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욱 기자 (서울금동초등학교 /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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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또는 학교의 화장실에 갔다가 좋은 문구를 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때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요즘은 버스 창가 작은 메모지에 좋은 문구를 적은 종이를 코팅해서 붙여놓은 모습을 보기도 쉽고, 광화문에 있는 대형서점 앞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처럼 때마다 각기 좋은 문구를 써 놓은 것을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일부러 좋은 문구를 적어 놓았겠습니까? 이것은 아마도, 그 좋은 말들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도 깨끗해지고, 한 번 더 좋은 생각을 하게끔 하기 위함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 이와는 반대의 경험을 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화장실에 갔을때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 대신 화장실 문에 온갖 욕설이 적혀져 있는 것을 본 적은 없으십니까? 그때의 기분은 어떠셨습니까?
사진에 있는 낙서는 화장실에 적혀져 있던 낙서입니다. 욕설과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고, 그 욕설 밑에는 인터넷 댓글 달듯이 그것에 대응하는 또다른 욕설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낙서에 좋은 문구가 적혀져 있는 것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아파트는 도색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페인트칠이 단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흰색으로 아저씨들이 열심히 페인트칠을 해 놓은 다음, 다른 색으로 그 위를 다시 덧바르셨습니다. 그런데 흰색 페인트가 칠해져서 깨끗한 벽에, 누군가가 신발을 벗어서 일부러 찍어 놓은 듯한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여러 개 찍혀져 있는 것을 봤습니다.
정말, 제가 더 화가 났습니다. 낙서란 것은 어쩌면 벽에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에 글을 새기고, 발자국을 찍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낙서를 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집니까? 낙서를 하고 나면, 마음 속의 화가 모두 가라앉게 되겠습니까? 아마도 낙서를 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어지러운 낙서 하나를 더 그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처럼 다른 사람의 눈과 마음, 그리고 내 마음까지 흐리게 하는 낙서, 내 양심의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우고, 모두가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좋은 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오세욱 기자 (서울금동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