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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10월07일

동화 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임지수 독자 (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302 / 조회수 : 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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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흰머리

“한 개, 두 개, 세 개. 어우! 여기엔 한꺼번에 두 개나 있네. 한 번에 다 뽑아버려야지. 아이, 아프네. 두 개는 무리구나! 멀쩡한 검정 머리카락만 뽑았네. 그냥 한 개씩 뽑아야겠다.”


분주한 월요일 아침입니다. 부엌에선 ‘딸그락 딸그락’ 가족이 먹은 아침밥상을 치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책가방과 준비물을 챙기느라 바쁩니다. 동생은 양말을 찾다 못 찾겠던지 엄마를 부르며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근 준비를 하시던 아빠는 좀처럼 거울 앞에서 떠날지를 모르십니다. ‘아하! 휴우!’ 긴 한숨소리만 연거푸 내뱉으며 거울 속으로 들어갈 듯 이마를 바짝 대고 계십니다.

 

“아빠, 저도 거울 봐야 되는 데요.”

“흰머리가 예사롭지 않네. 언제 이렇게 생겼지!”

“아빠! 저도 거울보고 머리 빗어야 한다고요?”

“이제 할아버지 다 됐네. 다 됐어.”

내 말이 들리지도 않으신지 아빤 우리 집에 단 한 개뿐인 화장대 거울을 벌써 20분채 독차지하고 계십니다.

 

“아빠! 제발요.”

발을 동동 구르며 다급하게 거울을 찾는 양손엔 머리빗과 방울 끈이 더 안절부절 못하는 듯 앞뒤로 흔들립니다.

“여보, 그렇게 늦장부리다 회사에 늦겠어요. 지수도 머리 빗어야 한다잖아요.”

엄마 말씀에 그제야 거울 앞에서 물러나시는 아빠. 허겁지겁 코트를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나가시던 아빠는 신발을 신으시다 말고 엄마께 머리를 숙이며 그러십니다.

“흰머리 많은 지 좀 봐주겠어.”

엄마와 나는 동시에 아빠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습니다.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꽤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흰머리가 많은데요.”

엄마 말씀에 아빠는 더 심란하신 듯 했습니다.

“그렇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흰머리는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참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이제 나도 늙었나 봐!”

 

엄마는 벽시계를 바라보며 아빠의 등을 현관문밖으로 미셨습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어서 출근부터 하세요. 이러다 정말 늦겠어요. 저녁에 퇴근해 오면 제가 흰머리 다 뽑아드릴게요.”

흰머리를 뽑아주신다는 엄마 말씀에 조금은 위안이 되셨는지 아빤 ‘빠이빠이’를 외치며 현관문을 나가셨습니다.

 

그날 저녁입니다.

밥상 앞에 둘러앉은 우리 가족은 구수한 된장찌개를 먹으면서 아빠의 흰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뽑아야 할까? 염색을 해야 할까?’ 아빠는 가족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 결정에 따르기로 하셨습니다. 잠시 후 의견이 나뉘어졌습니다.


이제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으니 그때그때 뽑아야 한다는 나의 의견 한 표! 뽑으면 어차피 다시 흰머리가 나니까 염색하는 게 여러 모로 현명하다는 엄마 의견 한 표! 잘 모르겠다면서 아빠 마음대로 하라는 동생 의견 한 표! 결과는 기권 포함 1:1 동점이었습니다. 아빠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할머니 댁에 전화를 걸으셨습니다. 할머니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예. 저예요. 저녁 진지는 잡수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예? 뽑아야 한다고요.”

 

할머니 의견도 뽑아야 한다에 한 표였습니다. 할머니 말씀은 나이 마흔에 벌써부터 염색을 하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없어지고 흰머리가 더 생긴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2:1

‘팡파방! 팡팡파 팡파방!’

“이렇게 해서 아빠의 흰머리를 뽑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와아!’

그때였습니다.

 

“잠깐!”

“왜 그러세요? 여보!”

“왜요? 아빠!”

“잠깐, 잠깐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데 장모님께도 전화 드려서 의견을 여쭤봐야 하지 않겠어? 나중에 아시면 섭섭해 하실 지도 몰라. 안 그래?”

“당신도 참.......”

“아빠, 무슨 흰머리 뽑는 것 가지고 외할머니가 섭섭해 하신다고 그러세요.”

