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리아 기자 (서울길음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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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는 번태가 쓰러졌던 그날 꼬박 밤을 새우고 말았어요. 좋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크게 다치기를 바랐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영수는 다음날 밥도 먹지 않은 채 학교로 달려갔죠. 교문을 들어섰을 때 누군가 영수의 어깨를 잡아챘어요.
“어딜 그렇게 빨리 가시나.”
바로 번태였어요. 번태는 다시 멀쩡해진 모습이었어요. 영수는 문득 그런 번태가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너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다 나은 거야.”
“어쭈 이 자식 봐, 너 내걱정했냐.”
번태는 좀 당황한 표정이었어요.
“괜찮은 거지. 아픈데 없는 거지.”
“이 자식이 사람 쑥스럽게 만드네. 됐고. 가봐.”
번태는 좀 당황한 얼굴이었죠. 영수는 번태에게 손을 한번 흔들어준 다음 교실로 들어섰어요. 영수는 모든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영수는 백점을 받기 위해 다른 아이를 다치는 일은 이제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런데 그날 3교시가 끝나고 직전이었어요. 학교에서 가장 무섭기도 소문난 염라대왕의 사회시간이었죠. 염라대왕은 갑자기 칠판을 세게 두드렸어요. 집중하라는 뜻이었죠.
“야, 너희 반이 수업태도가 가장 안 좋아. 성적도 최악이고 말이야. 내일 사회 쪽지시험 본다. 열 개 낼 텐데 한 문제 틀릴 때마다 꿀밤 한 대씩이다. 각오해라. 나는 원래 못해요, 이런 변명 안 통한다. 무조건 외워, 뭐 나는 머리 단단해요. 이런 놈들은 오늘 놀아.”
반 아이들 입에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숨이 터져 나왔죠. 염라대왕의 꿀밤은 거의 핵폭탄에 가까웠으니까요. 학생인권 이런 말은 아예 염라대왕의 사전에는 없었지요. 영수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사회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았죠.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익숙한 모습의 할머니가 또 영수 앞을 가로막았어요. 백점빵 할머니였죠.
“내일 시험 있지. 쪽지시험이라도 백점 맞아야지.”
“아니요. 이제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왜? 그새 다른 애들 걱정하게 된 거야. 널 괴롭히는 녀석인데도.”
"됐다고요. 이제 제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알았다. 그런데 말이야 혹시라도 100점을 맞고 싶으면 내 얼굴을 떠올리고 ‘100점 맞게 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100점을 맞게 되면 네가 미워하는 친구는 또 크게 다치겠지. 하하하. 어쨌든 모든 건 너한테 달렸다.”
백점빵 할머니는 그리곤 바빠 돌아서 금세 사라져 버렸다. 영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더 이상 아이들이 다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최리아 기자 (서울길음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