여서는 안좋아. 제목들은 ‘이거는 …다’라며 틀에다가 얽매어 놓는 것이야. 그냥 감상하는 사람 마음대로 느끼게 해. 그렇다고 요즘 사람들처럼 미술학원에 다니는 것까지는 필요 없고, 그림은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 요즈음 그림들을 보면 다 똑같아서 너무 보기 안좋아. 사과가 10개면 다 다른 것처럼 그림도 다른 열명의 사람이 그리면 달라야지. 자기 개성을 살려야해. 인상파에서 입체파까지.

선생님께선 처음엔 유화를 그리다가 한지화로 바꾸셨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함섭 선생님: 어느날 한 외국인과 내 그림을 촬영하기 위해 작품을 들고 가는데, 그걸 본 어떤 사람이 나한테 “함섭 선생님이 외국사람이 그린 그림 옮겨주네?”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 그걸 듣고 내가 뭘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건가 생각하게 되었어. 서양화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한거지. 그리고 한국미가 살아 있는 작품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한국의 전통적인 한지로 작품을 하게 됐지.


선생님은 한국적인 재료로 그림을 그리시는데 조사를 해보니 서양화가라고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서양화가와 동양화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함섭 선생님: 한국에서 말하는 “서양화”는 서양 사람들의 기법과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예를 들자면 한국에선 한지가 있고 우리가 자주 쓰는 이런 A4용지 같은 것은 양지라고 하지요. 사실 양지는 한지로 둔갑한 것이야. 1884년부터 1888년까지 독일에서 일본까지 순서대로 바뀌어 가며 양지로 바뀐거지. 한옥은 기와집, 초가집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기법으로 만든 것이고, 양옥은 외국 기법을 사용해서 만든 집이지. 동양화는 주로 동양삼국, 즉 중국, 일본 한국의 그림들을 말하는데 수묵산수와 채색화가 있어.

선생님의 그림을 보면 작품 설명 없이는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것을 보면 화가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평소 어떤 눈과 마음으로 사물을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함섭 선생님: 사물을 볼 때, 마음에 눈을 뜨고 다니지. 내가 표현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마음속으로 이런 그림을 그려야 할 텐데 하면 그림이 보여. 사진 찍고 스케치도 해.


함섭화가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지금 하는 작품과 연관이 있나요?

함섭 선생님: 그럼 당연히 있죠! 어릴 적엔 야산에서 뛰어다니고 놀다가 아홉 살인가 열살 때에 6.25 전쟁이 일어났었지. 그 때 어느 미군 탱크부대 아저씨랑 친해져서 탱크 타고 돌아다니다가 드럼통이 들어있는 차가 폭발해 아저씨께서 많이 혼났지. 그 드럼통에 기름이 없어서 다행이지 있었으면 죽었어. 어린 시절엔 황토 길도 걸어 다니면서 느끼고 했는데, 요즘 애들은 시멘트길 을 걸어 다니니 문제야. 말이 씨가되고 씨가 소설이 되는 법인데...


선생님의 수많은 작품 중에 제일 아끼는 작품은 무엇이고, 왜 그 작품을 제일 아끼는지 궁금합니다.

함섭 선생님: 1999년에 한 작품 중에 정말 검은 그림이 있는데 진짜 꺼먼데, 왜인지도 몰라, 그냥 잘 (가슴에) 와 닿았어. 그때 박영덕 화랑이 팔 그림을 선정하는데 “시커먼걸 누가사요” 하면서 안가져 갈려고 한걸 날 믿어보라고 하며 줬는데, 가져간 첫 날에 팔린 그림이지. 그게.. Daydream 9971 일거야.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과 선생님의 꿈이 궁금합니다.

함섭 선생님: 화가로서 더 노력해서 외국공항 가면 국빈대접도 받고 그러고 싶고, 내가 42년생이니까 이제 나이 70이 되는데 앞으로 5년 더 힘 있게 그림 그릴 수 있으면 좋겠어. 기가 빠진 그림은 그림이 아니야. 그림에는 기가 담겨져야 해. 5년 동안에는 200호짜리 제일 큰 작품 더 많이 하고, 80세 때는 100호나 60호, 85년 뒤에는 20호짜리 작은 그림을 해야지. 계속 잘 즐기면 개인 기념관 같은 게 생기지 않겠어. 자기가 자기 미술관 짓는 건 바보야. 남이 칭송해서 국가에서 오래도록 해서 기념관이 되게 해야지.


선생님께선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함섭 선생님: 예술이란.. 내 표현? 솔직한 표현이지. 거짓도 없고 남이 동조 안 해도 그냥 솔직한 것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것이지.


