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독자 (조안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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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누나는 심하진 않지만 약간의 아토피와 비염 등이 있어 시골 마을로 이사를 왔습니다. 제가 6살 병설 유치원부터 지금 5학년이니까 6년 동안 저희 엄마는 도시락을 싸주셨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줄을 서 급식을 받아 자리에 앉지만 전 재빠르게 좋은 자리에 앉아 엄마가 싸주신 밥과 반찬 등을 펼쳐놓고 친구들과 맛있게 먹는답니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은 학교 벤치에 둘러 앉아 소풍을 나온 기분으로 먹기도 합니다.
처음 어렸을 때는 남들과 달라 좀 창피하기도 했지만 반찬을 하나만 달라고 친구들이 졸라대면 조금은 우쭐해지기도 한답니다. 저의 제일 친한 친구도 저와 같이 도시락을 싸오고 있는데 우리 둘은 점심시간만 되면 인기가 최고입니다. 우린 서로 의 반찬도 나눠 먹기도 합니다.
한번은 정말 맛있는 불고기를 싸가지고 갔는데 어찌나 친구들이 덤벼대던지 저는 맛도 보지 못해 속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마께 부탁해 맛있는 것을 싸주실 때는 주먹밥 안에 숨겨 한입에 털어 넣을 수 있게 저만의 비법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도시락은 나눠서 먹어야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진짜 소풍이라도 가면 이집 저집 각자 맛난 도시락을 꺼내 한입씩 나눠먹는 그 맛은 정말 끝내준답니다. 그땐 저도 열심히 뺏어서 먹습니다.
이렇게 재미난 저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말 부모님의 도시락에 추억이 뭐가 있을까 궁금해져 여쭤봤습니다.
아빠는 T V 에서 봤던 노란 사각 쇠밥통에 계란이나 고기를 깔고 그 위에 밥을 덮어서 친구들한테 안 뺏기고 혼자 먹기도 하셨답니다. 난로 맨 밑자리에 깔아 뜨끈뜨끈한 누룽지도 덤으로 먹었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좋은 보온밥통이 있긴 했지만 남학생들은 그 쇠밥통을 더 많이 애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학생시절에는 여학생끼리 깔끔히 앉아 맛있게 먹고 있으면 꼭 저같은 남자애들이 와서 지저분한 얘기를 시작한 뒤, 틈을 봐 뺏어먹고 도망치곤 했답니다.
그런 건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단지 조금 달라진 것은 메뉴 !
옛날엔 제일로 치는 반찬은 계란말이와 소시지라고 합니다. 거기다 김치찌개를 유리병에 싸 가면 최고였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소시지 보단 햄이고, 계란말이도 그냥 평범하다고 느껴집니다.
얼마 전, 제가 입맛이 없어 하자 저희 엄마는 직접 삼각 김밥도 만들어 주시고 또띠아에 케밥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열심히 정성껏 싸주시는데도 전 반찬 투정에 음식을 남겨오고는 해서 엄마를 속상하게 해드린답니다
그냥 밥 한 끼로만 생각 하고 지나치던 도시락을 이렇게 기사로 쓰려니까 갑자기 부끄러워지고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까지 들게 됐습니다.
하루 중 제일 기다려지는 점심시간 ! 앞으론 감사하는 마음으로 싹싹 깨끗이 잘 먹겠습니다.
정승원 독자 (조안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