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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운양초등학교 / 4학년)
추천 : 28 / 조회수 : 412
꽃샘추위가 두꺼운 겉옷을 벗지 못하게 합니다. 동장군의 심술에 새봄이 자꾸 멀게 느껴지는 지난 3월 둘째 주 토요일, 녹색김포실천협의회 장릉어린이자연학교와의 2012학년도 첫 만남이 있었습니다. 냉이반, 민들레반, 꽃마리반, 꽃다지반이라는 조금 신기한 이름을 달고, 어제 그친 봄비 후에 더욱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도 씩씩하게 장릉으로 출발했습니다.
유숙자 선생님의 숲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 곳은, 질퍽질퍽 끈끈한 진흙들이 있어 신발을 무겁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곳은 벌써 얼었던 땅이 녹고, 삐죽빼죽 작은 새싹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추운 바람 속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해를 찾아 나왔는지, 어린 순들이 꼭 우리들 같아 보여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신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봄나물을 찾아 숨바꼭질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했습니다. 소나무가 가득 모여 있는 곳에는 거의 풀과 나물이 없었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선생님께로 가 여쭈어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기 소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이니? 저 소나무 잎에는 너희들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양치를 할 때 사용하는 치약의 성분인 피톤치드가 나온단다. 우리 사람에게는 매우 이로운 물질이지만, 식물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지. 그 때문에 소나무 근처에는 풀이나 나물이 나지 않는 것이란다."라고 가르쳐 주셨다. 우리들의 코와 목, 그리고 때로는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며,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피톤치드의 불편한 진실을 알아버렸습니다. 그 후로 우리들은 소나무 근처에서는 나물 찾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벼룩나물, 꽃다지, 쑥, 황새나물 등 등 난생 처음 보는 나물들을 실컷 관찰하고, 조금 뜯어서 맛도 보았습니다. 씁쓸한 맛이 가득한 나물들 중, 그래도 벼룩나물은 달콤해서 가장 맛있었습니다. 그러나 찾은 나물들을 다 뽑을 수는 없었습니다. 장릉은 원종 임금님과 인헌 왕후가 계신 조선 왕릉이기 때문에 보존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직접 캐지는 못했지만 선생님들께서 준비 해 오신 여러 종류의 새싹나물과, 또 각자 가지고 온 밥을 커다란 그릇에 모아 비빔밥을 만들었습니다. 빨간 고추장과 여러 가지 색깔의 밥, 그리고 신선한 나물이 모인 비빔밥은 색깔과 모습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게끔 만들었습니다. 한 그릇에 모두 머리를 모으고 함께 먹는 봄나물 비빔밥은 그야말로 ‘최고의 밥상’이었습니다.
오천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 조상들은 음력 3월 3일이면 추운 겨울동안 웅크려 있었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기 위해 봄 소풍을 갔다고 합니다. 이것을 ‘화류놀이’, 또는 ‘꽃놀이’라고 하며 꽃을 넣은 ‘화전’을 먹거나, 오미자 물에 국수를 말은 ‘수면’을 먹으며 활기찬 봄을 맞이한 것입니다. 자연에서 나오는 천연 재료는 영양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건강에도 무척 좋은 자연의 선물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건강한 지혜를 물려받아, 올해는 더욱 튼튼하고 씩씩하게 쑥쑥 자라겠습니다.
[사진출처]녹색김포실천협의회 2012녹색김포자연학교
김지훈 기자 (운양초등학교 / 4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