“아니야. 충분히 고민할 가치가 있는 일이야. 당연히 외가의 어른이신데 여쭤봐야지!”

“아빠 혹시 머리카락 뽑히는 게 아파서 그런 것 아니에요?”

 

내말을 못들은 척하시며 바로 수화기를 드는 아빠.

“예. 장모님 임 서방이에요.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건강은 어떠세요?”

‘하하하 허허허’

그렇게 한참을 뭐가 그리도 재미있으신 지 껄껄 웃으시면서 외할머니와 통화하시던 아빠는 잠시 후 본론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장모님, 나이 마흔 줄에 들어가니까 이제 슬슬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네요. 찾아보니까 군데군데 흰머리가 나있는데 뽑는 것이 좋을까요? 염색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장모님의 의견은 어떠세요?”

“아, 예. 아, 예....... 염색이 낫다고요? 갈색이요? 노란색은 좀 그렇겠죠? 하하하하.”


외할머니께서는 염색에 한 표를 주셨습니다. 또 결과는 2:2 동점이 되었습니다. 결정을 못 내리고 고민을 하시던 아빠는 또 누구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고 생각하셨습니다.

“여보, 그냥 염색하세요? 한 번 염색하면 한두 달은 갈 텐데.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아빠, 제가 흰머리 다 뽑아 드릴게요. 저 잘할 수 있어요.”

엄마와 내가 돌아가며 말씀을 드리는 데도 고민이 깊으신 듯 캄캄한 창밖만 내다보셨습니다. 그러시더니 하루 더 생각해 보고 내일 결정할게. 늦었으니 그만 씻고 자자.”

하시며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힘없이 방으로 들어가시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자 흰머리 때문에 속상해 하시는 것 같아 내 마음도 아팠습니다. 아까는 흰머리를 다 뽑아드린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아빠는 아직 젊으신데 회사일이 힘드셔서 흰머리가 난 것 같았습니다. 나와 동생은 누워 계신 아빠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다리를 주물러 드렸습니다.

“아빠, 앞으로는 주말에 어디 놀러가자고 안 할게요.”

“응? 아니 왜?”

“아빠 힘드시잖아요. 그래서 흰머리도 나고요. 그러니까 앞으로 주말에는 집에서 푹 쉬세요.”

“허허허. 우리 딸 다 컸네. 아빠를 다 생각해 주고.”

그러자 철없는 동생이 끼어들었습니다.

“아빠, 나도 나도!”

우리 동생, 분위기 파악 못하는 데는 뭐 있습니다.

“허허, 그래그래.”

 

눈시울이 붉어지신 아빠는 우리 남매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아빠 괜찮아. 흰머리가 나서 속상한 것이 아니란다. 아빠한테 이런 착하고 예쁜 보물이 둘씩이나 있는데 그깟 흰머리 좀 난 것 가지고 아빠가 풀이 죽을 일이 있겠어. 아빠의 별명이 ‘씩씩이’ 아니냐.”


아빤 더 크게 웃으시며 나와 동생의 볼에 뽀뽀를 해주셨습니다.

바쁘게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더 이상 아빠는 흰머리를 신경 쓰지 않으셨습니다. 평소처럼 후다닥 머리 빗고 로션 바르고 우리들에게 거울을 양보해 주셨습니다.


평화롭고 화창한 일요일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난 아직 이불 속에서 비비적대고 있는데 아빠가 기지개를 크게 켜시더니 별안간 우렁찬 목소리로 이러시는 것이었습니다.

“검정머리로 40년을 살았으니까 은색머리로 남은 인생을 사는 것도 멋질 것 같구나! 그래 결정했어. 아빠는 흰머리를 뽑지도 않고 염색도 하지 않을 거야. 자연스럽게 흰머리를 자라게 해서 앞으로는 은빛머리로 살 거란다. 어때? 멋있을 것 같지 않니? 상상해 봐?”

“아빠! 좋은 말로 은빛머리이지 완전 백발이잖아요.”

“난 아빠가 할아버지처럼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싫은데.......”

동생이 뾰로통해서는 손가락으로 작은 X를 그렸습니다.


“왜? 너희 가수 패티 김 알잖아? 전에 텔레비전에서 노래하는 모습 봤을 때 멋지다고 해 놓고선. 그분의 은빛머리카락이 네온사인에 더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게 검정머리였을 때보다 세련 돼 보인다고 했잖아. 너희들 기억 안 나?”

