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규 기자 (서울언북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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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금), 서울컨벤션 웨딩홀에서 친척 형님의 결혼식이 있었다. 본인은 정작 늘 보아온 결혼식보다는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폐백을 제대로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 싶어 설레며 기다렸다.
폐백이란 흔히 혼례 때 신부가 시부모나 그 밖의 시댁 어른들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는 예를 올리는 전통의식을 말한다. 그러나 “폐백”의 본뜻은 그때 올리는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예전에는 전통혼례가 신부집에서 이루어졌기에 혼례를 치루고, 13일이 지난 후 친정어머니가 싸 주신 음식을 싸들고, 시댁으로 가서 처음 인사를 드리는 과정이었다. 요즘에는 시댁이 아닌 예식장에서 치러지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시댁어른에 대한 예와 정성으로 여전히 지켜지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이다.
폐백은 유행에 민감한 다른 웨딩 관련 준비들과는 다르게 전통적으로 내려온 기본 의미나 구성에 큰 변함이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이때 신랑과 신부는 신분에 관계없이 평소에는 입을 수 없었던 활옷과 관복을 입어 생애 최고의 날임을 맘껏 뽐내기도 하였다.
신랑,신부가 예식과 식당 인사를 마치고 폐백실로 와 한복을 갈아입은 후 엉클어지지 않은 상 앞에서 기본 촬영은 한 후 신부가 시아버지께 두 번, 시어머니께 두 번, 총 네 번의 절을 하는 것으로 폐백이 시작되었다. 먼저 신랑과 신부는 술을 따라 올렸다. 이후 어른들은 덕담을 하시면서 신부의 치마폭에 대추를 던져주셨다.
밤과 대추고임은 시아버지께 드리는 의미가 큰데, 대추는 아들을, 밤은 딸을 의미하여 부와 자손의 번창을 뜻하는 것이라 한다. 이때 대추는 유일하게 시아버지만 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질 수 있다. 육포는 시어머니께 올리는 음식으로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의미와 넓적한 육포만큼 넓은 아량으로 며느리를 예뻐해 달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어머니가 폐백음식을 어루만지면 며느리의 허물을 덮겠다는 의미라고 하니 이러한 행위로 가족의 화합을 이루고자 애쓴 것인가 보다.
또한 구절판은 행운의 숫자인 9로 완전함과 충만함을 의미하는데, 여러가지 다른 색상과 모양으로 미적 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영양적인 균형까지도 생각하여 건강함을 뜻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부부가 찰싹 붙어 화목하게 살라는 것과 시누이에게 허물을 알아도 시부모님께 말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의 옛 시조부님께 자손 번영의 의미로 드리는 폐백장식닭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점차 간소화되고 있다고 한다. 사물 하나하나에 재미난 이야기가 엮어있는 것을 보면 언제나 우리 조상님들의 재치와 유머를 느낄 수 있다.
평소와는 다른 전통예복을 입은 신랑 신부의 모습이 왠지 더 엄숙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신랑집 위주로 치뤄지는 폐백인사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전통이 잊혀지지 않고 서양 결혼식이 치러지는 와중에도 지켜지고 있다는 뿌듯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신홍규 기자 (서울언북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