선생님이 작품할 때 힘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함섭 선생님: 힘든 점은... 만들기는 붓으로 칠하는 것 보다 더 많이 힘이 들어가. 화장실 닦는 솔로 두드리며 하는데, 200호 같은 큰 작품 할 때에는 3만 번부터 4만 번 정도 두드리지. 100호 같은 경우에는 천번은 들어가고. 두드리다 보면 힘이 빠져. 그래서 마음가짐이 필요해. 화가로서, 프로로서 죽을힘을 다해 덤벼야해. 다 도전하지. 내일로 미뤄도 안 되고.


선생님께선 예전에 선생님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 데요, 기억나는 제자분이 있으세요?

함섭 선생님: 있지. 홍익대학에 다니던 한영옥이란 제잔데, 백화 한 장에 7천만원 씩 팔리는 제자이지. 또 박성민이란 얼음에 꽃을 그리는 제잔데 그 제자도 대단했었지. 좋은 작가 밑엔 좋은 제자가 있는 법이지.

이것으로 우리 인터뷰는 마쳤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지화가 작품 감상과 인터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함섭 선생님께서는 대한민국 문화가 세계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자리매김해 주었고, 한국의 전통 한지로 멋지게 표현하고 아름다운 우리 한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했다. 나도 함섭 선생님 같이 우리나라가 세계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우리나라의 꽃이 되고 싶다.

이선우 나누리기자 (중국 광저우한글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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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림
진선여자중학교 / 1학년
2011-01-20 20:34:01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지 화가이신 함섭 선생님과 좋은 인터뷰를 하셨네요. 함섭 선생님께서는 정말 멋지고 훌륭하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한지 예술 작품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노연정
구룡중학교 / 2학년
2011-01-21 13:44:51
| 먼 중국에서 한국까지 취재하러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꼼꼼한 인터뷰 덕분에 궁금한 점이 모두 풀리는 것 같아요~좋은 기사 잘 읽고 추천하고 가요!!
이성원
노원중학교 / 1학년
2011-01-23 00:04:12
| 닥종이의 멋을 처음 보았습니다. 기사 내용에 우리의 멋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우리 모두 화가 함섭 선생님의 마음으로 우리 나라의 멋진 한지를 계승합시다.
홍문주
감정중학교 / 2학년
2011-01-23 18:45:23
| 저멀리 중국 광저우에서 한국까지 취재하러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꼼꼼하게 정리를 잘 해주셔서 연정기자님 말씀대로 궁금한게 술술풀려요^^ 그리고 닥종이명인 화가 함섭선생님의 성실한 대답덕인것 같기도 하고요^^ 알찬 기사에는 추천이 따라야지요. 추천하겠습니다.
이지혁
우신중학교 / 1학년
2011-01-24 13:54:34
| 한지와 계량지의 차이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함섭 선생님에 대해 잘 알수 있게 해준 기사입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어요^^
이호준
서농중학교 / 1학년
2011-01-24 14:56:17
| 중국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좋은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고은
용수중학교 / 1학년
2011-01-25 12:37:21
| 평소 몰랐던 한지와 계랑지의 차이점도 알고 함섭 선생님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정말 유익한 기사였습니다.
하헌우
대구동천초등학교 / 6학년
2011-01-26 12:19:58
| 그림을 보고 제목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라는 말슴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한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우식
귀인중학교 / 1학년
2011-01-26 22:27:24
| 하나하나 모양이 만들어지면서 만드는 작품이 너무 멋이 있어요 취미로 해볼생각입니다. 취재 내용 잘읽었습니다
홍문주
감정중학교 / 2학년
2011-01-27 20:18:04
| 해외인 광저우에서 날아온 취재는 남다르고 뜻깊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취미생활로 제일 못하는 그림을 하고 있어요. 꼼꼼한 취재내용 잘 읽었습니다
서보원
가좌초등학교 / 6학년
2011-01-28 12:18:42
| 기사 정말 잘 읽었습니다 추천할께요
김세경
서울백석중학교 / 1학년
2011-01-30 15:44:05
| 이선우기자님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의 혼이 담긴 작품을 하시는 함작가님과의 인터뷰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예은
동학중학교 / 2학년
2011-01-31 19:35:10
| 한국을 표현하는 선생님의 작품이 정말 멋집니다.
최희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1-01-31 19:57:41
| 중국에서 취재하러 오시다니 열의가 대단하십니다. 닥종이로 만든 작품들은 한국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전현환
대륜중학교 / 1학년
2011-02-01 21:05:47
| 함섭 선생님의 취재를 가셨네요. 평범한 종이에 아름다움을 불어넣는 화가가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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