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기자 (벌말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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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희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총알을 줍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여름에는 땀을 흘리며 총알을 주우시고, 겨울에는 장갑도 안 끼고 손이 시렵게 총알을
주우십니다. 할머니는 항상 빨강색 꽃무늬 모자를 쓰시고 도수가 높아 보이는 안경을 쓰셨습니다. 총알을 오래 주우셨는지, 허리도 많이 굽으셨습니다. 내가 피아노 학원을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또 총알을 줍고 계셨습니다. 두 걸음 걷고
총알을 주우시고, 두걸음 걷고 총알을 주우시고. 그 모습이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 같으면 보였을 할머니께서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무슨 사고라도 나셨나? 아니면, 오늘 하루는 그냥 쉬시는 건가? 그렇게 생긴 궁금증은 밤이 깊도록 더해만 갔습니다. 어렵게 잠을 청하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바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도 할머니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이마에는 찬 수건이 올려져 있었고 옆에는 어린 손자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할머니를 바라보며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힘겹게 눈을 뜨고 계셨습니다.
옆에 있던 어린 손자들이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하나, 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나와 할머니. 이렇게 둘만 방안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어색해서
자리를 조금 옮기려는 찰나, 할머니께서 신음소리를 내며 의식을 잃었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방 밖에 있을 사람들을 소리쳐 불렀습니다. 목이 터져라 불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직접 다른 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매우 놀랍게도 다른 방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습니다. 방금 전까지도 있었던 어린 손자들
조차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나는 너무 놀란 마음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으아~!! 나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깨어났습니다. 다행히 꿈이었습니다.
나는 찝찝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한 채로 학교를 갔습니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와서
학원을 가는 길이었습니다. 저 멀리 횡단보도에 총알 줍는 할머니께서 서 계셨습니다!
나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나는 기분이 풀렸고, 할머니께서 건강해 보이셔서 더 더욱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께서 혼자 너무 힘들게 총알을 주우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총알을 조금씩 주어서 한 가득 모은
다음에 할머니를 만나서 드리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내가 괜히 할머니가 주워야 할 몫을 빼앗아가는 것은 아닌지, 내가 한 가득 모아서 드리려고 할 때에는 할머니께서 더 이상 총알을 안 주우시는 것은 아닌지..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며 하루에 총알을 한 개에서 두 개정도만 줍기로 하였습니다.
나도 총알을 조금씩 주운지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12개 정도의 총알이 모였습니다.
비록, 한 가득은 아니지만, 12개나 모았다는 사실에 그냥 할머니께 드리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주운 총알을 통 같은 곳에 넣어서 열심히 가지고 다니기는 하였지만 드릴 용기가 없어서 드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학교 끝나고 나는 친구들과
놀다가 총알을 주우시는 할머니 얘기가 나와서 내가 친구들에게 도대체 왜 그 할머니께서
총알을 줍는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한 친구는 모른다고 하고, 한 친구는 그런 할머니는 못 봤다고 하고, 한 친구는 손자들 주려고 한다고 하고, 또 한 친구는 총알로 장난감 같은 것을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갑자기 그 할머니가 총알을 줍는 이유가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진짜 손자들한테 주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 장난감을 만드는 것일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내가 용기를 내어 할머니께 약 30개 가량 모은 총알을 드리고
어째서 총알을 주우시는 것이냐고 이유를 묻자, 할머니께서는 인자한 미소로 제게
"나는 7살 짜리 손자가 있는데 그 손자가 요즘 비비탄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거든.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총알을 돈 주고 사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내가 주워서 주고 있는 것이야. 많이 궁금했구나! 그리고, 이 총알 너무 고마워~ 착한 꼬마구나." 라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또, 내가 저번에 왜 이틀 동안 않 나오셨냐고 물어보았더니 "다른 동네에서 총알을 주웠단다. 걱정해 주었구나, 고맙다." 하고 말해주셨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학원도 늦었고 궁금증도 해결되었으니 인사를 하고 급하게 헤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계속 할머니께 총알을 조금씩 주워다 드리고 인사를 하며 다닙니다.
할머니께서는 손자의 행복과 작은 돈도 아껴쓰려는 마음에서 당신의 몸을 희생하신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참 위대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지은 기자 (벌말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