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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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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 마술에 걸리는 시간

달걀의 용도는 다양합니다. 먼저 영양 만점의 온갖 요리로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등장합니다. 전통적으로는 달걀로 야구공에 맞은 광대뼈 주위의 붓기를 가라앉히기도 했고, 정치적인 적에게 던지는 ‘저강도 폭력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세포의 크기도 커서 맨눈으로 단세포를 관찰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죠.

달걀의 여러 면 중에서 가장 익숙한 것은 아마 요리 재료로써의 모습일 것입니다. 껍질을 까면 나오는 흰자의 탱탱한 식감과 노른자의 단백함은 간식으로 먹기에 제격이니까요. 그래서 삶은 달걀은 기차여행의 친구일뿐 아니라 찜질방에서도 단골메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흐물거리던 달걀의 속 액체가 어떻게 단단해지는 걸까요? 오늘은 달걀이 익는 과정을 살펴보고, 맛있는 반숙을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해보겠습니다.


달걀이 가진 단백질 분자는 폴리펩티드 사슬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사슬은 수소결합이나 이온결합과 같은 2차 결합에 의해 구부러져 있습니다. 전체 분자가 동그란 모양, 즉 구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열에너지를 주면, 단백질 분자들의 결합이 끊어지고 알부민 단백질 분자들이 실 모양으로 퍼집니다.

계속 가열하면 분자들이 물결치다가 마침내 뒤엉키게 됩니다. 그러면 분자가 흰자위에 있는 물을 포획해 3차원의 망구조가 생기게 되고, 이런 분자간의 교차결합이 이뤄지면 흰자위는 투명한 액체에서 불투명한 젤로 변합니다. 더 강한 열을 구면 폴리펩티드 사슬 간의 교차결합이 늘어나 단백질이 더 단단해집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달걀에 대한 취향이 다릅니다. 모두가 삶은 달걀을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삶은 달걀 중에서도 완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반숙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입맛에 맞는 삶은 달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 과학적인 해결책을 내놓은 과학자가 있으니 바로 옥스퍼드대의 세포생물학 교수인 리처드 가드너(Richard Gardner)입니다.

그는 식탁에 오른 달걀의 노른자 온도와 흰자위의 온도가 많은 차이를 보이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흰자위와 노른자위에 각각 미세 온도계를 삽입하고 달걀을 삶는 실험을 시작했죠. 실험 결과를 살펴보니 <b>노른자위는 20℃부터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100℃ 근처에서 평형상태를 찾았습니다. 이에 반해 흰자위는 30℃에서 시작해 노른자위보다 위쪽에서 비슷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먼저 완전히 익어버렸습니다.
노른자위가 먼저 익기 시작했지만 흰자위가 더 빨리 익은 뒤에 더 이상 온도가 오르지 않은 것이죠. 어찌 보면 이런 결과는 당연해 보입니다. 흰자위가 노른자위 외부에서 먼저 열을 받기 때문입니다.

또 노른자위의 단백질은 작은 기름핵 주변에 엉겨 붙어있는데요. 이 때문에 노른자위의 알부민 분자를 응고시키는데 들어가는 열에너지가 흰자위보다 많습니다. 노른자위의 알부민 분자들을 기름에서 떼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노른자위는 흰자위보다 높은 온도에서 익습니다.

사실 완숙을 원하는 사람은 실험 결과와 상관없이 100℃의 끓는 물에 달걀을 5분 이상 담그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반숙을 즐기는 아이의 부모라면 정교한 과학적 실험의 결과를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험결과 노른자위는 68℃ 이상에서 익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흰자위가 익기 시작하는 63℃와는 적지 않은 차이죠. 이 두 온도의 차이가 바로 완숙과 반숙을 의도대로 성취해낼 수 있는 마술의 구간인 셈입니다. 즉, 63℃와 68℃ 사이에서 달걀을 익히면 맛있는 반숙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변수는 많습니다. 달걀의 크기와 흰자위와 노른자위의 농도, 첨가물의 산성도 등도 많은 영향을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렌 피셔(Len Fisher)는 실험을 기초로 ‘맛있게 달걀 삶기’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중간크기의 달걀은 끓는 물에 집어넣고 4분 동안 삶을 것을 권합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있는데요. 한참 뒤에 껍질을 벗길 생각이라면 4분보다 일찍 물에서 꺼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끓는 물에서 꺼낸 후에도 잘 단열된 중심부가 계속 익어가기 때문이죠.

이렇게 달걀을 꺼낸 뒤 한동안 놓아두면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알부민 분자들 사이에 교차결합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너무 단단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익은 맛있는 달걀을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달걀을 삶은 다음 얼음 속에서 굴리는 것이죠. 이 또한 달걀 내부의 열로 스스로 안쪽을 익게 하고, 흰자위의 바깥쪽은 단단해지기 전에 재빨리 식히는 요령입니다.

끓는점이 63℃와 68℃ 사이의 액체를 구해 달걀을 삶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건에 맞는 액체는 끓는점이 64.6℃인 메탄올입니다. 만약 이것으로 달걀을 삶으면 메탄올이 달걀의 다공질 껍질을 뚫고 들어가 독성물질을 함유한 달걀을 맛보게 될 수도 있어요.

