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수 독자 (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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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경기지역에서 유일한 국립초등학교인 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는 50년이 넘는 찬란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주름 빳빳하게 선 교복과 동그란 호빵에 꼭지가 달린 듯한 교모는 우리 학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님들 모두가 교육에 대한 열의와 관심 또한 전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최고이다.
그런 대단한 학교에서의 공개수업이 벌써 5년째이다. 매 학기마다 했으니 어느덧 열 번째 공개수업이다. 그때마다 교실도 달랐고, 수업내용도 달랐으며, 앉은 자리 위치도 달랐고, 짝꿍도 달랐고, 선생님도 달랐다. 또 손드는 횟수와 발표 횟수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변함없는 한 가지는 5년째 그대로이다. 그건 바로 ‘콩닥콩닥’ 방망이질 하는 우리들의 심장이다.
9월 8일 수요일 4교시 과학 시간, 우리들의 운명의 시간이기도 하다. 나만 긴장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빠른 눈 돌림으로 교실 안을 휙~둘러보니 친구들 모두가 나와 같이 긴장한 모습들이 역력했다. 까불던 우스꽝스런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굳은 표정하며, 들썩이던 엉덩이는 어디가고 바르게 앉은 자세며, 꼬고 벌리고 쭉 뻗고 제각각 버릇없던 발은 사라지고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발에서 하나 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28명의 학생들이 긴장을 하며 무사히 공개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떨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근엄한 표정에 힘 있는 눈매에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우리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께서도 오늘 공개수업을 위해 과학실에서 며칠전부터 수업을 준비하셨다고 한다. 지난 진단평가에서 꼴찌를 한 우리 5학년 4반을 ‘명품 반’으로 만들겠다며 우리들에게 하나의 지식이라도 더 가르쳐 주시기 위해 목이 아프도록 가르쳐 주시는 김진희 선생님.
그러나 단원이 끝날 때마다 보는 단원평가에서도 여전히 실력발휘를 못하는 우리 반! 과연 우리 5학년 4반은 선생님의 바람대로 명품반이 될 수 있을까?
공부는 그렇다 치고 사고라도 안내면 다행인 우리 5학년 4반이다. 하얀 실내화 신고 운동장에서 흙먼지 일으키며 축구하다 체육부장 선생님께 걸려서 우리선생님을 난감하게 만들고, 생태공원 연못에 풀어놓은 올챙이를 죄다 잡아서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고, 쉬는 시간엔 뭐하고 꼭 수업시간에만 화장실을 가서 선생님의 교육열에 맥을 끊어놓고, 쩍벌녀에 꼭 과제 안 해오고, 준비물 안 챙겨 와서 선생님의 정신건강을 어지럽히는 위대한(?!) 우리 5학년 4반이다.
그런 5학년 4반이 공개수업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모두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들이었다. 오늘만 같다면 굳이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 반은 명품 반이다. 예습도 해오고, 준비물도 한 사람도 빠트리지 않았다.
어머니 한 분, 두 분, 세 분. 계속해서 열린 뒷문으로 들어오셨다. 교실 왼쪽, 오른쪽, 뒤쪽에 가득 자리를 잡으신 부모님들께서는 우리들에게 다정하게 손을 흔들어주시거나 눈인사를 하셨다. 부모님의 참석률도 거의 100%인 우리 학교! 이번 공개수업에는 90% 정도 참석해 주셨다.
이어서 공개수업 시작! 우리들은 한 명도 딴 짓하는 친구 없이 28명 모두가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았고, 선생님의 손의 위치, 행동 하나 하나에 초점을 맞춰 따랐다. 바른 자세, 적극적인 발표태도, 책도 큰소리로 읽고, 모둠활동도 양보하고 배려하며 멋있게 해냈다. 교실은 선생님의 목소리와 우리들의 책 읽는 소리, 발표하는 소리 외에는 조용했다. 공개수업 중간중간에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표정들이 밝으셨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어머니도 계셨고, 소리내어 웃으시는 어머니도 계셨으며 우리들이 열심히 할 때마다 박수를 보내주시기도 하였다. 부모님들께서 힘을 주시니 더 열심히 공개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시간마다 ‘쾅쾅’ 문 닫고 요란하게 화장실 가고, ‘휑휑’ 더럽게 코를 풀던 친구도 오늘 공개수업에선 없었다. 그렇게 부모님들의 박수를 받으며 공개수업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우리들은 잘 해냈다는 안도감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웃고 떠들었다. 선생님께서는 마음 깊숙이 긴 한숨을 쉬셨을 것이다. 그래도 공개수업이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끝나준 것만으로도 우리들 모두에게 칭찬 포인트를 주고 싶은 마음이실 테고, 부모님들은 우리가 항상 오늘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거라 착각하며 흐뭇해하실 것이다.
별 일 없이 끝난 5학년 4반의 명품 공개수업! 오늘만 같다면 따로 명품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선생님과 28명의 친구들이 마음을 모아 무사히 공개수업을 마쳐서 기쁜 시간이었다. 왠지 5학년을 마칠 때쯤엔 명품반이 되어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임지수 독자 (경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