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원 독자 (서울신서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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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옥상에 있다. 손만 놓으면 나는 죽는다. 모든 게 힘들고, 지긋지긋하고 미칠 것같다. 학원이 뭐라고, 공부가 뭐라고.... 그런데 막상 손을 놓으려니 무섭다. 책 "옥상의 민들레 꽃"에서는 옥상에서 민들레꽃이라도 발견해서 희망을 갖는데, 우리 집 옥상에는 먼지만 수북이 쌓여있다. 누군가라도 달려와 나를 말렸으면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그래. 나는 사라질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나를 챙겨주는 사람도, 희망도 없다.
그리고 나는 손을 놓았다. 공중에서 떨어지고 있는 동안, 문뜩 공과 내가 같이 떨어지면, 누가 먼저 떨어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 웃음이 살아서 마지막으로 웃는 게 될 수도 있다. 나는 떨어지고, 떨어졌다. 마침내, 쿵 소리와 함께 땅에 닿았고, 그 즉시, 나는 의식을 잃었다.
나는 지금 어느 새하얀 눈밭을 걷고 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걷고 싶을 뿐이다. 나는 걷는 도중에 귀여운 아기가 아장아장 가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 아기와 같이 걸었다. 아기는 아무도 밟지 않는 그 눈밭을 뒹굴었다. 어느덧 그 아기는 어떤 엄마의 품속에 있었다. 우리 엄마와 닮았다. 아니, 우리 엄마였다. 나는 반가워서 엄마! 라고 소리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내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 꼬마 아이가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노는 게 어찌나 재미있어 보이던지, 나도 함께 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휴... 이 새하얀 눈밭의 끝은 어딜까?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가는 한 아이가 보였다. 그런데 그 가방, 그 옷, 그 신발, 그리고 얼굴마저도 어디서 많이 본 듯했다. 마치... 내 어린 시절 같았다. 아니겠지... 아닐거야... 나는 또 걸었다. 나의 모든 일생이 스쳐 지나갔다. 나의 행복했던, 즐거웠던 어린 시절... 문뜩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싶어졌다. 살아야만 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 나를 위해 뭐든지 하는 우리 엄마. 6시에 출근해서 13시에 퇴근하는 우리 아빠도 보고 싶고,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내 동생도 보고 싶다. 나는 뛰고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앞도 안 보고 뛰다가 한 사람과 부딪혔다. 그 사람은 눈처럼 새하얀 옷에 검은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착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경계를 했다
"살고 싶습니까?"
나는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스러운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신은 지금 삶과 죽음, 이 두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택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살고 싶습니까?"
"살... 살고 싶습니다!"
갑자기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맺혔다. 이제 바로 보고픈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사람은 충격의 한마디를 했다.
"당신의 가족들께서... 세상을 떠나셨는데도 살고 싶습니까?"
홍지원 독자 (서울신서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