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한글
흰눈이 펑펑 내려 온 동네가 눈으로 뒤덮혔어요. 방학숙제를 하려고 마루에 작은 책상을 놓고 숙제를 하는데 흰둥이는 뭐가 그리도 좋고 신이 나는지 눈 내리는 하늘을 향해 껑충껑충 뛰어올라 내리는 눈을 콧등으로 받고 있어요.
나는 이렇게 공부도 하고 숙제도 하고 신문도 보고 TV도 보는데 흰둥이는 왜 매일 놀기만 하고 장난만 칠까? 흰둥이도 한글을 배우면 같이 신문도 보고 TV도 볼 수 있을텐데......
숙제를 다 마치고 엄마께서 간식으로 주신 고구마를 할머니랑 같이 입으로 후후 불며 맛있게 먹고 있는데 흰둥이가 자꾸만 쳐다보길래 고구마를 조금 떼어내서 흰둥이에게 던져주며 " 뜨거우니깐 입으로 불어서 먹어라!" 말하는데 흰둥이가 바로 입으로 냉큼 물어서 먹으려다 너무 뜨거웠다 다시 뱉어 내버렸어요. "흰둥아 딱 보기에도 뜨거우니깐 김이 나고 나랑 할머니가 입으로 후후 불어서 먹는 게 안보이냐? 왜 그리 눈치가 없는 거야?" 듣기 싫은 소리를 하니깐 흰둥이가 먹는둥 마는둥 감나무 아래 집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안되겠어! 흰둥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야겠어!"
조카가 놓고간 한글 공부 책이랑 낱말 퍼즐을 가지고 흰둥이에게 가서 바닥에 내려놓고 하나 하나 가르쳐 주었는데 흰둥이는 계속 듣는둥 마는둥 딴짓만 하고 입이 찟어져라 하품만 계속 하는 겁니다. 머리를 한대 쥐어 박고 똑바로 들으라고 하니 이제는 아예 바닥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 기지개를 켜는 겁니다. "흰둥아 서당개 삼년이면 천자문을 한다는데 너는 왜 배우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는 거냐?" 하품을 늘어지게 하던 흰둥이는 결국 그 자리에 드러누워 잠을 잡니다. 한글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말을 알아 듣게 하는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흰둥이가 좋아하는 공이랑 안신는 신발을 가지고 바닥에 놓고 훈련을 시켜야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밖을 보니 흰둥이가 마당을 이리 저리 뒤어 다니고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흰둥이 앞에 공이랑 신발을 놓고 "신발을 물어 와라!" 시켰더니 흰둥이가 공을 입에 물고 도망을 가는게 아닙니까! 앞마당을 지나 뒷마당을 지나 대문 밖으로 온 동네를 뛰어 다니더니 다시 집으로 들어 옵니다. "너는 정말 배우겠다는 자세도 안 되어 있고 의지도 없구나!" 버럭 화를 내고 내 방으로 들어 왔습니다. 흰둥이는 정말 왜 그럴까?
할머니께서는 개의 지능이 인간보다는 훨씬 뒤떨어지기 때문에 사람이랑 똑같이 공부를 시키면 안된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그런데 할머니, 사람이랑 먹는 것도 비슷하게 먹고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민첩한데 왜 지능이 인간보다 낮을까요? "물으니 할머니께서는 " 인간은 오래전부터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필요한 것을 배우지만 동물들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지능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그럼 흰둥이는 한글을 배울 수 없는가요?"
"흰둥이가 한글을 배우고 인간같이 행동한다면 강아지가 아니고 사람이겠지?"
할머니 말씀을 듣고 나니 흰둥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흰둥이를 사람의 입장이 아닌 강아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금만 이해하면 화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위청비 기자 (순천북초등학교 / 4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