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겸 기자 (금정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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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겸? 자리가 잘못됐나? 혹시 네가 정승겸이니?”
얼마 전 과학시간, 선생님께서 이름을 부르시다가 내게 하신 질문이다. 담임선생님인 박병규 선생님께서도 내게 “니는 왜 이름을 남자이름으로 지었노?”라고 물어보신 적이 있었다. 사실 나도 인정한다. ‘정승겸’이라는 내 이름이 남자 아이의 이름 같다는 것을 말이다.
어렸을 적, 부끄럽지만 나는 내 이름이 싫었다. 너무 특이하고 남자 이름 같은데다가 발음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이나 주위 어른들이 내 이름을 정승경이나 정성겸, 혹은 정슴겸 등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내 이름을 들으면 다들 남자아이일 거라고 생각하다보니, 나는 지연이나 민지, 유리 같은 여성스럽고 예쁜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마냥 부럽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도 많이 자랐고, 벌써 13살이 되었다. 마냥 내 이름을 부끄러워하던 철부지 1학년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키가 자라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개성 있고 특별한 내 이름이 점점 좋아졌다. 우리 학교는 물론 전국을 다 뒤져본다고 해도 ‘정승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이름이 똑같아서 서로 불편해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봐온 만큼, 흔한 이름이면 불편한 점이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이름이 점점 더 자랑스럽고, 좋아진다. 동래 정(鄭), 도울 승(承), 겸할 겸(兼). 얼마나 특별하고 뜻도 멋진 이름인가. 물론 순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것도 좋았을 거란 생각은 있다. 따라서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내 아이의 이름은 특별하지만 순우리말인 이름으로 지어주고 싶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름만 보고 남자 이름, 여자 이름이라고 분류하는 것일까? 이것은 일종의 ‘편견’이며, 정해진 틀 안에서 밖에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름 외에도 사람들은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남자는 바지를 입지만, 여자는 치마를 입는다.’라거나 ‘남자는 파랑색을 좋아하고, 여자는 빨강색을 좋아한다.’라는 생각도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이다. 또 ‘엄마는 집안 일을 해야 하고, 아빠는 회사를 나가서 돈을 벌고 차를 운전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무조건 정해진 공식대로 판단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나 또한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편견이 생겨난 것일까? 나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편견 중 대부분은, 조선시대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는 신분 차별도 심했고 남자와 여자에 대한 차별도 심했다. 남자는 대우 받고, 여자는 외출도 마음대로 못할 정도로 자유분방하지 못한 삶을 살아야 했던 때가 조선시대다. 이런 조선시대의 삶이 우리 조상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같다. 그러한 생각이 끊어지지 않고 후대로 계속 전해 내려오면서, ‘편견’이라는 무서운 것들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편견을 버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네모반듯한 틀을 깨고, 어느 곳으로나 뻗어나갈 수 있는 동그란 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조건’이 아닌 ‘이럴 수도’라는 창의적인 생각을 계속 한다면, 우리의 삶은 편견 없는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편견 없는 세상, 더없이 행복한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정승겸 기자 (금정초등학교 /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