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민 독자 (바쿠한글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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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낯선 아제르바이잔 땅에 온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초기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아 힘들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걸 볼 때마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수업시간 중에 놀라거나 시험문제에서 틀리면 아제르바이잔 특유의 억양으로 ‘아이 다~’라고 말해 가끔씩 나를 웃기기도 한다. 또 여기에는 러시아인들이 많은데, 러시아 사람들의 발을 밟으면 밟힌 사람이 그 사람의 발을 밟을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하지만 한국 향수에 젖을 때도 많이 있다. 그러던 중 바쿠한글학교에서 5월 7일(토)에 경마장으로 소풍을 갔다. 그런데 역시 꼭 기다리던 소풍날은 날씨가 나쁘다. 비구름이 서로 모여 더 커져 갔지만 선생님 6분과 친구들 18명이 즐겁게 소풍을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말과 경마장이 신기해서 그런지 더 흥분되었다. 먼저 식물들을 작은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는데, 말들의 음식이라 그런지 다양하고 처음 본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나비도 잡고, 메뚜기 같은 곤충도 어렵지만 친구들이 서로 잡겠다며 재미있게 놀았다. 원모양으로 둘러 앉아 “둥글게 둥글게!” 노랫소리에 맞춰 수건돌리기 놀이도 하였다. 술래에게 잡힌 사람은 ‘곰 세 마리’ 와 춤을 추는 벌칙을 수행하였는데, 너무 웃겨서 모든 사람들이 배꼽잡고 웃었다.
그 다음은 하이라이트인 부모님께서 정성으로 싸주신 도시락을 먹는 시간! 서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하늘이 도와 주셨는지 도시락을 먹고 좀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맑아졌다.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 타기 순서가 왔다. 3분 동안 경마장 한 바퀴를 돌았는데, 전에 한 번도 타보지 못한 터라 신기했다. 거의 10명 정도를 태우고서도 열심히 걸어준 말한테 고마웠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한글학교로 돌아가는 중에도 친구들과 이 얘기 저 얘기하며 즐거운 소풍을 마쳤다.
이번 소풍은 마치 한국에 있는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것 같았다. 소풍을 경마장으로 가는 학교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정말 즐거웠고,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친구들과 같이 소풍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수민 독자 (바쿠한글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