결론적으로 달걀 반숙을 만들기 위해서는 63℃에서 68℃사이의 온도에서, 4분 이하의 시간동안 익히면 됩니다. 또 삶은 달걀을 꺼낸 뒤 얼음에 굴리면 더 맛있는 반숙을 맛볼 수 있고요. 자, 이제 맛있는 반숙 요리법을 알았으니 오늘 간식은 삶은 달걀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 글 : 김병호 과학칼럼니스트
- 기사제공: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과학향기’

위 기사의 사진 / 동영상은 CCL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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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지
원미중학교 / 2학년
2010-09-03 18:47:52
| 저는 그냥 완숙을 좋아하는데...
반숙의 맛은 어떨지 궁금해 졌어요.
박수현
삼봉초등학교 / 4학년
2010-06-06 14:15:17
| 후라이는 흰자만..........먹어요.맛있어요!!
이지은
벌말초등학교 / 6학년
2010-05-25 18:12:04
| 저는 삶은 달걀에서 흰자만 먹어요...ㅎㅎㅎ
전현환
대륜중학교 / 1학년
2010-05-19 18:21:52
| 달걀삶기에 도전해 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조서연
서울원촌초등학교 / 6학년
2010-05-06 00:02:17
| 정말 좋은 정보 입니다.
한지은
야탑중학교 / 2학년
2010-04-15 14:39:11
| 알찬 정보 감사합니다. 읽는 동안 즐거웠어요.
서예원
백록초등학교 / 6학년
2010-04-14 18:13:44
| 달걀에 대해서 많이 배워가네요 감사합니다~~~~~!!!
김종찬
황산초등학교 / 6학년
2010-04-13 20:23:47
| 달걍후라이하구 비빔밥하구 케첩을해야 짱!
이원준
경복초등학교 / 6학년
2010-04-13 15:01:53
| 난 달걀을 후라이를 해서 밥에 비벼 먹는것을 젤 좋아해요.
간장으로 간을 약간해서요..
최누림
고양신일초등학교 / 6학년
2010-04-11 22:09:08
| 갑자기 계란을 꺼내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정
화랑초등학교 / 6학년
2010-04-11 19:14:47
| 정말 맛있는 글이에요!~ 제가 달걀 킬러인지 어떻게 알고 또 이렇게 군침도는 글을 써주셨을까?
이선호
대구대명초등학교 / 4학년
2010-04-10 18:34:49
| 반숙을한번해봐겠네요
좋은정보감사합니다
정희진
남산초등학교 / 6학년
2010-04-09 22:07:20
| 제목이 너무 재밋어서 바로 끌리더니..기사 내용도 좋습니당
박서영
성남매송초등학교 / 6학년
2010-04-09 19:34:33
| 잘 기억했다가 만들어 봐야겠네요!
백승협
중부초등학교 / 6학년
2010-04-09 08:23:03
| 저도 그렇게 먹어 볼래요 요즘 엄마가 오쿠에다 삶아 주시는데 반숙을 먹어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이채원
대구대서초등학교 / 5학년
2010-04-08 07:59:26
|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강혜인
만대초등학교 / 6학년
2010-04-07 21:59:49
| 갑자기 반숙이 먹고싶어지내요ㅠㅠ
조해원
서울공덕초등학교 / 6학년
2010-04-07 17:45:03
| 저도 반숙을 더 좋아합니다.
잘 기억할게요
조유빈
서울문정초등학교 / 6학년
2010-04-07 16:09:14
| 저는 집에서 찜질방에서 먹는 달걀을 만들어봤어요.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했어요. 달걀을 하루정도 부엌에 두었다가 압력밥솥에 물 아주 조금+소금 넣고 <취사>버튼 누르면 끝~
전현우
영훈중학교 / 1학년
2010-04-06 20:41:00
| 저도 달걀 삶아봐야겠어요^^
송훈섭
서울양천초등학교 / 6학년
2010-04-06 19:33:36
| 누나도 읽었어요. 지금 달걀꺼내 들고 있어요.
배민정
센텀초등학교 / 6학년
2010-04-06 14:48:19
| 사소하게 보이던 달걀을 가지고도 많은 실험을 할수 있다는게 놀라워요.
김정호
수원 원천초등학교 / 6학년
2010-04-05 00:15:14
| 달걀 삶는 일에도 이렇게 세심하게 실험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대충 무심하게 넘기는 제 성격을 반성하게 됩니다. 저도 달걀 반숙에 도전 한 번 해보려고 해요. 유익한 칼럼 감사합니다.
이지영
서울명덕여자중학교 / 1학년
2010-04-04 11:13:21
| 이 귀한 글 제 홈피로 담아갑니다^^
이지영
서울명덕여자중학교 / 1학년
2010-04-04 11:12:55
| 달걀의 용도는 참으로 많지요^^ 날달걀인지, 삶은 달걀인지 물 위에 띄워 보아도 알 수 있고, 물과 설탕을 섞어 실험하는 농도 실험에선 이보다 조금 작은 메추리알로 그 진하기를 알 수 있는데 암튼 달걀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우리 생활 속 알토랑한 귀염둥이예요~^^ 참, 달걀 껍질로 알공예도 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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