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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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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지 나누리기자 (여수한려초등학교 / 6학년)

추천 : 95 / 조회수 :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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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여름날의 기적

* 상편

폭풍전야, 평양의 햇님마을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가롭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방심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우르르 쾅쾅하고 하늘이 요동치기 시작 하더니 이내 폭풍이 마을을 덮쳤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의 비를 쏟아냈다. 그 모습은 흡사 물이 가득 담긴 욕조의 마개를 뽑아놓은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하늘은 맑게 개었지만 폭풍의 흔적으로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간판이 떨어져 나뒹굴었고 집이 부서져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또 산사태가 일어나 도로가 마비되고 전기마저 끊겼다.


" 박 진감 기자입니다. 이곳은 평양의 햇님마을 현장입니다. 정말 엉망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7시 40분 이곳은 정전이 되어 칠흙 같이 어둡습니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는 거 같습니다. 이 마을을 다시 복구하는데 … …."


그리고 전라남도 여수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 평양 햇님마을? 할머니 이사 가신 곳 아니야? 이번 주에 여름휴가 가기로도 했고, "

" 엥? 진짜네! 엄마, 그럼 우리 여름휴가 이제 어디로 가? "

" 글쎄다. 엄만 할머니한테 전화 좀 하러 갈게. "

엄마가 핸드폰을 들고 할머니에게 전화하려던 순간 따르릉, 따르릉 집전화가 울렸다.

" 엄마, 전화 왔어. "

" 엄마는 할머니한테 전화해야 되니까 네가 좀 받아. "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과자봉지를 탁자에 내려놓고 전화를 받으러 갔다.

" 여보세요? "

" 오룡아, 아빠다. 아빠 지금 할머니 댁에 갈 거니까 엄마한테 빨리 준비하라고 그래 "

" 할머니 댁에? 비 엄청 오는데? 그나저나 아빠 모임 간 거 아니었어? "

" 모임가려다 뉴스보고 할머니 걱정 때문에 … "

" 알았어. "

뚝하고 전화가 끊겼다.

" 원래 보통 아들이 먼저 끊는 거 아닌가? "

난 엄마에게 이 소식을 말해주면서 다시 탁자에 올려놓은 과자를 집어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이쯤에서 내 소개를 하겠다. 내 이름은 박오룡, 이름 하난 굉장히 특이하다. 태몽에 용 다섯 마리가 나와서 큰 인물이 된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올해 13살이다. 그리고 지금은 얼마 전에 평양으로 이사를 가신 할머니 댁에 가는 중이다.


몇 년 전 통일이 이루어졌다.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는 등 좋은 점도 많지만 빈부격차문제로 나라가 복잡하고 여기저기 적응이 안 되다 보니까 하루도 편할 수가 없다. 거기에 폭풍까지 오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할머니 댁. 햇볕이 내리쬔다.

" 이번 여름휴가로 자원봉사하게 생겼네. 할머니 마을이 왜 이렇게 엉망이야? "

" 혜지누나랑, 오룡이랑 산에 가서 쓰레기 좀 줍고 와. "

" 혜지누나라면 혹시 그 결..벽증? "

" 안녕, 오룡아. "

" 혜..지누나..? "

말이 씨가 된다더니 나는 진짜 쓰레기봉지를 손에 들고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 내가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데에서, 이렇게 즐거운 여름휴가에 쓰레기 봉지를 들고 뭐하는 거냐고! "

산 중턱에서 메아리가 울렸다.

" 거기에 엄마 아빠는 할머니랑 얘기한다고 이렇게 무책임할 수 가.. 내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꺼야! "

" 그래서 누나가 같이 왔잖아. "

" 누나는 뭐가 즐겁다고 그러는 거야? 난 딱 질색인데.. 응? 혜지누나. "

" 왜? "

" 비와.. "

우수수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인상을 쓰면서 친척 누나와 같이 동굴 같은 곳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통화권 이탈 지역이라는 걸 알았지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2023년 9월 27일 현재시간 오후 12시 20분. 폭풍이 지나간 햇님마을에 다시 한 번 폭풍주의보가 내렸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어 정부는 신속히 이 문제에 대해 … …."

우르르쾅쾅,

" 아, 오늘 도대체 왜 이러냐! "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춥고 찝찝해서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무언가 반짝이는 물체가 보였다.

" 유리파편? 어.. 뭐, 뭐야? "

그 반짝이는 물체를 주우려는데 그 물체가 자꾸만 뒤로 가서 잡을 수 가 없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 물체를 잡으려 했고 그 물체를 잡기 위해 점차 나는 뛰게 되었다. 그리고 타악 하고 그 물체를 잡았을 때 비로소 내가 허공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신이 희미해지더니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사람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폭풍이 온 건가? 아니 아니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난 분명 친척누나와 산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그리고 비가 내려 동굴에 들어갔고 어떤 물체를 잡으려다 떨어졌다. 아니 떨어지지는 않았다. 어디론가 끌려갔다.

‘근데 여긴 어디지? 음 여기가 어디였더라? 낯이 익는데..’

