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모습은?
우리 반에는 한 아이가 있다. 겉모습은 선하게 생겼지만 속으로는 장난치고 싶은 마음을 늘 품고 있는 아이다. 사자성어로 표현해 보면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자성어의 뜻은 ‘입으로 달콤한 말을 하면서 배에는 칼을 품었다는 것’, 즉 속과 겉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표현을 사용하자면 두 개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지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는 우리 반 아이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게 한 사람을 선과 악으로 분리하였다. 그들의 이름인 ‘지킬’은 자신을 죽인다는 뜻이고 ‘하이드’는 영어 hide의 뜻과 같이 ‘숨기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지킬은 늘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가는 곳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악을 꺼내 하이드를 만들었다. 약을 이용해 선과 악을 분리했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이게 실화라고 하니 이야기가 더 흥미로운 것 같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한 사람이지만 낮에는 지킬로, 밤에는 하이드로 변한다. 하이드가 밤에 자유롭게 술을 마시고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둠의 가면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범죄는 대부분 밤에 일어난다. 밤에는 밖에 나가도 잘 보이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거의 꾸미고 나가질 않는다. 어둠도 하나의 가면이다. 또한 남자들에게는 승용차, 여자들에게는 화장과 명품이 자신을 멋있게 보일 수 있게 하는 가면이다. 나 같은 학생들에게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 최고의 멋이다. 그래서 학벌의 가면을 쓸 수도 있다.
내 안에도 지킬과 하이드가 있다. 지킬 중에게는 공부하려는 마음, 항상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있지만, 하이드에게는 놀고 싶은 마음, 학원을 가기 싫은 마음이 있다. 사실 내 마음 속에는 하이드가 더 많은 것 같다. 조그만 욕심들과 욕망을 자제해야 되는데 자제하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런데 인간들의 마음에는 지킬이 더 많을까, 하이드가 많을까. 사람이 태어날 때의 마음은 백지와 같이 아무런 관념도 없는데, 경험을 통해서 다른 마음을 얻는다는 것을 문자 그대로 백지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사람의 본성은 선이라고 하는 성선설도 있다. 내 생각에는 백지설이 옳은 것 같다. 사람들은 살아가다보면 자신이 물드는 곳으로 빠져서 나쁜 사람이 되거나 선한 사람이 된다. 나는 좋은 길로 물들고 내 마음 속에 있는 하이드를 자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이성하 기자 (서울가주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