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교양국 조준묵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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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 이야기
1)처음 북극을 보았을 때?
맨 처음 북극에 도착했을 때 내가 본 색깔은 파란색과 하얀색이었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얼음은 하얗고 그 외에 다른 색은 없었습니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바람소리 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고요함 적막함 이었습니다
2)빙하가 떨어지는 일이 그렇게 매일 일어나는 현상인가?
그린란드 빙하는 지역에 따라 매일 그리고 매시간 무너집니다.
멀리서는 자그마해 보이는 얼음 덩어리들이 - 떨어지는 얼음 덩어리들이 집채만한 파도를 만들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습니다. -천둥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무너집니다. 실제로는 초대형 빌딩만한 크기입니다. 무너지는 빙하 촬영을 성공했을 때 처음엔 우린 정말 운이 좋고 끝내주는 그림을 찍었다며 좋아했지만, 그 무너짐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촬영팀 모두가 “이제는 그만 그만”,“이제 그만 좀 하지” 하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을 정확히 잡아내는 행운의 즐거움 보다, 우리의 마음도 같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고 한마디씩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은 ‘지구온난화’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북극의 눈물’ 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 듯 아름다운 북극의 생태계를 - 이누이트의 삶 또한 북극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 부분입니다 - 고발성이 아닌 아름답고 유려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아름다운 것들이 무너지고 훼손당하고 있는 것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럼으로써 온난화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촬영은 연출, 조연출, 카메라 2명, 전체 4명이 한 조씩 두 팀으로 나누어 이루어졌습니다. 장비를 포함한 짐의 개수만도 50여개, 무게는 1톤에 달했습니다. 두 팀 모두 얼음판위에서 모든 촬영이 이루어지는 만큼 무조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제일의 원칙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북극에서의 모든 결정은 우리가 아닌 ‘자연’의 몫이였습니다.
‘온난화’는 ‘촬영’은 물론이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동물’,‘식물’ 모두에게 문제였습니다.
캐나다 북부의 작은 도시 ‘쿠작’에서 항공촬영을 시작했는데, 작년 같은 시기만만 해도 눈에 덮여있었다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눈이 많이 녹아있었습니다. 눈 녹는 속도가 작년보다 한 3주 정도 빠르다고 했습니다. 과연 제대로 북극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렇게 빨리 온난화가 진행되는지 몰랐습니다.
‘온난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는 북극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특별한 가르침이나 배움 없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경험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신들의 경험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3월까지는 너무 춥고 4월말쯤이면 사냥을 시작해 7월 초까지 사냥을 해 사람도 먹고, 썰매 개도 먹을 걸 마련하고, 잠깐의 여름을 넘어, 겨울이 되기 전 얼음판 위로 사냥을 나가 겨울 내 먹을 걸 마련하는 게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어져오던 계절의 순환이, 얼음이 얼어 있는 기간이 무려 한 달이 짧아 졌습니다. 그린란드 중부 지역은 조상께 배운 지혜대로 사냥을 나갔다가 얼음이 깨져 빠져 죽는 사냥꾼들도 생겼습니다. 그린란드 남부 지역은 숫제 썰매를 끄는 개들을 없애고 -사람보다 개를 중요시 한다는 북극에서 말입니다- 농사를 짓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그들을 ‘에스키모’라 부르든 ‘이누이트’라 부르든, 털 모자를 쓰고 곰 털 바지를 입고 썰매 개를 몰고 사냥을 나가는 모습이 아니라 감자 밭에 앉아 있는 사냥꾼의 후예들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그것도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는 그린란드에서 말입니다. 그린란드는 말 그대로 녹색의 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얀 얼음판 위에서 한없이 막막하기만 했던 북극. 그러나 크랙을 깨고 수중촬영을 하면서 그곳엔 다양한 생물들이 순환의 고리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음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북극곰의 먹잇감인 바다표범과 그들이 의지하는 얼음 속 새우, 조개. 그리고 그들의 영양분이 되어주는 플랑크톤. 이 아름다운 생태계가 너무 빨리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방송 네레이션의 마지막 문장처럼 북극이 녹고 있었고 ‘북극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북극에 다시 가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북극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순환하며 무너지지 않는 질서에 맞춰 살고 있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뺨을 찢고 턱을 덜덜 떨리게 하는 바람이 북극을 휘감는 한 언제든지 가겠다고 말합니다.
<사진제공 : ‘북극의 눈물’ 조준묵 PD>
MBC 교양국 조준묵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