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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10월07일

동화 이야기 추천 리스트 프린트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197 / 조회수 : 2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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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의 일기-1(왜 우리는 일본 선생님께 교육 받아야 하지?)

1920년 3월 11일 맑음

어느덧 눈이 녹고 사람들도 옷 속에 기워넣었던 솜을 빼내어 장롱속에 넣어놓는 시기가 왔다. 오늘도 학교에서 정말 슬픈일이 일어났다. 2교시가 끝나 갈 때 즈음 둔자의 아버지께서 학교에 찾아왔다. 다카시 선생님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둔자의 아버지께서는 다카시 선생님께 "아이고, 우리 둔자 이 가스나가 도시락을 안가져 왔구만, 좀 전 해 주시면 고맙겠심더"라고 하시며 김칫국물 묻은 둔자의 도시락을 비굴하게 헤헤 웃으시며 선생님께 넘겨주자, 다카시 선생님께서 도시락밥을 내동댕이 치며 저 혼자 일본말로 무어라 고함을 쳤다. 둔자의 아버지께서는 어깨가 축 쳐진 쓸쓸한 뒷모습으로 돌아가셨다. 나도 마음이 아팠다. 둔자는 아버지를 끔찍히 사랑하는 친구라서 제 분에 못이겨 선생님께 일본어로 재빠르게 따지듯 소리쳤다.

"왜 제 도시락을 내동댕이 치시는 겁니까? 선생님 것 입니까?" 그것도 아니지않습..."철썩!

아니, 소학교에서... 찰싹도 아닌 철썩! 하는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둔자는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움켜주쥐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버린 둔자의 옆에서 자세히 보니, 둔자의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나와 일본어 공책을 적셨다. 친구가 둔자를 때린 것도 아니었다. 한국인이 때린 것도 아니었다. 일본인 선생님이 한국의 소학교 여학생의 뺨을 말 궁둥이 때리듯 회초리로 때린 것이었다. 이상하게 나한테도 눈물이 고였다. 나는 동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서 연약한 척 하기 싫어 고개를 위로 번쩍 들어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애써야 했다. 그리고 책상 모서리에 개미눈곱보다 작게 ‘다사카 바보, 다사카 나쁜놈...’이라고 적었다. 일본인들에게 매일 아부를 떠는 옆집 아저씨의 아들인 진근이가 볼 염려는 없었다. 그 애는 시력이 나쁘니까...다카시 선생님께서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업시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또 어디 가서 담배라도 한 개비 물고 오시겠지... 그러는 동안은 학교생활중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시간이다. 원래는 조선말을 많이쓰면 손바닥을 회초리로 멍이 들도록 맞지만, 다카시 선생님이 자리를 비웠을 때에는 조선말을 마음껏 써도 아무도 감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둔자의 주위로 우루루루 모여가 우는 둔자를 다독여 줬다. 잠시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더니, 다음시간을 준비하고 나니 딩동~ 하는 수업 시작 종이 울렸다. 그런데, 설마 하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진근이가 내가 책상에 적어놓은 글씨를 알아 본 것이다. 예상대로 진근이는 다사카선생님께 거짓말까지 보태어 고해 바쳤다. 그래서 나는 손바닥에 푸르뎅뎅한 피멍이 3개나 맺히도록 회초리로 맞고, 복도에서 벌을 서게 되었다. 복도에서 벌을 서다가 학교에 내 도시락을 가져다 주러 오신 아버지가 보였다. 나는 얼른 고개를 뒤로 젖혀 얼굴을 가리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날 알아보고야 마셨다. 나를 혼내실 것 같았던 아버지께서는 푸르뎅뎅한 내 손을 보시며 무슨일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내 이놈을 그냥....’하시며 우리 반 쪽으로 가시려고 하였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머리에 핏대가 솟았다. 순간, 우리 아버지도 둔자의 아버지처럼 될까봐, 아버지보다 새파랗게 어린 일본교사에게 무시를 당하는 비참한 꼴이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나는 얼른 아버지의 손에 붙들려 있는 내 도시락통을 들고,

"아부지, 제가 장난을 심하게 쳐서 벌을 서고 있으니, 걱정 마이소."하고 해맑게 웃는 얼굴로 말해드렸다.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며,

"그래도 소학교 가스나를 이래 때리나..."

하시며 돌아가셨다. 문득 우리가 왜 일본사람들에게 당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우리 언니가 소학교 다닐 때에는 조선선생님들이 재미있게 잘 가르쳐 줬다고 하던데... 내가 왜 일본 선생님께 배워야 하는지 아버지께서는 그 이유를 말 해 주시기로 해 놓고도 자꾸만 미루신다. 내일 동무들에게 물어볼까? 진근이가 그걸 보고 또 다사카선생님께 고해 바치면 나는 내일 손이 부러질 것이 틀림없다. 휴~ 오늘따라 옆방에서 아버지 코 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내가 지금 자면 내일 아침에 다른 세상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매일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만 이불을 덮고 자야겠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채현 독자 (대구대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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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성명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8-05 18:09:13
| 이것도 신춘문예인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잘 썼다^^ 추천하고 갈게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8-05 19:19:36
| 소영아 고마워 ^^
동화 이야기야~ ㅎ
서윤정
대연초등학교 / 6학년
2010-08-06 18:30:09
| 추천 꾹 (ㅋㅋ)
강성은
전일중학교 / 1학년
2010-08-12 18:56:12
| 재밌어요~~^^ 2편보러 빨리 가야겠네요!!
최시헌
성광중학교 / 2학년
2010-08-13 21:26:33
| 재밌네요 ㅎㅎ 저도 이런 동화를 써보고 싶어요.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ㅎㅎ
이채현
송현여자중학교 / 2학년
2010-08-15 18:07:09
| 시헌기자님 글 엄청 잘쓰시던데..ㅎㅎ 저도 시헌기자님이 쓰시는 동화처럼 잘 써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황지현
대전외삼중학교 / 1학년
2010-08-19 01:08:13
| 와!!작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어요!! 정말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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