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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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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리 기자 (서울흑석초등학교 / 5학년)

추천 : 49 / 조회수 :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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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프롤로그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벚꽃나무들.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정이 안 간다.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후드득 떨어지는 벚꽃 잎. 그 옆에는 엄청난 경사도의 절벽이 있다. 이곳에는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길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이곳에 관광객은 없다.


한 여자아이가 자수로 만든 숄(여자들이 어깨에 두르는 네모난 천)과 북슬북슬한 토끼털로 만든 토시(팔에 끼는 방한용 액세서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넋을 읽고 벚꽃을 보고 있을 때 한 남자아이가 왔다. 남자아이가 신발을 신고 걷는 소리에 깜짝 놀란 여자아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뭐하는 거지. 코르시나."

코르시나. 그녀의 이름은 코르시나였다. 코르시나는 잠시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피식 비웃었다. 그녀의 눈에는 남자아이에 대한 경멸이 가득했다. 눈동자에는 불꽃이 화르르 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눈꽃이 춤추고 있었다. 코르시나는 대꾸도 안하고 다시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러다가 멈췄다. 코르시나는 돌아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너랑 만난 일은 없을 거다. 카인."

딱딱한 말투를 들은 카인은 잠시 당황하였지만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돌아섰다. 하지만 카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너무 쌔게 쥐어서 피가 났다. 그도 한숨을 쉬며 벚꽃을 보았다. 핏방울 맺힌 주먹을 폈다. 손 위로 벚꽃 잎이 하나 떨어졌다. 코르시나도 한숨을 쉬면서 휙 돌아섰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수놓은 숄은 바람을 타고 산에 살포시 떨어졌다.

홍주리 기자 (서울흑석초등학교 /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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