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독자 (운천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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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주 비엔날레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이 이번 광주 비엔날레를 즐겼으면 좋겠고, 정서적인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철학적인 주제로 사람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지는, 광주 비엔날레. 이번 ‘2010 광주 비엔날레- 만인보 10000 Lives‘ 는 지오니 예술총감독님의 뜻대로 우리가 즐기면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지난 9월 7일. 푸른누리 기자들과 에듀넷 신문 기자들 30여명이 비엔날레 전시장 앞에 모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까, 소속이 같은 기자라는 점 때문에 그랬을까, 기자들 사이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 졌다. 해설자님의 안내에 따라 기자들과 함께 비엔날레관 내부에 들어갔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 전시회를 뜻한다. 광주 비엔날레가 1995년에 1회를 개최하여 2010년 8회째를 맞이하였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만인보 10000-Lives’ 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쓴 고은 시인의 대표적인 연작시집 ‘만인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비엔날레관은 총 5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갤러리마다 이미지의 창조, 구성. 기억의 공간, 기념, 생존으로서의 이미지, 그리고 은유대상의 이미지 등 이미지를 주제로 한 여러 가지 작품들로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해설자님의 안내에 따라서 1전시실부터 5 전시실까지 둘러보았다. 비엔날레관에 전시된 모든 작품들은 언뜻 보기에는 전부 그냥 그림일 뿐이지만 해설자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작품 하나하나에 각각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4관은 이번 광주 비엔날레 예술 총감독인 마시말리아노 지오니 감독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전시실이어서 들어가 보니 테디베어 사진들만 많이 걸어져 있고 꼭두 인형들이 커다란 관의 옆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엔 실망했다. 하지만 ‘인형은 단순한 물질일 뿐이지만 때로는 이 물질이 인형의 한계를 넘어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하니 작품의 겉만 보려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런 별 볼일 없는 인형을 놓는데도 철학적인 생각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전시관을 둘러 본 후에 마시말리아노 지오니 예술총감독님을 인터뷰 하였다.
“준비해온 전시가 오픈되는 순간이 가장 기쁘다”, “그 전시를 개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 땀 흘려 노력했기 때문에 그 성과를 보여주는 순간이 올 때 가장 행복하다” 는 감독님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만약 내가 감독의 입장이었다면 모든 공치사를 나에게로 돌렸을텐데.... 감독님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셨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고집불통에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감독님은 상상 밖의 이미지를 갖고 계셔서 비엔날레를 총 지휘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은 테디베어 프로젝트를 할 때와 3전시실의 ‘렌트 컬렉션 코트야드’ 라는 작품을 중국에서부터 가져 올 때 중국 정부를 확신하도록 만드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이 중국에서는 국보급 이라고 하니 감독님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짐작이 갔다. 그런데도 감독님은 아시아 쪽에서 일을 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하셨다. 지오니 감독님은 겸손함도 1등으로 갖춘 분인 것 같다.
끝으로 우리는 감독님과 함께 주요 전시실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작품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단순히 예술 작품 전시회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람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순간들 속에서 기억들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줄 것 같다.
“예술이란, 사람의 인생을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숙제가 없는 학교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이번 비엔날레를 통하여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정서적인 감동을 받았으면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감독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이미 난 전시장 관람과 감독님의 인터뷰를 통해서 감동 한 보따리를 가슴에 담아왔다. ‘나는 사람들의 기억 한 켠에 좋은 이미지(image) 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최승우 독자 (운천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