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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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매우 맑음
제목 : 독립! 오, 기쁘도다!
하늘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햇볕마저 창문밖으로 만세를 부르던 오늘아침, 사람들이 술렁였다. 우리집 누렁이도 기분좋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왈왈왈왈!’ 하고 짖어대었다. 평소대로였으면 지나다니던 일본순사때문이었겠지만, 오늘은 아닌 듯 했다. 그리고 일본순사가 무서워 여태껏 독립 운동 한 번 나가지 못했던 옆집 준삼이 아저씨도 장롱 깊숙이 들어있던 태극기를 들고 목이 쉬도록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사립문 밖으로 나가보니, 백성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대한 독립 만세~!"
온 국민의 길고 아름다운 행렬이 이어졌다. 백성들의 함성소리가 오천년강토를 뒤흔들고, 우리 한민족으로서 피를 들끓게 하였다. 우리가 드디어 독립을 한 것이었다! 나는 빨랫거리를 마당에다가 내팽개쳤다. 마당에서 철대야가 구르는 소리가, ‘데구루루루루루’하고 경쾌하게 울렸다. 나는 품속에 있던 피로 그린 태극기를 꺼내어 목청이 터져라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대국민행렬속에 끼었다.. 35년간 당해왔던 굴욕적인 수모를 이제야 씻을 수 있는 것이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사람, 그동안 참아냈던 서러움을 한껏 울음으로 풀어내는 사람... 그런 눈물때문에 거리 바닥은 온통 눈물과 조선인들의 아름다운 발자국으로 덮였다. 드디어 우리 민족이 스스로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과 서러움의 눈물이 한꺼번에 섞여 내려 얼굴을 뒤덮었다. 이제 우리 조선은 강대국이 되어 먼 훗날 저 바다 넘어 일본을 앞서나갈 날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35년만에 발을 뻗고, 아니 온몸을 쫘악 펴고 편하게 누워 잘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쁨은 어루 말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마 지금쯤 둔자의 남편은 호되게 뉘우치고 있을 것 이다. 친일파에 노한 우리 마을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을 마을에서 내쫓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둔자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속이 시원하다. 오늘은 마을 잔치가 열린다고 한다. 이 경사에 잔치가 열리지 않는다면 언제 열리랴... 나도 잔치에 가려고 고기를 잔뜩 썰어 놓고, 술을 담가 놓았다. 이 기쁨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저 멀리서 상숙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둔자야~ 바쁘다! 빨리 일 좀 도와라!"
지금은 마을 잔치 준비가 바쁘니 이만 써야겠다. 오늘은 8월의 뜨거운 태양보다 더 뜨거운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 애틋함, 마음이 만천하에 퍼졌던 소중했던 날이다.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