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궁전(15)

크리스틴과 베티는 병원으로 들어가서 버튼의 병실을 찾았다. 버튼은 병실 안에서 즐겁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다리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왼쪽 팔 또한 깁스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픈 사람이 아닌 것처럼 신나게 책을 읽고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크리스틴은 버튼에게 다가가서는 버튼을 쿡쿡 찔러댔다.
"아야! 공주님이시잖아? 그런데 여기는 웬일이시죠? 별 볼일도 없을 텐데."

버튼은 한참동안이나 다리를 부여잡고 신음소리를 냈다. 크리스틴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베티를 버튼에게 소개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동안 베티는 수첩을 꺼내들고 질문을 시작했다.
"자, 버튼. 우린 그냥 탐정놀이를 하고 있어. 그러니까 협조하기를 바랄게. 자, 너는 오후 2시에 뭘 하고 있었지?"

베티의 말이 끝나자 버튼은 몸을 축 늘어뜨리며 쿠키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오후 1시 40분쯤에 크리스틴 공주님을 만났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사하러 갔죠. 계속 공사하다가 2시에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어요. 샌드위치였는데, 제가 싫어하는 살라미 햄이 들어 있어서 얼마 먹지는 못했어요."

베티는 한참 동안 수첩에 뭔가를 쓰다가 심각한 얼굴로 크리스틴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크리스틴은 버튼에게 물었다.
"너는 왼손잡이야, 아니면 오른손잡이야?"

버튼은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나직하게 휘파람을 불더니 대답했다.
"당연히 오른손잡이죠. 제가 공주님 앞에서 왕께 드릴 편지 쓸 때 어느 쪽으로 썼는지 기억도 안 나시나 보네요."
크리스틴은 베티를 쿡쿡 찌르더니 버튼에게 협조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고는 병원을 나왔다.

"버튼이 아닌 것이 확실해졌어. 나는 버튼이랑 친해서 버튼이 오른손잡이인 것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베티는 "그래?" 하고 시큰둥하게 굴더니 수첩을 흔들었다.

"일단 이러다가는 일이 끝날 것 같지 않아. 빨리 왕궁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부터 하자고. 그러니까 다음 사람은 하녀 에밀리와 하인 케일른이야. 그들은 분명 청소실에서 청소하고 있을 거야."
베티는 이렇게 말하며 마차를 세웠다. 얼마 후 둘은 왕궁에 도착했고 하인들이 머무는 숙소에 있는 청소실로 몰래 들어갔다.

"안녕, 얘들아!"
크리스틴은 태연한 척 ‘얘들아’를 일부러 길게 늘여서 말했다.
"우리는 지금 탐정놀이를 하고 있는데 협조 부탁할게. 베티가 질문하면 그냥 대답하면 되는 거야."

하녀 에밀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고머니나. 이런 청소실에 들어오시면 드레스가 망가지실 텐데. 크리스틴공주님하고, 유명한 귀족의 딸로 자자한 베티시잖아? 협조하고말고요."

베티는 수첩에서 물어볼 질문은 찾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좋아. 일단 너희들은 오후 1시부터 지금까지 무엇을 했니? 알리바이 라고 있잖아, 뭐."

하녀 케일른이 대답했다.
"별 거 없어요. 오후 1시에는 공주님들의 침실에 있는 베개를 거두고 이불이랑 깔개도 모두 거뒀어요. 그리고 새 것들을 깔고 커튼도 새로 달았죠. 그리고 2시에 늦은 점심을 먹었어요. 샌드위치였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살라미 햄이 들어있었어요."

케일른이 숨을 고르는 사이, 에밀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왕께서 다과회를 여시고 싶다고 하셔서 과자랑 케이크도 굽고, 음료수도 만들어야 했죠. 그리고 방금 이 청소실에 와서 같이 청소하고 있는 거예요."

뒤이어 크리스틴이 그들이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를 질문했고, 그들은 모두 오른손잡이라고 말했다. 둘은 청소실을 나와서 추리를 해 보았다. 베티가 숨을 헐떡거렸다.
"이들은 다 진실을 말하는 것임이 틀림없어. 버튼과 하인모두 점심을 오후 2시에 먹었고 살라미 햄이 들어있었다고 했잖아."

그 때 왕이 나타나서 둘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그는…….

양진서 기자 (서울신중초등학교 / 6학년)