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54호 3월 3일

동화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심혜성 기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148 / 조회수 : 1129

뉴스 공유하기 C
					로그 미투데이 트위터 Facebook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내일, 아니 이제 30분만 더 있으면 내 생일날이다. 오늘은 내게 첫 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서 맞이하는 첫 생일. 작년 2월 28일. 그러니까 내 생일날. 엄마는 내게 생일 고깔모자를 씌워 주시고 나는 엄마의 손에 엄마가 가지고 싶어 하셨던 예쁜 손거울을 선물로 드렸다. 엄마가 고맙다며 라이터로 촛불의 불을 키려던 순간. 내 앞에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엄마가 실수로 라이터를 떨어트려 식탁에 불이 붙었고, 엄마의 치맛자락에도 불이 붙고 있었다. 나는 잠시 당황하여 5초 정도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엄마 옷의 불을 꺼야 하는데 옆에 물이 없었다. 다행이 거실에 생수를 병의 반쯤 담아 놓은 정수기 물통이 보였다. 엄마를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달려가는데, 미끄러져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물은 쏟아졌고, 엄마는... 불길에 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화장실은 수도가 막혀 내일 고치기로 했었다. 바깥 화장실에 가야 한다. 생각하고 바깥 화장실에 달려가서 물을 퍼온 후 집에 들어와보니 불이 우리 집 전체에 번졌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엄마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하지만, 아니다. 엄마는 관 속으로 들어갈 때, 내가 드린 손거울을 꽉 쥐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빠지지 않았다. 내가 드린 선물을 꼬옥 쥐고 웃음을 띈 엄마의 얼굴 위로 관이 닫혔다. 하지만 난 아빠가 있어서, 슬픔을 잊으려 노력했다. 아빠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쓰디쓴 눈물을 삼켰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였다.


영어 학원을 8시에 마치고 친구들과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먹고 나서 집 앞에 다다르니 9시가 다 되어 갔다. 떡볶이를 먹긴 했지만 배고파서 아빠랑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먹을까 싶어 집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아빠한테 전화를 했지만 아빠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방에 들어가 잤다. 잘 때까지 아빤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도, 그 다음날 아침에도 아빠는 없었다. 혼자 몰래 여행을 갔나 싶어 영어학원 차를 투덜대며 탔다. 영어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가로등이 켜진 큰길로 가고 싶었지만 집에 아빠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름길로 갔다. 그 때였다. 내 발에 뭔가 밟혔다.


뭔가 싶어 내려다보니, 사람의 손이였다. 깜짝 놀라 발을 떼는데, 이 사람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고, 옷은 찢어져 있으며 사람들에게 밟힌 자국이 조금 나 있었다. 눈 옆엔 눈물자국도 나 있었다. 징그러운 느낌이 들어 뛰어가려던 그 순간. 낯익은 얼굴이였다. 다시 뒤돌아보니 아..빠...였..다.. 작은 골목이라 가로등도 없어서 깜깜했지만 분명히 아빠였다. 얼굴을 만져 보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코에 손을 대 보았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아빠의 왼쪽 가슴에 손을 대어 봤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아니야, 아빠가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하고 생각했다. 눈물이 났다. 계속 멈추지 않고 눈물이 났다. 눈물을 닦으며 뛰어갔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이 났다. 아빠가 미웠다. 왠지는 모르겠다. 미웠다. 저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아빠가 쓰러진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닐 것이다. 아니, 잘못들은 것이 아니다. 아빠가 부른 것이 맞겠지 싶은데. 친구 소연이였다. 그때만큼 소연이가 미웠을 땐 없었다.


눈물을 흘리며 뛰었는데, 집에 도착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 보이는 엄마,아빠, 나 셋이서 찍은 가족사진. 아빠의 눈을 보았다. 전에는 행복한 표정이였는데 지금은 슬픈 표정이였다. 엄마도 슬픈 표정이였다. 나도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기를 쓰다 보니 어느덧 2월 28일 내 생일이 되었다. 눈물이 났다. 피투성이인 아빠의 얼굴이 생각났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소리 높여 울고 싶었다. 엄마와 아빠의 포근한 품에 안겨서 같이 죽고 싶은 생각이 났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신발을 벗고 옥상 손잡이 위에 올라섰다. 우리 집은 8층 꼭대기 층이다. 무섭지 않았다. 그렇게 눈물 한 방울을 흘리며 몸의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쳤다.


그로부터 5년 뒤.

"여기, 편지 하나가 있는데요?"

"그래? 이리 줘 봐."

"아이의 글씨체입니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부모님께 쓴 모양인데.."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부모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모님의 딸, 설희입니다. 부모님 먼저 세상을 뜨시고, 저 혼자 얼마나 슬펐는지 아세요? 정말 너무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저는 곧 있으면 부모님의 곁으로 갑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언제나 저를 지켜 주시고, 저에게 좋은 것을 주시고, 저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우리 자랑스런 부모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심혜성 기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5학년)

추천 리스트 프린트

 
노지현
남산초등학교 / 6학년
2011-03-04 15:51:20
| 흑흑슬퍼요!
전인혜
대구대청초등학교 / 5학년
2011-03-04 16:59:58
| 굉장히 슬픈 이야기이네요.
장유정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1-03-09 18:53:38
| 슬픈 이야기네요
한 사람의 비극이 한 가정을 망쳤군요
위상비
순천매산중학교 / 1학년
2011-03-12 16:08:27
| 아빠는 자신의 아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다니..
아빠만 살아계셨더라도 아이는 자살을 하지 않았을텐데...
슬픈 이야기 이네요ㅠㅅㅠ
강은지
우면초등학교 / 6학년
2011-03-14 18:46:53
| 넘 슬퍼요 저 울었어요ㅠㅠ
김주영
서울장충초등학교 / 6학년
2011-03-15 20:32:59
| 비극적인 이야기네요...
윤하진
서울난우초등학교 / 6학년
2011-03-29 20:34:27
| 슬픈 이야기네요...
 

 

렌즈속세상

놀이터


Template_ Compiler Error #10: cannot write compiled file "/web/webapp/data/ipress/iprdata7/e3/school.president.go.kr_paper/template/kr/_compile/group/67/1/bottom.htm.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