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윤 나누리기자 (서울서래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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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겨울이 오면 우리 가족은 우리집만의 비법으로 산자를 만들어 겨우내 간식으로 먹는다. 산자는 한국의 전통과자로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쌀알을 튀겨 고물을 묻혀 만든 유전병류를 말한다.
지난 12월 29일 수요일, 올해도 어김없이 할머니께서 산자를 함께 만들기 위해 우리집에 오셨다. 우리 가족이 만드는 산자의 이름은 밥풀산자이다. 할머니께서 젊었을 때부터 만들어 왔던 방식인데 그 어떤 과자 못지 않게 맛이 일품이다. 작년 겨울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김포장에 가서 쌀을 펑 튀기는 것도 구경하고, 조청엿도 샀었는데 이번엔 할머니께서 재료를 혼자서 다 준비해 오셨다.
나는 맛있는 산자를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고 같이 거들겠다며 얼른 손을 씻고 할머니 옆에 와서 팔을 걷었다. 할머니께서는 "우리 다윤이가 다 컸구나! 할머니를 다 도와준다고 하고."하시며 흐뭇해 하셨다.
할머니는 먼저 기본이 되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며 밀가루와 찹쌀가루, 중탕에 녹인 버터, 계란, 우유를 넣어 반죽을 하셨다. 한참 반죽을 하자 하얀 가루는 연한 노랑색의 큰 반죽이 완성되었다. 반죽이 마르지 않게 비닐로 잘 덮어두고 반죽 일부를 떼어 할머니께서 밀대로 힘있게 미셨다. 납작해진 말랑말랑한 반죽을 사각형 모양으로 자르신 할머니께서는 사각형의 반죽을 내 앞의 쟁반에 휙휙 던지셨다. 그 때 할머니의 포즈는 꼭 산자 만들기 장인 같으셨다. 내 역할은 바탕과자가 튀겨질 때 너무 부풀지 않게 포크로 콕콕 찍어 구멍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께서는 기름솥에 기름을 부어 반죽을 튀길 준비를 하셨다. 다 만들어진 바탕과자를 기름에 튀겨내자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계속 침이 고여 튀겨진 과자를 하나 집어 얼른 맛을 보았다. 바삭하기만 할 뿐 별맛은 없었다. 엄마께서는 "엿물이 들어가야 맛있지, 좀 기다려. 급하기도 하지." 하시며 웃으셨다.
할머니, 엄마 ,나 이렇게 여자 삼대가 모여 과자를 만드니 수다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도 듣고, 아빠랑 할아버지 흉도 좀 보고 하면서 어느새 과자가 다 튀겨졌다. 이제는 엿물을 묻힐 차례다. 나는 엿을 무엇으로 만드는지 궁금해서 할머니께 여쭈어 보았더니 쌀을 고아서 만든다고 하시며 설탕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있는 단맛을 내지만 몸에 해롭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조청을 만들었지만 요즘엔 시장에서 살 수 있어 아주 편리해졌다고 하셨다.
엄마는 쌀가루로 만든 덩어리 엿을 약한 불에 올려 녹인 후 튀겨놓은 과자에 엿물을 묻혀 쌀튀밥이 가득 담긴 대야에 던졌다. 할머니와 나는 엿이 굳기 전에 재빨리 쌀튀밥을 묻혀 꼭꼭 눌렀다.
드디어 첫 산자가 만들어졌고 바구니에는 금세 네모난 모양의 산자가 한가득 쌓이기 시작했다. 가득 담긴 산자를 보니 4시간 동안이나 쪼그리고 앉아 만든 보람이 있었다. 할머니와 나는 제일 큰 놈을 골라 맛을 보았다. 꿀꺽 달콤하면서도 쫀득쫀득한 맛이 초코렛보다 더 맛있었다. 나는 할머니표 산자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산자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간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과자를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는 시간이고, 가족끼리 모여 협동하며 화목한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며, 무공해 웰빙 영양 간식을 겨우내 먹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소중한 경험이다. 할머니가 건강하셔서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함께 모여 산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다윤 나누리기자 (서울서래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