생각해보니 역사책에서 본 듯한 한 장면 같았다. 기이한 일이다. 나는 길바닥에 누워있었고 탕탕탕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소리,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보니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몇 명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거의 익숙하다는 듯 묵묵히 길을 걸었다. 발걸음 소리도 빨라지고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이곳, 전쟁터였다. 내가 본 사람들은 피난민이었다. 군인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소란을 피웠다. 이곳은 아수라장이었다.


임진왜란? 이순신 장군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같은 나라 사람이었다. 그럼 저 군인은 북한군이고 이건 6.25전쟁이란건가? 한참을 전쟁터 가운데에서 멍하게 서있었다. 그러다 어디선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이며 다가갔다. 정작 중요한건 내가 집에 어떻게 돌아가는 지였지만, 꿈이라고 생각했고 호기심 때문에 지금 그런 일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데 … ’

낡은 창고가 보였다. 창고를 열어보니 한 열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할아버지를 안고 울고 있었다. 아이는 곰살궂게 생겼지만 얼굴을 찌푸리고 있어 그다지 잘생겨 보이지는 않았다.

" 저기, 왜 울고 있니? "

" 흐흑..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

할아버지는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배를 움켜잡고 신음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토해냈는데 그것은 힘없고 탁한 붉은 피였다.

" 괜찮으세요? "

" 으윽.. 이..이 아이를 데리고... 어서 도망가.. "

" 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 난 이제 살만큼 살았어.. 콜록콜록, 이 아이는.. 자라나는 우리나라의, 우리나라의 빛이야.. 어서 아이를 대리고.. "

" 하, 할아버지? "

말을 끝내지도 못한 채, 할아버지는 눈을 감아버렸다. 정적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은 건 할아버지의 싸늘한 시체, 그리고 이 아이와 나뿐 …

"괘, 괜찮으세요? 할아버지 정신차려 봐요! "

아무리 흔들어대도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난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 흐흑... 형..형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 "

난 한동안 멍하게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를 자세히 보니 피투성이였다.

" 너.. 어디 다쳤니? "

" 아니.. "

아이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그럼 왜 피가.. "

" 이거.. 내 피 아니야.. 이거 할아버지한테서 묻은 피야. "

아이가 다시 울먹이기 시작했다.

" 울지마. 네 이름은 뭐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 있지, 난 복만이고 내가 길을 헤매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나를 데리고 가더니 이 창고에 숨었어. 그리고 갑자기 군인아저씨가 와서 총으로 할아버지 다리를 맞췄는데 내가 너무 놀라서 그만 소리를 질렀어.. 그래서 군인아저씨가 나한테 총을 쏘려고.. 근데 할아버지가.. 아슬아슬하게.. "

" 아.. "


푸시시 하고 자전거바퀴 바람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북한군이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총을 쐈는데 할아버지 발에 맞았고, 그래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조용히 있었으면 살 수 있었다는 거였다. 그런데 저 아이가 소리를 질러서 발각되고 잔인하게도 아이에게 마저 총을 겨누었다. 방아쇠는 당겨지고 가까스로 할아버지가 대신 막아주었고, 바로 그거였군.

" 할아버지가 내 입을 막고 소리 지르지 말라고 했어..

아.. 엄마, 엄마 보고 싶다. 흐어어엉.. 우리가족은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

"복만이랑 할아버지랑 없어졌는데 엄마가 찾으러 오실거야. "

" 형, 이 할아버지.. 우리 가족 아닌데 엄마가 어떻게 알고 온다는 거야? 흐어어엉 "

쾅, 바람이 불더니 문이 닫혔다. 갑자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친김에 문을 걸어 잠갔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창고 안은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 뭐지? 뭔가 이상한데?’

"우리가족이 아니라니?"

"할아버지 길가다가 만난 사람이야."

"그럼, 그냥 오늘 처음 본 사람?"

"응.."

친할아버지도 아닌데 왜? 어째서? 살 수 있었잖아? 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 형.. 나 배고파. 그리고 추워. "

가방에 있는 김밥을 꺼내 주었다. 복만이는 김밥이 상했는지 전혀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지않았다. 그저 허기를 채우기 바빴다.


그때 쾅 쾅 쾅, 아까 굳게 걸어 잠근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점점 세게 그리고 빠르게, 문을 한번 두드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왔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 느낌 같았다. 쾅 쾅 쾅, 문을 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 신빙성 없는 생각이어서 집어치우기로 마음먹었다.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손잡이 가까이로 다가갔다.

‘ 누구지..? ’

박현지 나누리기자 (여수한려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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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정
청담중학교 / 1학년
2011-07-25 21:55:20
| 슬프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네요~ 기자 이름이 박진감이라는 것이 너무 웃겼고, 마지막 부분이 흥미진진하네요! 다음편을 기대해볼게요!^^
조예원
당산중학교 / 1학년
2011-07-28 15:48:09
| 와! 사이즈가 엄청 큰 동화네요.과거와 현실이 혼재되어있는 이야기의 줄이 어디로 닿을지 엄청 궁금합니다.수고하셨어요.^^
장유정
청심국제중학교 / 1학년
2011-08-01 09:37:06
| 다음편이 정말 기대되네요
전인혜
대구대청초등학교 / 5학년
2011-08-05 17:57:08
| 다음편이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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