“그분은 연예인이니까 어울리는 거죠?”

“연예인이 아닌 사람 중에도 있어. 너희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대통령도 머리가 흰색인 것 기억 안나? 정치가도 예술가도 생각보다는 흰머리가 아주 많단다. 그분들은 모두 일부러 백발인 채 지내는 거란다.”

“아빠, 그래도.......”

내가 두 손 들었다는 듯 말끝을 흐리자 아빠는 ‘껄껄껄’ 웃으셨습니다.

 

“너희들 아빠가 백발이 되는게 그렇게도 싫어?”

“네. 싫어요.”

“아빠, 생각엔 왠지 분위기 있어 보이고 더 멋있어질 것 같은데 그래도 싫어?”

“네. 정말 정말 싫어요.”

그때였습니다.


“여보! 얘들 데리고 장난 그만 치고 어서 나와 식사하세요. 그리고 너희들은 아침 먹고 약국에 가서 염색약 좀 사오너라.”

“네? 염색약을 요?”

“아빠 염색하기로 했어요?”

“응. 그래. 아빠 염색하기로 하셨어. 뽑는 건 아파서 도저히 못하시겠단다.”

“네에? 아빠 별명이 씩씩이 이라면서요?”

“사실은 순 겁쟁이에 엄살쟁이란다.”

엄마의 말씀에 온가족이 크게 웃었습니다. 아빠한테도 저런 면이 있었구나! 내가 꼭 주사 맞는 거 싫어하는 것처럼.

 

아침밥을 먹고 동생과 함께 염색약을 사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손을 잡고 가던 동생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나! 나이가 들면 왜 머리가 하얗게 되는 걸까? 내가 동화책에서 봤는데 자식들이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하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고 했어. 그게 정말일까? 내가 아빠 말씀을 안 듣고 어리광부리고 아이스크림 많이 사 달라고 해서 나 때문에 아빠가 속상해서 흰머리가 생긴 걸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누나도 아빠 말씀 안 들어서 아빠의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거야.”

“누나도 아빠 말씀 안 들었어?”

“응. 그러니까 우리 이제 앞으로는 아빠 말씀을 잘 듣자. 그래야 흰머리가 나지 않지. 알았지?”

“응. 알았어.”

동생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우리, 아빠 머리카락을 최고로 멋있게 염색해 드리자.”

“그래그래”

 

약국 유리창에 햇빛이 반짝거립니다. 올려다보니 하늘의 해님이 우리를 보며 방긋 미소 짓고 있습니다. 참 착하구나!하고 꼭 칭찬해 주는듯 합니다.



임지수 독자 (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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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림
금성중학교 / 1학년
2010-06-03 18:42:03
| 우리아버지는 아직 흰머리카락이 없어요.
이채원
대구대서초등학교 / 5학년
2010-06-03 22:43:37
| 우리엄마께서 흰머리카락이 많아서 속상해하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김민영
신구중학교 / 1학년
2010-06-07 18:07:34
| 우리 엄마도 한개, 아빠도 한개 발견했어요. 슬프네요.
최시헌
성광중학교 / 2학년
2010-06-08 10:16:05
| ㅠㅠ 울엄마도 흰머리 많으신데....
이어진
언남초등학교 / 6학년
2010-06-08 16:04:02
| .....
서윤정
대연초등학교 / 6학년
2010-06-09 21:58:42
| 우리가족 중 오빠빼고 저도 흰머리가 한번씩 있어요ㅠㅠ
전현환
대륜중학교 / 1학년
2010-06-10 20:51:15
| 우리엄마도 희머리 있어 저와 제 동생이 뽑는답니다. 잘읽었습니다.
이서현
은석초등학교 / 6학년
2010-06-12 19:48:48
| 엄마는 그래도 좀 뽑을 만 한데 아빠는 너무많아 주체할수 없네요,,,ㅠㅠ
이진영
장평중학교 / 1학년
2010-06-14 21:38:13
| 저희 아빠도 반은 흰머리인데 참 멋있습니다. 아빠들 화이팅!
임지수
북인천여자중학교 / 1학년
2010-06-15 06:38:45
| 채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고은
용수중학교 / 1학년
2010-06-17 15:51:51
| 잘 읽고 갑니당
이윤서
샘모루초등학교 / 6학년
2010-08-05 12:49:15
| 길고 감동적인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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