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은 독자 (중탑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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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입 속에서 살던 어린 이(이빨)는 갑자기 밑에서 누군가가 비키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비켜줘 나도 나가고 싶단 말야!”
알고 보니 어른 이(이빨)였습니다. 어린 이(이빨)는 어른 이(이빨)에게 힘없이 자리를 양보하고는 툭하고 그만 정들었던 입 속 친구들인 다른 이와 혀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는 어린 이를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지붕위에다 힘껏 던졌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지나가던 참새 한 마리가 어린 이를 보았습니다. 톡톡 쪼더니 덥썩 물고는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한참 뒤 참새는 어린 이를 어딘가에 내려다 놓고 사라졌습니다. 그 곳은 참새의 둥지였습니다.
나뭇가지에 작은 별님이 하나 둘 앉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가장 작은 별님 하나가 어린 이를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넌 누구니?”
“난 이야. 그중에서도 제일 큰 어금니지. 입안에서 음식물을 씹는 것을 10년이나 넘게 도와주었어. 그런데 지금은 난 아무것도 아니야. 더 크고 힘세고 새로운 녀석에게 밀려 났어. 난 그냥 있을 뿐이야.”
“그럼 내 이가 되어 주지 않겠니?”
“왜? 넌 음식을 먹지 않잖아?”
“나도 씹어서 맛을 보고 싶어. 초저녁의 바람, 빨간 노을, 초콜렛 빛 밤 하늘…….”
“난 씹는 것은 도울 수는 있어도 맛을 느끼게 하진 못해.”
“그래도 말야. 나도 이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한테 올래?”
이는 아기별 입속에 살며시 앉아서 씹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래. 넌 부드럽게 했구나! 거친 것들을 부드럽게 만들었구나!”
아기별은 밤하늘을 야금야금 깨물기 시작했습니다. 무섭고 어둡던 밤하늘은 부드러워지고 별빛이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거친 바람도 아기별이 씹으니 부드러운 바람이 되었습니다. 장난도 치고 싶어 빨간 저녁 노을도 살짝 깨물었더니 “아얏!” 눈을 흘기며 서산 위에 주저앉았습니다.
어린 이는 아기별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기별이 웃을 때마다 살짝 어린 이의 하얀 얼굴이 밝게 빛났습니다.
<덧붙이는 말>
며칠 전 부터 이가 흔들렸어요.
요 며칠새 어금니 2개가 빠졌습니다. 흔들리더니 …….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고마워. 어린 이들, 안녕!”
한지은 독자 (중탑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