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 독자 (중대부속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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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중학교 학창시절을 여중에서 보내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남자선생님들은 정말 인기가 많으셨다고 한다. 남자선생님이 여자선생님들보다 비율적으로 많이 계셨다고 한다. 게다가 엄마가 중학생 2학년이 되셨을 때, 교복 자율화가 선포되어 교복을 입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 당시의 엄마는 공부도 잘 하셨고 운동도 잘하셔서 지금처럼 통통한 모습이 아닌 무척 마른 여자아이의 모습이라고 하셨다.
어렸을 때에는 "찬혁아, 너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니? "라고 누군가 내게 던진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엄마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그만큼 엄마는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나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는 사람인 동시에 내가 모르는 것을 물을 때 항상 정확한 대답을 해주었던 사람이 바로 엄마셨다. 지금의 내가 이렇게 영어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엄마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엄마, 학창시절 때 어땠어?"
"엄마? 모범생 그 자체였지. 문예부 부장에 미술부 부장에 몸이 남아나질 못했다니깐."
엄마는 학창시절 때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지만, 엄마의 주장대로라면 엄마는 문학에 심취한 문학소녀였다고 한다. 솔직히 이것은 과장된 말 같지는 않다. 엄마는 지금도 자투리 시간이 남으면 항상 책을 읽으시기 때문이다. 읽었던 책이라도 몇 번이고 다시 읽으신다.
"엄마, 엄마의 첫사랑은 정말 아빠야?"
"그럼!"
전대미문의 미스테리, 과연 엄마의 첫사랑은 아빠였을까? 엄마 시대에는 남녀교제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와는 다르게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도 혼자 몰래 조용히 좋아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의 자존심 강한 성격상 누구를 쫓아다녔을 리는 없고, 여고에 다녔다고 하시니 아마 얼굴 예쁘고 공부 잘하는 엄마를 흠모하는 남학생 몇 명쯤은 교문 앞에서 훔쳐보고 있지 않았을까?
"엄마의 꿈은 뭐였어?"
"음, 소설가?"
책을 항상 읽으시는 엄마에게는 소설가가 제격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다재다능하셨던 엄마는 소설가 외에도 화가도 되고 싶으셨다고 한다. 얼마 전 타계하셨던 고 박완서처럼 늦은 나이에도 자신의 꿈을 펼쳐 멋진 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되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어떤 때는 내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행하지 않는 면에 대해서 화를 많이 내시곤 하는데 나도 물론 내가 열심히 하지 못한 것에 화가 난다. 하지만 너무 고단한 일을 마치시고 온 엄마의 불평을 듣자니 나도 가끔은 짜증날 때가 많아 말도 안되는 괴변으로 엄마와 말다툼이 많이 잦아졌다. 학교에서 공부만 할 뿐 친구들과 다수의 시간을 보내는 나와 비교하여 아무래도 엄마는 더 힘든 생활을 하시고 계신데 이 기사를 쓰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선다.
항상 내 편이 되어 주시고, 힘들 때면 그에 대한 해결안을 내어주시는 엄마가 있기에 내가 지금 이 길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한창 사춘기가 시작되는 때라 투정도 많아졌지만 요즘 나의 밝은 모습에 즐거워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이젠 내가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열심히 하고 많은 성과를 보여준다면 엄마가 더 자부심을 갖고서 일을 하실 수 있으실 것 같다. 엄마의 모습을 본받아 나도 이번 중대부초 6학년 마지막 초등학교 생활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찬혁 독자 (중대부속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