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독자 (서울녹번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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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안동 풍산읍을 찾았다. 그 이유는 지난달 23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외규장각 의궤’를 본 후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의궤의 종류는 크게 어람용과 분상용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어람용 의궤는 임금이 직접 보시던 책으로 한지의 질이 매우 좋아 보존상태가 뛰어났다. 우리나라 전통 종이인 한지를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에 방문한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 입구에 닥나무 껍질을 사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한지를 생산하는 ‘안동 한지 공예 전시관’을 갔다. ‘안동 한지’ 대표 이영걸 사장님께서는 충북 제천에서 이 곳 풍산읍으로 1994년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안동의 풍부한 물과 질 좋은 닥나무 원료를 이용해 많은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한지를 만든다고 하였다. 김재식 장인께서는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에 사용된 한지를 2년 여에 걸쳐 연구 끝에 재현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이곳은 2010년 G20 정상회담 때 쓰인 모든 한지를 제작하였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한지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3대째 한지 생산에 힘쓰고 있는 이영걸 사장님의 아들 이병섭 선생님을 만나 궁금증과 만드는 과정을 인터뷰해 보았다.
Q. ‘외규장각 의궤’에서 보았듯 한지의 보존성이 뛰어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한지는 1000년 이상 보존이 가능합니다. 서양 종이는 산성지여서 50~100년 정도 지나면 변색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중성지(pH 7)인 한지는 세월이 지날수록 결이 고와집니다. 의궤는 ‘주출지’라는 왕실에서 사용한 특수한 한지로 보존성과 통기성, 투과성이 뛰어납니다.
Q. G20 정상회담 때에 한지를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각 나라에 대표하는 분들이 모이기 때문에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바로 한지였지요.
Q. 전통 한지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나요?
A. 1. 닥나무 채취: 주문진, 경북 예천, 의성에서 1년생 닥나무를 12월~3월말까지 채취.
2. 피닥 만들기: 가마솥에 넣고 물을 부은 후 6~7시간정도 삶아 벗긴 후 닥나무 껍질을 건조.
3. 백닥 만들기: 피닥을 장시간 물에 넣고 불린 후 칼로 표피(흑피)를 제거.
4. 삶기: 잿물을 백닥에 넣어 5~6시간정도 장작을 피워 삶기.
5. 헹굼과 일광 표백: 삶은 백닥을 맑은 물로 4~5일가량 헹굼과 햇볕을 쬐어 표백.
6. 티 고르기: 깨끗한 물로 헹군 백닥에 먼지와 불순물을 제거.
7. 짓이기기: 티 고르기 작업을 마친 닥을 넓은 돌판 위에 올려놓고 나무 방망이로 닥 섬유가 뭉개져 죽이 될 때까지 두들겨주기.
8. 한지 뜨기: 닥죽을 지통에 깨끗한 물과 함께 넣고 세게 저은 후 ‘황촉규’ 점액을 자루에 담아 걸러서 닥풀의 즙이 잘 섞이도록 다시 저어주기. 발로 앞물을 떠서 뒤로 흘려버리고 옆물을 떠서 반대쪽으로 흘려보내는 일을 여러 번 반복.
※ ‘황촉규’(닥풀)란? 한지 제조에서 닥나무 다음으로 중요한 것으로 물 속에서 긴 닥나무 섬유를 엉키지 않게 해주는 닥풀.
9. 물빼기: 발로 건진 종이를 ‘바탕’이라 하는데, 바탕을 차례로 쌓아올려 그 위에 널빤지를 얹고 무거운 돌을 올려놓아 밤새도록 천천히 물을 뺀다. 그 다음 압축기에 올려놓고 물을 완전히 빼기.
10. 건조: 물을 뺀 종이는 한장씩 떼어 열판에 붙여 건조.
11. 도침: 마지막 작업으로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받게 했던 것으로 말린 한지를 수백번 두들겨서 종이의 밀도와 섬유질 형성을 높이기.
이렇게 손수 제작과정을 설명하며 "한지를 ‘백여 번의 손이 간다.’고 하여 백지라고도 불렸다"고 덧붙였다. 한지의 가장 최상급은 겨울에 만드는 한지로 ‘흑피(겉)’, ‘녹피’, ‘백피’ 중 불순물이 들어가기 힘든 겉 부분 ‘흑피’라고 말씀하셨다. 이병섭 선생님께서는 "이처럼 문화적 가치가 높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지에 대한 자긍심과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안동 한지 공예 전시관’에서 한지로 만든 예술작품, 장인들의 땀과 노력을 본 후 앞으로 한지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우리나라의 위대한 유산을 후세대까지 지키도록 노력해야겠다.
김주현 독자 (서울녹번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