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지 나누리기자 (여수한려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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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병이 심해 안과를 가기 위하여 학교에서 오전에 조퇴를 하고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갔다. 점심시간이 막 끝나갈 무렵 부모님께서는 아주 많은 양의 꺼먹돼지를 자르고 포장하고 계셨다. "오늘 단체손님 있어요?" 하고 여쭤 보았더니 부모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전쟁날까봐 보관했다가 나중에 먹으려고 그런다."고 하셨다. 장난으로 말씀하시는 거라 생각하고 다시 한번 여쭤 보았더니 연말이라 불우이웃돕기를 하려고 하신다고 대답하셨다.
아빠는 열심히 꺼먹돼지를 자르시고 엄마는 비닐봉투에 꼼꼼하게 포장을 하셨다. 포장비닐 겉봉지에 우리식당 상호가 인쇄되어 있는 스티커를 붙이자는 엄마의 말씀에 아빠와 나는 기부는 아무도 모르게 살짝 해야 되는 거라고 엄마께 핀잔을 주었다. 엄마도 웃으시면서 우리 현지가 정말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주시며 흐뭇해 하셨다. 아빠는 포장된 꺼먹돼지를 자동차에 실고 동사무소로 향하셨고 기사에 실을 사진을 찍겠다며 따라가겠다던 나에게 쑥스럽다 하시며 여기까지만, 이라고 말씀하셨다.
꺼먹돼지 포장이 끝나고 엄마는 조용히 말씀하셨다. 작년 가을에는 독거노인과 형편이 어려우신 어르신들 100여 분께 우리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대접해 드렸었고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우리 식당에서 판매하는 전북 장수군 대성리 토종꺼먹돼지를 농장과 함께 공동으로 여수에 있는 어려운 이웃과 보육원, 농아원에 기부하신다고 했다. 불우한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시는 일이라고 하셨다.
우리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남을 돕는 엄마와 아빠의 손길은 마치 오랜 가뭄에 단비가 내리는 듯 정겹고 희망의 새싹이 땅을 비집고 돋아나는 듯 했다. 그래서 이런 엄마, 아빠의 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며칠 전 과자를 가지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나눠 먹기는 커녕 나 혼자 욕심부리기 바빴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앞으로는 엄마, 아빠를 본받아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또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또 그것을 남모르게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 지를 알 수 있었다.
박현지 나누리기자 (여수한려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