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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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로호 발사 성공했대요!”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아들놈의 목소리는 다소 흥분해 있었다. 이미 사무실에서 발사장면을 지켜 본 뒤였기에 내게는 그리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지만, 아들 녀석에게는 나름의 큰 의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1기 기자였던 장남 이삭이, 그리고 형을 따라 2기와 3기 기자로 활동했던 둘째 이엘이도 나로호 발사를 취재하기 위해 고흥 외나로도에 갔었다. 하지만 두 아들 모두 빈 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쉬움이 컸던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일까. 두 번의 실패와 두 번의 연기 끝에 나로호가 드디어 발사에 성공했다는 뉴스는 중학생이 된 아들들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벌써 3년이 흘렀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추천을 받고 큰 애가 푸른누리 1기 기자로 활동을 하던 때, 그리고 형을 늘 부러워하더니 기어이 2기와 3기 기자가 된 둘째. 나도 덩달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아들과 함께 매일매일 푸른누리 홈페이지에 접속해 취재내용을 확인하고 거기에 탐방계획이 나오면 재빨리 신청해서 참가하기까지. 서울에도 이웃 집 드나들 듯 오가고, 들녘에 나가 추수하는 아저씨들을 만나고, 국가기록원장 인터뷰는 물론이고, 신문이나 TV뉴스를 보며 취재 아이디어를 찾아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챙기던 모습, 기사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밤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며 기사를 쓰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더욱이 아들의 취재계획에 맞춰 이곳저곳 기사 노릇을 하며 다니면서도 피곤함은커녕, 수첩을 뒤적이며 무언가를 적고 생각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 때처럼 대견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기분 좋은 피곤함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이제는 그 모든 기억들이 어느덧 추억이 되었다.
큰 애는 새 학기가 되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둘째는 중2. 두 아들 모두 중학교 생활 내내 친구들에게나 학교에서도 늘 인정받고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반장은 물론이고 큰 애는 전교 학생회장이 되어 체육대회나 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등 학교의 대내외적인 크고 작은 행사의 사회를 도맡아 왔다. 1~2시간 정도의 행사 전반적인 멘트를 직접 작성하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도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과학영재스쿨에 두 번씩이나 합격하여 별도의 특화수업을 받고 있다. A4 5장 정도의 서술형 답안지를 작성하는 시험을 1, 2차에 걸쳐 두 번씩이나 통과한 것이다. 두 아들 모두 발표력도 뛰어나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리더십도 탁월하다.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이나 시사적인 뉴스들에도 관심이 많아졌고, 간단한 상식에 대한 식견은 놀랄 정도다. 주위에서는 어떻게 교육을 시켰느냐고 가끔 묻는다.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당연하다.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들들의 성장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으뜸은 푸른누리 기자 활동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평범한 학생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며 보낸 그 시간들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지금도 아들들의 책꽂이 한 켠에는 청와대 방문이나 취재와 탐방 때 목에 걸었던 기자명찰이 걸려있다. 기사내용을 정리한 파일도 꽂아져 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나니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학업량이 많아진 것도 있지만 사춘기를 지나며 부모와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푸른누리 기자 활동을 하며 함께 머리를 맞대 사진을 고르고 기사를 수정하던 그 때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나로호 발사 성공 소식을 기뻐하며 아빠에게 맨 먼저 전화를 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푸른누리가 어느덧 100호를 맞이한다니 감회가 새롭다. 두 아들과는 뗄 수 없는 고마운 이름이기 때문이다. 기사마감을 걱정하던 아들들이 이제는 수행평가 점수나 대학입시를 걱정하는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푸른누리 기자 활동으로 군살이 생긴 두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긴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알고 실천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분명히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에서 무한한 감사와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들이 성장해서 꿈을 이루기까지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고 많이 남아있지만, 그리고 부모로서 해야 할 몫이 크고 많지만, 푸른누리 기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위안을 삼을 수 있어서이다.
푸른누리 100호 발행을 축하하며 이제 100호를 넘어 200호 300호가 될 때까지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제공의 장으로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안현수(푸른누리 1기 안이삭, 2~3기 안이엘 아빠)
안현수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